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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예방 예산 168억, 일본의 2.1% 불과

중앙일보 2018.10.04 00:02 종합 18면 지면보기
일본보다 한국의 자살 감소가 훨씬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신질환자 자살률이 20배 높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생명 그 소중함을 위하여 (16)
“연 3000억은 돼야 효과 나타나”
정신질환자 중점 관리도 병행을

국회 자살예방포럼(공동대표 원혜영·주승용·김용태 의원)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1회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박혜선 일본 자살 종합대책추진센터 연구원은 ‘일본 자살대책의 시사점’ 발표에서 양국을 비교 분석했다. 일본은 2010년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3만1690명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 2만1321명으로 떨어졌다. 8년에 걸쳐 1만369명(32.7%) 감소했다. 반면 한국은 2011년 1만5906명에서 이듬해 줄었다가 2013년 다시 늘었고, 그 이후 계속 줄어 지난해 1만2463명으로 떨어졌다. 2011~2017년 3443명(21.6%) 감소에 그쳤다.
 
극단적 선택을 줄이려면 정부와 민간 전문가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를 움직이려면 재정 지원이 따라야 하는데, 일본은 예산을 훨씬 많이 쓴다. 일본은 지난해 751억엔(7338억원), 올해 799억엔(7833억원)을 투입했다. 2010년(125억엔)의 6.4배로 늘었다. 한국은 2011년 14억원에서 올해 168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예산이 일본의 2.1%에 불과하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내년 자살예방예산이 208억원(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금액)으로 증액한다고 해도 턱없이 적다. 이 정도로는 자살 유가족 지원 비용을 민간에서 조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은 “한국의 경제 수준이나 자살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자살예방예산이 3000억원은 돼야 일본처럼 다양한 대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일본의 자살률 감소가 두드러진 이유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을 꼽았다. 박 연구원은 “일본은 2006년 자살예방정책을 시작할 때 여러 정부 부처를 연계하기 위해 내각부(한국의 청와대 비서실 또는 총리실)에서 맡았고, 2016년 후생노동성(보건복지부)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자체별 자살예방계획 작성 의무화도 한몫한다. 중앙정부는 전국 공통의 기본 대책 패키지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1700여개 기초자치단체의 자살 데이터를 분석해 보낸다. 기초단체가 이를 토대로 자기 지역의 문제점을 분석해 맞춤형 대책을 세운다. 가령 특정 시에서 독거 무직자 20~39세 남성 자살이 1위로 나오면 그 경로를 파악해 대책을 세워 집행하는 식이다.
 
백종우 교수는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며 “민간의 역할을 강화해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덴마크의 얀 매인즈 알보그 대학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일반인과 비교하여 정신질환을 지닌 사람의 자살률이 20배나 높다. 극단적 선택을 한 남성의 3분의 1이, 여성의 절반이 정신병력이 있다. 정신건강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중앙일보·안실련·자살예방협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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