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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비관과 낙관 사이에 놓인 한국 반도체

중앙일보 2018.10.04 00:14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국가 주력산업이다. 국내총생산(GDP) 기여도가 3.6%, 고용 16만5000명, 수출품목의 21%,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25%를 차지한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74%와 49%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전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지난 2년간 스마트폰의 사양이 고도화하고 빅데이터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퍼 호황을 맞았다.
 

‘수퍼 호황 끝’ 부정적 전망 대두
공급 과잉 등 미래 위협 요인 많아
중국과의 초기술격차 더 벌리고
우수인력 양성하고 유출 막아야

그러나 최근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과다 재고와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메모리 공급과잉으로 수퍼 사이클이 이미 고점을 찍어 내년에는 하락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메모리 가격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빅데이터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와 인공지능(AI) 등 신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호황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2020년부터 데이터 전송속도가 10배 빠른 5세대(5G) 이동 통신의 상용화가 시작되면 100배의 메모리 용량 증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의 사양 고도화가 재현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공존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도전 요인들도 적지 않다. 첫째,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수퍼 호황을 받쳐주는 후방인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의 국산화율은 각각 18%와 48%로 지난 10년간 정체돼 있다.
 
둘째, 우수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배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도체 분야 R&D 사업 지원 예산이 2009년 1000억원에서 2017년 300억으로 급감하더니, 최근에는 신규 R&D 예산이 제로 상태까지 가고 있다. 그 결과 서울대의 반도체 석·박사 배출 인력이 2009년 100명에서 2017년 3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참담한 현실이다.
 
시론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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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중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빠른 추격이다. 중국의 ‘집적회로(IC)산업 발전 요강’을 보면 2025년까지 1500억 달러(약 170조원)를 추가 투자해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자급률을 70%로 올리겠다고 한다. 이미 중국 내 32개의 반도체 제조 팹이 운영되고 있고, 푸젠진화·이노트론·YMTC는  내년 초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들은 한국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업체들의 제품 구매를 조건으로 인수합병(M&A)이나 중국으로 이전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국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업체들의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기업·대학·정부가 한국의 미래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는 이런 불리한 환경들을 신속히 개선해야 한다. 우선 국내 반도체 회사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과의 초기술격차를 벌려야 한다. 현재 한국과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격차는 2~3년 정도로 좁혀질 정도로 바짝 따라온 상태다.
 
둘째, 규모가 작은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사업 분야에 대해 최소 투자로 테스트 베드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 업체와 관련 장비·소재·부품 업체들이 참여하고, 산업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셋째, 우수 반도체 R&D 인력 양성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 차원에서 100개 대학에 10만명의 우수한 R&D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 국가 반도체 R&D 예산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관련 인력 양성이 위축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4차산업 혁명의 핵심사업 분야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가상·증강 현실, 자율주행, 로봇, 드론 관련 반도체 기술 부문에 대한 본격적인 R&D 예산 투입이 시급하다.
 
끝으로, 국가 핵심 반도체 기술과 숙련된 반도체 인력 유출을 막아야 한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중국 등 해외로 국가 핵심 반도체 기술이전 시 신고 및 승인 절차를 철저히 지키도록 해 불법 유출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2020년부터 5세대 이동 통신의 상용화가 시작되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사업 분야들이 급격히 성장할 것이다. 이 분야의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는 환경들을 조속히 제거한다면 앞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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