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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용으로 엄벌”한다는데…외교관 성추행, 왜 이어지나

중앙일보 2018.10.04 13:44
외교부 청사 모습. [연합뉴스]

외교부 청사 모습. [연합뉴스]

최근 외교관 2명이 성 비위 문제로 귀국 조치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외교부의 조직 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외교관들의 성추행 사건이 끊이질 않아서다.
 

지난 7월 외교관 2명 성추행 사건 발생해
"옛 관행 경험한 사람, 경각심 부족한 탓"
전문가, "외부 수혈" 등으로 해결책 모색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실에 따르면 외교관 2명이 부하 직원을 성추행·성희롱한 혐의로 적발됐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7월 주파키스탄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 A씨는 부인이 잠시 한국에 간 사이에 여직원을 성추행했다. 그는 “망고를 나눠주겠다”며 집으로 부른 후, 저녁을 함께하자고 했다. 술을 권한 뒤 강제로 끌어안거나 무릎에 앉히려고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주인도 대사관에 파견된 정부부처 4급 공무원 B씨는 자신이 머무는 호텔에서 술을 마시자고 강요하거나 방 열쇠를 줄 테니 언제든지 오라는 언행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전 칠레 주재 참사관 박모(51)씨는 2016년 9월 칠레의 한 학교 교실에 현지 당시 12세였던 여학생을 껴안는 등 강제 추행을 하고, 같은해 10월 음란 문자메시지를 그 학생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이런 행각은 현지 시사고발 프로그램 보도로 드러났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중앙포토, 연합뉴스]

2015년에도 에티오피아 대사가 직원에게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직원과 성관계를 맺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2014년과 지난해에 다른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그는 지난달 12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자 ‘폐쇄된 외교부의 조직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교관 출신인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 문제가 발생하면) 밖으로 얘기하지 않으면서 한직으로 보내는 식으로 인사 처리를 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과거 외교조직의 처리 관행을 접한 사람들이 경각심이 부족한 상태에서 저지른 행위가 밖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명하복의 폐쇄적 공관 문화가 큰 요인이다. 공관이 교포·주민(현지인)과 융합되지 못하면 고립된 섬과 같다”고 분석했다. 고립된 섬에서 고위급 공무원들은 ‘절대 권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주에티오피아 한국대사관 외교관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 발언을 한 후 굳은 표정을 지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주에티오피아 한국대사관 외교관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 발언을 한 후 굳은 표정을 지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연합뉴스]

외교전문가들은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엄벌’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성비위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 그리고 관련 규정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관련 사건이 또 터졌다는 점이다.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폐쇄성을 지닌 외교부에 외시 출신이 아닌 외부 인재를 적극 수혈하면 해외에서도 긍정적인 감시 역할이 이뤄질 수 있다"며 "조직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외부 인사로 구성된 감사관실 확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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