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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석탄 막히자 털게 장사 … 1㎏에 10달러 외화벌이 효자

중앙일보 2018.10.04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평양·평양사람들 ⑤ 
북한의 나진·선봉을 찾는 중국인들이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길가에서 음료수 등을 판매하는 매대가 생겼다. [사진 독자제공]

북한의 나진·선봉을 찾는 중국인들이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길가에서 음료수 등을 판매하는 매대가 생겼다. [사진 독자제공]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자 북한이 ‘틈새시장’을 뚫고 있다. 대북제재 대상이 아닌 외화벌이 사업을 찾아서다. 관광이 대표적 틈새시장이다.  
 

북·중 국경 1~2일 관광상품 등장
중국 신분증만으로 북한 여행

“6배 수익” 털게 보따리상 줄잇고
세관 옆선 외국인상대 식당 영업

탈북자 A씨는“북한은 남측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강산 관광을 통해 관광이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학습을 했다”며 “당국이 ‘조직’(모집)하는 평양 관광과 별개로 신의주와 혜산, 나진·선봉 등 지방에서도 관광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중 국경 지대엔 1~2일짜리 관광이 등장했다. 한때 중국 당국의 지시로 국경지역을 통제하고, 관광도 막혔지만 최근 문이 다시 열렸다.
 
북한 양강도 중강진 건너편의 중국 린장(臨江) 지역에선 중강진이나 혜산을 당일 또는 이틀간 여행상품을 만들어 모객이 한창이다. 중국인 입장에선 엄연히 해외여행이지만 여권이 없어도 중국 신분증만으로 북한 여행이 가능한 파격적인 ‘무여권’ 관광이다. 다만 이들 관광은 대부분 북한의 가이드들이 안내하는 곳만 찾고 있으며, 자유 관광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중국인들이 자가용을 직접 몰고 북한을 관광하는 당일치기 자가용 관광도 알음알음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북한 안내자가 모는 선도차량을 따라 줄지어 이동해야 한다. B씨는 “북·중 당국간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며 “적어도 세관이나 지방 정부 차원에서 중국인의 북한 관광을 허용한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9일에는 정부수립 70주년을 맞아 ‘빛나는 조국’이라는 제목의 대집단체조(매스게임)와 예술공연을 진행하며 해외 관광객을 모집했다. 북한은 최근 이탈리아 여행사인 미스트랄 여행사(Mistral Tour)와 15일 동안 중국~북한~한국을 관광하는 관광상품 계약을 하고, 내년 3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중국 지린성 린장 지역에 북한 관광을 모집하는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

중국 지린성 린장 지역에 북한 관광을 모집하는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

틈새시장의 또 다른 효자 상품은 털게다. 나진·선봉 지역 출신의 탈북자 B씨는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산 수산물의 공식적인 수출은 불가능하다”며 “중국 세관에서 북한산 물품 수입을 엄격히 통제하지만 1인당 털게 5㎏까지는 합법적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고 전했다. B씨는 “북한에서 털게 1㎏의 가격은 10달러인데, 중국에선 70달러 가량에 팔려 중국인 관광객들에겐 관광비용(당일치기 관광의 경우 식비 포함 통상 10~20달러)을 제하고도 남는 장사”라고 설명했다. 훈춘 등지에서 국제버스를 타고 나진·선봉 관광을 한 뒤 털게를 사서 중국에 가져가 판매하는 관광객 겸 보따리상이 대거 늘었다는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다 보니 도로 옆에는 간이 매대를 설치하고, 연길 지역에서 생산한 빙천(氷泉) 맥주나 북한산 탄산단물(탄산주스)과 술, 빵 등을 판매하는 북한 주민들도 등장했다.  
 
북한은 또 접경지역의 세관 건물 바로 옆 허허벌판에 대형 수산물 식당을 세워 합법적인 외화벌이에도 나서고 있다. 두만강이나 압록강을 통한 밀수 역시 성황이다. 북·중 국경 지역에서 밀무역 경험이 있다는 C씨는 “과거보다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밀무역은 여전히 성행”이라며 “조선(북한) 측에서 원하는 건 무엇이건 거래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관광과 털게 같은 틈새시장을 북한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발하거나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이유는 엄격한 제재 때문이다. 특히 중국을 향한 석탄 수출이 묶인 데 따른 파장이 크다고 한다. 고위 탈북자 D씨는 “북한의 경제성장세는 대중국 석탄 판매량과 밀접하다”며 “2010년대 들어 석탄 생산이 늘었고, 대부분 중국에 판매해 외화를 벌어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난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석탄 수출을 막으면서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에 판매하기 어렵게 되면서 석탄 생산이 줄자 탄광 노동자들이 금광이나 다른 일거리를 찾아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KITA)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북한의 대중국 석탄 수출액은 11억2685만 달러(약 1조2620억원)로 2016년까지 매년 11억 달러 안팎을 수출했지만, 지난해엔 4억 달러(약 4500억원)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 특별취재팀=정용수·권유진·김지아 기자 nkys@joongang.co.kr
◆ 도움말 주신 분=김보미·김일기·이상근·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가나다 순).
공동기획 : 중앙일보·국가안보전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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