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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내디딘 자와 내딛는 자

중앙일보 2018.10.04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방탄소년단이 유엔에서 전한 울림의 파장은 컸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자는 그들의 메시지에 공감하며 7분간 영어로 진행된 연설의 영상이 계속 공유되고 있다. 영어 자막과 더불어 한글 자막 동영상도 많은 이가 본다.
 
약간씩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한글판에서 틀리게 달린 자막이 눈에 띈다. “우리 모두 한 걸음 내딛어 봅시다”란 문장이다. “모두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읍시다”라고 달린 동영상도 있다. 흔히 ‘내딛어’ ‘내딛읍시다’와 같이 쓰지만 ‘내디뎌’ ‘내디딥시다’로 고쳐야 바르다.
 
‘내딛다’는 ‘내디디다’의 준말로, 활용 시 주의해야 한다. 뒤에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올 때는 ‘내딛고, 내딛는, 내딛지’처럼 활용된다. 문제는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올 때다. ‘내딛다’는 ‘-으면’과 결합할 수 없다. ‘내딛으면’은 잘못된 활용형이다. 준말의 활용형을 인정하지 않고 본딧말의 활용형만 인정해서다. 본말인 ‘내디디다’에 ‘-으면’이 결합된 형태인 ‘내디디면’만 쓰인다. ‘내딛다’에 ‘-어, -은, -읍시다’가 결합한 형태인 ‘내딛어, 내딛은, 내딛읍시다’도 잘못된 활용형이다. ‘내디디어(=내디뎌), 내디딘, 내디딥시다’로 활용된다.
 
‘내딛다’는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는 자유롭게 결합하나 모음 어미가 연결될 때는 제약이 따른다. ‘머무르다/머물다’ ‘서두르다/서둘다’도 마찬가지다. 준말 형태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어’를 붙여 만든 ‘머물어, 서둘어’ 같은 형태는 모두 잘못된 활용형이다. ‘머무르다, 서두르다’에 ‘-어’를 연결해 ‘머물러, 서둘러’로 활용하는 것이 바르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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