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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식당] 숲속 캠핑장에 온듯…10시간 제대로 훈연한 참나무 바비큐

중앙일보 2018.10.03 00:01
옥스스모크앤그릴의 대표 메뉴인 비프립. 스모커에서 훈연한 직후의 모습. [사진 옥스스모크앤그릴]

옥스스모크앤그릴의 대표 메뉴인 비프립. 스모커에서 훈연한 직후의 모습. [사진 옥스스모크앤그릴]

어디로 갈까’ 식사 때마다 고민이라면 소문난 미식가들이 꼽아주는 식당은 어떠세요. 가심비(價心比)를 고려해 선정한 내 마음속 최고의 맛집 ‘심(心)식당 ’입니다. 이번 주는 SPC 외식사업본부에 근무 중인 허정 셰프가 추천한 바비큐 전문점 ‘옥스스모크앤그릴’입니다

[송정의 심식당]
SPC 외식사업본부 허정 셰프 추천
바베큐 전문점 ‘옥스스모크앤그릴’

 
“강남 빌딩 숲속서 즐기는 바비큐 매력 있어 ”
허정 셰프.

허정 셰프.

허 셰프는 7년 전, 우연히 본 요리 프로그램이 터닝 포인트가 돼 미국 요리학교 CIA로 향했다. 꿈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유학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고단했다. 그 때마다 허 셰프를 위로해줬던 소울푸드는 진한 홉 향의 수제 맥주와 바비큐다. 한국에 돌아온 후 지인이 바비큐 전문점을 한다는 얘기를 누구보다 반겼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게 알게 된 지인의 가게는 찾을 때마다 미국 현지에서 먹던 바비큐 맛을 떠올리게 했고, 어느새 ‘맛 때문에’ 자주 찾는 단골집이 됐다. 허 셰프는 “캠핑을 가거나 시 외곽으로 가야 제대로 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데 이 집은 강남의 빌딩 숲속에 있으면서도 참나무 장작으로 10시간 넘게 훈연한 고기를 맛볼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수제 맥주와 함께 맛보면 더욱 맛있다”고 덧붙였다.
 
바비큐의 매력에 푹 빠진 맥덕 
역삼역 LG아트센터 뒷골목은 높은 빌딩 사이로 좁은 골목이 얽혀있다. 골목마다 삼겹살·설렁탕·족발 등을 파는 크고 작은 식당들이 빼곡하다. 대부분 직장인을 위한 한식 메뉴로, 미국식 바비큐를 파는 옥스스모크앤그릴은 존재만으로도 이 골목에서 튀는 식당이다. 
지난해 7월 김성현 대표가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바비큐 전문점을 연 계기는 사실 수제 맥주였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진로를 바꿔 IT 업계에서 일했다. 하지만 줄곧 마음 한쪽에 외식업에 대한 아쉬움을 품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면 사업으로 연결할 방법부터 고민했다.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됐을 땐 바리스타 자격증부터 취득하고 일본의 유명 커피전문점을 다녀왔다. 그러다 우연히 이태원의 수제 맥주 전문점에서 맛본 맥주에 반했다. 그는 “맥주를 마실 때 홉의 씁쓸한 향이 느껴졌는데 그 향이 가게를 나서고도 1시간 동안 계속 입안에 맴돌았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맥덕(맥주덕후)이 된 김 대표는 제대로 맥주를 배우기 위해 당시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원에서 개설한 비어 소믈리에 양성 과정에 입학해 1년간 맥주를 공부했다. 그리고 회사가 있던 역삼동 인근에 수제 맥주 전문점을 열었다. 장사는 제법 잘됐지만 본업에 집중할 땐 가게에 소홀하게 됐고, 이는 매출 감소로 이어져 결국 가게를 닫았다. 
그즈음 외식업을 준비하는 지인의 소개로 울산에 있는 바비큐 전문점 옥스스모크앤그릴을 알게 됐다. 바비큐와 수제 맥주의 궁합이 제법 괜찮았던 데다 뉴욕 출장 때마다 즐겨 가던 바비큐 전문점 ‘블루 스모크’ 등도 떠올랐다. 지인을 도우려는 생각으로 서울에 가게를 열기 좋은 자리를 물색했다. 그러다 결국 지인의 계속되는 요청에 사업에 합류했고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역삼동을 택했다. 
 
참나무 장작으로 훈연한 립에 시원한 수제 맥주 한 잔   
옥스스모크앤의 스모커. 참나무 장작으로 고기 종류와 부위에 따라 6~12시간 동안 훈연한다. [사진 옥스스모크앤그릴]

옥스스모크앤의 스모커. 참나무 장작으로 고기 종류와 부위에 따라 6~12시간 동안 훈연한다. [사진 옥스스모크앤그릴]

바비큐의 핵심은 고기를 훈연하는 ‘스모커’다. 요즘은 국내 대형 마트에서도 훈연 기능이 있는 그릴을 팔지만 대부분 가정용으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옥스스모크앤그릴에선 스모커로 유명한 미국 랭(Lang)사에서 주문 제작한 제품을 사용한다. 주방 맞은편에 훈연실을 만들어 일주일에 1~2회씩 참나무 장작으로 고기를 훈연한다. 고기에 따라 훈연 시간이 다른데, 최소 6시간에서 12시간씩 걸린다. 차차 노하우도 생겼다. 처음엔 울산점 레시피대로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맛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요리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김 대표는 머릿속에 떠오른 맛이 현실과는 달라 답답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실망하지 않고 주변의 셰프들과 의논하며 레시피를 찾아 나갔다. 이런 노력으로 소스의 염도나 훈연 시간을 달리하며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염도는 낮추고 마리네이드 시간은 늘려 고기 특유의 탄성은 키우고 소스의 풍미는 더 잘 베되 짜지 않은 맛을 완성했다. 
옥스스모크앤그릴의 대표 메뉴인 옥스플래터. 3종류의 바비큐와 사이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옥스스모크앤그릴의 대표 메뉴인 옥스플래터. 3종류의 바비큐와 사이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옥스플래터다. 소 양지를 12시간 동안 훈연해 부드러운 식감의 브리스켓과 10시간 넘게 훈연한 돼지 어깨살을 잘게 찢은 풀드포크, 스페어립(돼지갈비), 2시간 이상 훈연한 닭다리살을 그릴에 구운 스모크 치킨 중 3가지를 담아낸다. 플래터엔 번(빵)과 코울슬로, 매쉬드포테이토를 함께 주는데 번에 고기와 함께 넣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김 대표는 “바비큐를 주문할 땐 한 번에 많은 양을 시키지 말고 조금씩 시켜서 계속 따뜻한 상태로 먹어야 맛있다”고 귀띔했다. 바비큐 특성상 고기가 식으면 본연의 맛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점심 메뉴로 인기인 수제버거와 옥스스모크앤그릴만의 수제맥주 24/7페일에일.

점심 메뉴로 인기인 수제버거와 옥스스모크앤그릴만의 수제맥주 24/7페일에일.

한 가지 팁이 또 있다. 바로 맥주다. 맥주의 시원하고 씁쓸한 풍미는 훈연향과 잘 어울린다. 특히 김 대표가 직접 브루어리(양조장)에 주문해 제작한 옥스스모크앤그릴만의 수제 맥주 ‘24/7 페일에일’은 바비큐와 찰떡궁합이다. 김 대표는 “24시간, 7일, 즉 언제 먹어도 좋은 데일리 맥주를 뜻한다”며 “수제 맥주를 처음 맛보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목 넘김이 좋고 홉의 향이 적당하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김 대표가 엄선한 라거·IPA·스타우트 등의 수제맥주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점심엔 간편하게 수제버거를 찾는 이들이, 저녁엔 삼삼오오 모여 맥주잔을 기울이며 바비큐를 즐기는 직장인이 많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문을 여는데, 수·목·금요일은 새벽 1시까지 연장 영업한다. 토요일은 오후 6시에 문을 열고, 일요일은 쉰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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