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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프롭테크’ 스타트업 뭐길래 손정의도 반했나

중앙일보 2018.10.03 00:20 종합 26면 지면보기
최지영 산업팀 기자

최지영 산업팀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본사인 ‘오픈도어’란 기업이 지난달 27일 4억 달러(약 4500억원)를 투자받자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깜짝 놀랐다. 거액을 투자한 주체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 펀드였기 때문이다. 980억 달러(약 109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을 배경으로 투자하는 업체마다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기업)으로 키워내는 ‘신의 손’ 손 회장이 선택했다는 것 자체로 이 회사가 어떤 기업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오픈도어는 이미 3개월 전 3억2500만 달러(약 3600억원)의 투자 라운드를 유치했다. 설립 4년 만에 회사 가치가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를 넘어섰다. 부동산을 직접 사들여 판다. 집을 팔고 싶은 사람이 사이트에 들어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면 오픈도어가 자체 소프트웨어 등으로 감정을 해 가격을 제시한다. 고객이 이를 받아들이면 구매가 성사된다. 몇 개월씩 걸리는 절차를 90일 안으로 단축했다. 집을 사려는 고객은 오픈도어 홈페이지에서 이 회사 보유 주택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산다.
 
핵심 기술은 집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는 시스템(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50명의 전문가 평가 결합)과 주택을 산 고객에게 대출·보험까지 일괄로 제공하는 통합 서비스다. 1960년 이후 지어진 17만5000~50만 달러짜리 집들만 사들여 가볍게 보수해 빨리 판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100명의 공인중개사를 고용해 고객들이 원할 경우 상담도 해 준다.
 
오픈도어는 ‘프롭테크(Proptech)’ 기업이다.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이 단어가 요즘 실리콘밸리의 화두로 등장했다. 손 회장이 투자한 프롭테크 기업은 오픈도어에 머물지 않는다. 카테라(건설), 위워크(공유 오피스), 레모네이드(주택보험)와 오요(호텔) 등 리스트가 제법 길다.
 
요즘 뜨는 프롭테크 기업은 단순한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 서비스가 아니다. 감정·매매·융자·건물관리·보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거나 이 모든 서비스를 결합한다. 인공지능·딥러닝·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과 인간 전문가의 서비스가 통합되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프롭테크 기업들이 출현해 활발히 영업 중이지만 아직은 온라인에 매물을 올려 거래하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미 IT업계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카풀 서비스로 갈등을 빚는 택시업계-스타트업의 복사판이다.
 
우버는 전 세계 택시산업을 바꿨고, 에어비앤비는 여행 행태를 바꿨다. 국내에선 규제와 이해당사자 간 갈등 때문에 두 회사뿐 아니라 비슷한 사업 모델의 국내 스타트업들도 곤란을 겪고 있다. 첨단 프롭테크 서비스가 이런 어려움을 뚫고 국내에서도 태동해 소비자의 삶을 바꿀지 궁금하다.
 
최지영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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