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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이전프로젝트]"나 집에 못 가" 국회서 파김치 되는 공무원

중앙일보 2018.10.04 00:05
 “세종아, 그 남자 누구야?”
 

‘국회에서 일하려면 숙소, 철야는 필수’ 세종시 공무원

국회 국정 감사 일정을 맞아 아이돌 예능 프로그램에서만 보던 숙소 생활을 하는 세종 씨. 몸은 더 피곤하고, 엉망이었던 세종시 데이트 후 남자 친구 국회 씨가 “시간을 좀 갖자”며 사라진 탓에 마음도 힘들다. 그런데 웬걸. 동료 사무관과 숙소로 들어가는 와중에 국회 씨와 마주쳤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세종 씨, 아무래도 이번 생에 연애하기는 틀린 것 같다.  
  
세종 씨처럼 국회와 연관된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은 상임위원회, 국정감사와 같이 국회가 바빠지는 때마다 난감하다. 대부분 세종시로 주거지를 옮긴 탓에, 서울에 오랜 시간 머물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세종시 공무원의 90% 정도는 세종시에 살고 있다. 그러나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업무에 이들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합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 A 씨도 팀원들과 합숙한 경험이 있다. A 씨는 “국정감사같이 국회 시즌에는 서울에 있을 수밖에 없다”며 “모텔 같은 숙소에서 자며 같이 보고서 작업을 하기도 한다. 끔찍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공무원은 “어떤 부서는 국회에서 일이 많아질 때 국회 근처에 숙소를 잡는다고 들었다. 업무도 세종에 내려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서울에 있는 회의 공간을 빌려서 일하기도 한다”고 했다. 
 
숙소를 이용하지 않는 부처 공무원의 경우 국회에서 밤을 새우기도 한다. 국회에 모든 공무원이 집결하는 때에 극심해지는 자리 경쟁 때문이다. 국회에는 층별로 앉아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업무용 책상이 있다. 하지만 개수가 제한된 탓에 이 책상에 앉지 못하면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업무를 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무실과 집이 국회와 150㎞ 정도 떨어진 세종시 공무원들에게는 차라리 저녁 이동이 편하다. 익명의 국회 관계자는 “회의 때 자리 잡으려고 새벽 6시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룬다”며 “저녁에 올라와서 자는 사람도 있고, 아침마다 화장실에는 씻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넓은 세종시 두고 여기서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답답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세종시 공무원들의 잦은 서울 출장이 구설에 오른 이후 개선된 상황이다. 과장급 공무원 B 씨는 “최근 세종시 공무원들이 국회에 우르르 몰려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그나마 간부 중심으로 적은 인원이 올라오는 편”이라며 “그래서 이전보다는 숙소에서 생활해야 하는 경우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B 씨는 이어 “밤새 세종에서 답변 질의서나 국회 요구 자료를 만들어 새벽에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간부와 실무진이 서울과 세종으로 이분화돼 업무 전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국회 주변 공무원 숙소 설치와 같은 대증요법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공무원들은 말한다. 공무원 C 씨는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하거나 세종시에 국회 분원이 설치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을 비효율”이라고 설명했다. B 씨도 “실질적으로 일하는 국회가 세종시에 생겨야 한다”며 “상임위와 같은 회의를 월별로 나눠 홀수 달은 서울 여의도 국회, 짝수 달은 세종 국회 분원에서 연다면 지금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민영(연세대 독문학과 4)·오지혜(연세대 사회학과 4)·정철희(연세대 노어노문학과 4) 국회이전프로젝트 대학생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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