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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하면 척척 … AI스피커 이젠 어르신 필수품

중앙일보 2018.10.04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실버 모델이 등장한 KT의 AI 스피커 ‘기가지니’ 광고. [사진 KT]

실버 모델이 등장한 KT의 AI 스피커 ‘기가지니’ 광고. [사진 KT]

AI 스피커가 ‘음성 인식’이라는 편리성을 등에 업고 중장년층 사이에서 ‘잇 템(갖고 싶은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부모님께 효도 선물로 AI 스피커를 사주는 경우도 많고, 노인정 등 노인 복지 시설에서 AI 스피커를 사용하는 경우도 느는 추세다. 여기에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가정이 많아 어르신들이 AI 스피커를 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KT에 따르면 지난 5~6월 기준 AI 스피커인 기가지니 이용자 중 실버 세대를 포함한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사용 비중이 31%에 달했다.
 

음성만으로 조작할 수 있어 편리
노년층 ‘디지털 디바이드’ 해소
핫한 효도선물 … 노인정에도 보급
“도와줘” 외치면 긴급문자 전송도

그동안 어르신들은 온라인상에 아무리 콘텐트가 많아도 스마트폰 등의 사용법이 어려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AI 스피커는 음성만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어 어르신들이 쉽고 간편하게 콘텐트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박종선 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격차해소팀장은 “AI 스피커는 음성을 기반으로 쉽게 인터넷에 접근해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디바이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정보화 격차)란 정보의 격차로 인해 사회·경제적인 차이가 벌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이 카카오의 AI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는 장면. [사진 카카오]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이 카카오의 AI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는 장면. [사진 카카오]

어르신들은 AI 스피커 내 인기 가수 순위도 바꿔놨다. 지난 5~6월 기준 KT 기가지니의 인기 가수 순위에는 이승철(10위)·이선희(11위)·이문세(12위)·김광석(13위)·조용필(17위)이 상위에 포진했다. 같은 시기 스마트폰 기반인 지니 뮤직에선 이선희(8위)를 제외하고 이들 가수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이용 시간이 고르게 분포된 점도 어르신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KT에 따르면 기가지니의 이용률의 절반 이상이 오전 10시~오후 6시에 발생했다. 모바일 기반 지니뮤직이 오전 7시 30분~8시 50분, 오후 6시~7시40분 사이에 전체 이용의 20%가 몰려 있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AI스피커는 낮에 집에서 많이 듣고, 모바일 음원은 출퇴근이나 등하교 시간에 많이 듣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빅데이터들의 축적을 통해 AI 스피커의 시니어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AI는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관련된 데이터가 쌓이면서 진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일례로 KT는 최근 AI스피커인 기가지니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시니어 콘텐트를 늘렸다. 지난달 멀티캠퍼스와 손잡고 교양 강의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SERICEO(세리시이오) 서비스’를 출시했다. 경영·경제·산업 관련 동향과 함께 리더십·인문학·웰빙·라이프 등의 콘텐트를 동영상 형태로 제공한다. “기가지니, 세리시이오 실행해줘” 또는 “기가지니, 오늘의 지식비타민 보여줘”라고 말하면 바로 해당 서비스로 연결된다. 카카오는 ‘매일 미사’, ‘기독교 QT(명상의 시간)’ 등의 종교 콘텐트를 지속해서 늘린단 계획이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은 8월 말부터 경기 이천, 충북 청주에 사는 독거노인 2000가구에 AI 스피커를 포함한 실버 프렌드 패키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리아, 도와줘”라고 외치면 등록된 자녀와 생활관리사에게 긴급 문자 메시지가 전송된다.
 
박 팀장은 “AI 스피커가 시간대별 이용 패턴이나 자주 쓰는 기능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건강·교육·여가 생활 등에 대한 관련 콘텐트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남승용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팀장은 “AI 스피커는 노년층의 의료·복지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효과적인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저소득층 가구도 이런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통신비 지원 정책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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