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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만든 6년제 P-TECH…"직업교육 받으러 왔다 박사 꿈 키워"

중앙일보 2018.10.04 00:01 종합 8면 지면보기
지난 24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크라운 하이츠 지역의 P-TECH에서 11학년 '비즈니스 원리' 수업이 열리고 있다. [사진 공성룡]

지난 24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크라운 하이츠 지역의 P-TECH에서 11학년 '비즈니스 원리' 수업이 열리고 있다. [사진 공성룡]

지난달 24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크라운 하이츠 지역의 ‘P-TECH(Pathways in Technology Early College High school)’. 11학년(한국 기준 고1) '비즈니스 원리' 수업이 열렸다.  
 

수업료 무료, 미래형 인재 육성
오바마 전 대통령도 칭찬한 곳
한국도 내년 합작학교 문 열어

 이날 수업은 학생 각자가 진출하려는 분야의 전문가 4명을 조사하는 것. 이 중 2명은 자기와 같은 인종에서 찾는 것이다. 학생들은 각자의 컴퓨터에서 영화배우·교수·파일럿 등 전문가들을 찾아서 자기 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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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글로벌 기업 IBM이 뉴욕시, 뉴욕시립대(CUNY)와 손잡고 2011년 만들었다. 미래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기존 교육에선 배출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고등학교 4년과 전문대 2년 과정을 통합한 6년제로 직업 현장에서 쓰이는 기술을 배운다. 수업료는 전액 무료고 졸업하면 컴퓨터과학 분야의 전문대 학위를 얻는다. 이른바 'STEM (과학·기술·공학·수학 융합 교육)' 중심으로 졸업 후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교육을 한다. 
 
 이 학교는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방문했다. 오바마는 학생들 앞에서 "여러분은 이제 중산층으로 도약할 티켓을 거머쥐었다. 모든 미국인 학생에게 P-TECH와 같은 교육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3년 10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P-TECH를 방문했다. 오바마는 ’모든 미국인 학생에게 P-TECH과 같은 교육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IBM]

지난 2013년 10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P-TECH를 방문했다. 오바마는 ’모든 미국인 학생에게 P-TECH과 같은 교육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IBM]

 13학년 학생인 모사린 모하지드는 “학교에 다니면서 물리학에 관심이 생겼다. 예일·존스홉킨스·MIT 등 물리학과에 지원할 예정”이라며 “대학 졸업 후에는 의학전문대학원에 가서 의사가 되고 더 먼 미래에는 IBM에서 암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12학년 알리야 찰레스 학생은 “얼마 전 인공지능(AI) 드레스를 보고 기술과 패션의 결합에 대해 궁금해졌다. 옷처럼 갈아입을 수 있는 의족,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옷을 만드는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
12학년 알리야 찰레스 학생이 인공지능(AI) 드레스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찰레스는 "기술과 결합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패션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공성룡]

12학년 알리야 찰레스 학생이 인공지능(AI) 드레스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찰레스는 "기술과 결합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패션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공성룡]

  이 학교 라시드 데이비스 교장은 "직업교육을 하지만 취업에만 치우치지 않고 아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P-TECH의 또 다른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방글라데시 이민자 셰이 아크타 학생은 ”입학 전만 해도 기술은 전혀 관심도 없었는데 공부를 시작하면서 내가 이렇게 기술 쪽 공부에 소질이 있을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자 가정에 자라면서 문화적 충돌을 겪으며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학교에서 상담을 받으면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 아크타는 "방글라데시 문화에서는 여자가 공부하는 것이 흔하지 않고, 공부하더라도 의사가 되는 것이 인정해 주지 않는데 P-TECH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며 "6살인 남동생에게도 이 학교에 올 것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P-TECH 학생들이 멘토와 함께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IBM]

뉴욕 P-TECH 학생들이 멘토와 함께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IBM]

 전문대 학위를 받는다고 해서 학생들이 깊이 있는 공부에 관심 없는 것은 아니다. 6년 과정을 4년 만에 조기 졸업한 에스트리 브루노 학생은 “졸업 후 정보기술 관련 분야에서 학사학위를 받고 싶다. 가능하다면 박사학위까지 따 이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P-TECH 졸업생은 IBM에 지원해 면접까지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졸업생 중 20명이 IBM에서 일한다. IBM 글로벌 마켓 사회공헌부 책임 데이비드 래퍼는 “ P-TECH 졸업생들은 매우 훌륭한 인재"라며 "회사가 원하는 기술을 충분히 갖췄으며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뛰어난 친구들"라고 평가했다.

 
 P-TECH은 세계로 퍼지고 있다. 미국 8개 주와 호주·모로코·대만·싱가포르 등에 110여 개 생겨났다. 한국에도 내년에 생긴다.  IBM은 내년 3월 세명컴퓨터고(3년)와 경기과학기술대(2년)를 연계해 5년간 통합 교육과정의 '서울 뉴칼라 스쿨'을 연다.  
 
미국 뉴욕=특별취재팀 sung.siyoon@joongang.co.kr
◈이 취재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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