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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이긴 48세 볼링 황제 “내 실력, 여전히 A-”

중앙일보 2018.10.04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삼호코리아컵에 출전한 미국의 ‘볼링 황제’ 크리스 반즈. 볼링 3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그는 지금까지 받은 상금이 25억원을 넘는다. [사진 한국프로볼링협회]

삼호코리아컵에 출전한 미국의 ‘볼링 황제’ 크리스 반즈. 볼링 3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그는 지금까지 받은 상금이 25억원을 넘는다. [사진 한국프로볼링협회]

 
국내 최대 프로볼링대회인 제20회 삼호코리아컵 대회가 2일 경기 용인시 레드힐 볼링라운지경기장에서 개막했다. 2~4일 본선과 준결승을 거쳐 5일 우승자를 가리는 TV 파이널을 치르는데, 이번 대회에는 한국·미국·일본·호주 등 13개국 340명이 참가했다. 이 대회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삼호코리아컵 참가 PBA 스타 반즈
통산 19승, 메이저 트리플 크라운
지난 2월 명예의 전당에 올라
공 스피드는 젊은 선수에 안 뒤져
2010년 볼링 로봇에 50점차 승리

 
참가 선수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미국의 ‘볼링 황제’ 크리스 반즈(48)다. 미국프로볼링협회(PBA) 투어 통산 19승, PBA 인정 메이저 3개 대회 석권에 빛나는 그는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젊은 선수들과 경쟁한다. 이번이 그의 일곱 번째 방한. 그는 3년 전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3일 끝난 본선에서도 그는 B조 9위로, 각 조 상위 16명에게 주어지는 준결승 진출권을 확보해 우승에 재도전한다.
 
지난 1일 연습경기를 마친 그를 만났다. 그는 “2001년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한국의 볼링장 환경이나 선수 실력 면에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오히려 미국보다 나은 면도 있고, 팬 수준도 높다. 한국은 올 때마다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반즈의 스폰서사에서 마련한 팬 사인회에 200여 명의 팬이 몰렸다. 볼링계에선 그만큼 알아주는 스타다. 지난 2월엔 PB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7살 때 아버지를 따라 처음 접한 볼링을 접한 그는 청소년 시절 농구를 했지만, 대학 때 볼링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1998년에 프로에 입문한 반즈는 그해 신인상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듬해 2승을 거둔 그는 2005년 US오픈을 시작으로 2006년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2011년 PBA 월드 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면서 PBA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트리플 크라운은 그전까지 6명뿐이었다.
 
크리스 반즈. [사진 한국프로볼링협회]

크리스 반즈. [사진 한국프로볼링협회]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반즈의 우승 질주는 계속됐다. 그리고 지난 6월 엑스트라 프레임 루복스포츠 오픈에서 통산 19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년간 반즈는 상금으로만 230만 달러(약 25억5000만원)를 벌었다.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의 10분의 1도 안 되는 PBA 투어 대회 상금 규모를 감안할 때 꽤 많은 상금을 탄 셈이다.
 
반즈는 “청소년 때 농구를 한 덕분에 기초 체력과 유연성은 남보다 나았다. 다만 꾸준하게 잘 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투구 방법도 많이 연구했고, 체력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며 “잘 치려고 누구보다 많이 노력한 점은 스스로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매일 1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 등 기초 체력 훈련을 한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파워 있는 투구는 힘들어졌다. 대신 정교하면서도 정확한 투구법을 터득했고, 그게 올해 잘 먹히고 있다”고 말했다.
 
 
반즈는 로봇 볼러와 두 차례 대결해 모두 승리한 독특한 경력도 갖고 있다. 그는 2010년 10월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국제볼링캠퍼스에서 볼링 로봇 ‘얼(EARL)’과 맞붙어 259-209로 이겼다. 레인과 공, 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투구하는 로봇에 맞서 그는 ‘더 정교하게’ 핀을 맞혔다. 그는 “로봇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던졌지만, 레인에 깔린 오일 패턴을 제대로 읽지는 못했다. 난 그걸 파악하고 투구에 활용했다”며 “나중에 한 차례 더 로봇과 맞붙었는데 또 이겼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공의 스피드와 회전만 조화를 이루면 누구와 상대해도 자신 있다. 힘은 달려도, 스피드와 회전 구사 기술만큼은 누구에게도 안 밀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볼링의 매력에 대해 반즈는 “높은 점수를 내기 위해 늘 고민하고 연구하게 한다. 볼링핀부터 공, 심지어 레인의 패턴까지 많은 걸 생각해야 하고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그런 난관을 넘어 공과 핀이 꽝 하고 맞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면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상위권에 있는 나 자신을 높이 평가한다”며 스스로 볼러로서 A-의 점수를 줬다.
 
크리스 반즈. [사진 한국프로볼링협회]

크리스 반즈. [사진 한국프로볼링협회]

 
반즈는 미국 여자 볼링의 간판 린다 반즈와 1999년 결혼해 2002년 쌍둥이 아들을 얻었다. 경기가 없을 땐 아이들과 낚시를 하며 추억을 쌓는 ‘좋은 아빠’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프로볼러로서 욕심이 남아 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은 내가 곧 떠날 거라고 생각하는데, 난 건강한 몸 상태에서 원하는 만큼 계속 높은 수준의 경기를 펼치고 싶다”며 “나이는 상관없다. 오랫동안 고난도의 여러 기술을 구사하면서 높은 단계에 남아있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크리스 반즈는
출생: 1970년 2월 25일(48세)
국적: 미국
볼링 시작: 7세
프로 데뷔: 1998년
주요 성적: PBA 통산 19승
2007, 08 PBA 올해의 선수
PBA 메이저 3개 대회 우승(US오픈,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월드 챔피언십)  
2015년 삼호코리아컵 우승
2018년 2월 PBA 명예의 전당 입회
 
용인=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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