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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골목 쓰레기통, 무인 청소차가 치운다

중앙일보 2018.10.02 00:37 종합 1면 지면보기
리셋, 한국 자동차 산업 <상>
트럭이 스웨덴 예테보리의 주택가를 바쁘게 오가며 쓰레기통을 비운다. 트럭은 장애물을 피하고 주택의 쓰레기통이 놓인 차고로 능숙하게 전진과 후진을 반복한다. 하지만 이 트럭엔 운전기사가 없다. 이 트럭은 센서와 소프트웨어 기술로 작동하는 자율주행차인 까닭이다. 예테보리엔 운전기사가 없는 전기버스도 시범운행 중이다. 예테보리시는 50여 개 이상의 노선에 전기버스를 투입하면서 두 개 노선(16·55번)에선 자율주행 전기버스를 투입했다. 한국에 조선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긴 스웨덴이 절치부심하며 관련 규제를 선제적으로 풀면서 미래차 산업을 육성한 결과다.

스웨덴, 규제 확 풀어 미래차 지원
자율주행 전기버스 노선 생겨

한국, 도로 시험운행도 겹겹 규제
기술수준 1년 새 10위서 15위로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내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험하고,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도 광둥성에 자율주행차 기지를 설립한다.
 
반면에 한국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현대차 등 20여 개 기업·대학이 한국 정부로부터 임시허가를 받은 자율주행 차량은 고작 47대, 지난해까지 총 운행기록은 19만㎞에 불과하다. 미국 GM이 캘리포니아 한 개 주에서 딱 1년 동안 운행한 거리(21만1900㎞)에도 못 미친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제 탓이다. 자율주행차 안전운행 요건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임시운행 허가를 받으려면 대상 차종·운전자는 물론 시험운행 기술·구조까지 국토부 허가가 필요하다. 또 막상 임시운행 허가를 받아도 갖가지 제약이 따른다. 눈·우박은 물론이고 안개만 끼어도 시험운행할 수 없고, 운행이 가능한 온도(0~45도)까지 법으로 규정했다. 김경민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과장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4월부터 자율주행차 보험·법령 개선 논의를 시작했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기술 진보에 발맞춘 신속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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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국내 완성차 자율주행 기술력은 주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 중 최하위권일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 기술 전문 조사기관인 미국 내비건트리서치가 작성한 ‘2018년 자율주행 리더보드 리포트’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기술력은 19개 조사 대상 기업 중 15위(2018년)였다. 지난해 10위에서 다섯 계단이나 떨어졌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카셰어링 기업을 제외한 14개 완성차 제조사 중에선 13위였다. 지난해 자율주행 기술 능력이 현대차그룹에 뒤진다는 평가(13위)를 받던 도요타는 12위로, 18위였던 중국 베이징자동차는 14위다.
 
홍정표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기술 측면에서 하이브리드카·전기차 분야는 한국이 글로벌 선도 기술과 비교해 크게 뒤질 것이 없다”며 “하지만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인프라(충전소)·가격경쟁력(보조금) 정책이 한발 늦는 바람에 세계시장 점유율도 낮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하이브리드카, 중국은 전기차에 국가적 투자


뒷걸음질하는 현대차 자율주행 기술력

뒷걸음질하는 현대차 자율주행 기술력

기업의 전략적 판단 미스도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다임러그룹-보쉬, BMW-피아트크라이슬러, 바이두-베이징자동차 등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속속 손을 맞잡고 있다. 올해 1위로 뛰어오른 GM은 리프트(5400억원)·크루즈오토메이션(1조1000억원)·스트로브(비공개) 등 자율주행 기술 기업을 줄줄이 인수하면서 스티어링휠·브레이크도 없는 차세대 자율주행차량(크루즈AV) 개발에 성공했다.
 
또 포드는 사이프스·채리엇·아르고AI를 인수했고, 다임러는 플링스·쇼퍼프리붸를, 델파이는 누토노미를 인수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M&A에 소극적인 한국 완성차 제조사와 극명히 대조된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산업 연간 M&A 거래액(25억 달러)은 중국(290억 달러)·미국(254억 달러) 등 경쟁국의 10% 수준에도 못 미쳤다.
 
연구개발(R&D) 투자도 부족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162개 자동차 R&D 투자 기업 중 한국 기업(12개·7.4%)은 중국 기업(34개·21%)의 3분의 1 수준이다. 연구개발비·연구다양성·연구집약도 등 질적인 지표에서도 한국은 모두 중국보다 뒤떨어졌다.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도 문제다. 미래차 기술 변화·속도는 각종 불확실성으로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 때문에 각국은 산업 육성 측면을 고려해 미래차 정책을 추진한다.
 
예컨대 가솔린차 산업구조를 기반으로 한 미국 정부는 가솔린차에 유리한 환경규제를 도입하고, 경유차 경쟁력이 뛰어난 유럽연합(EU)은 이산화탄소(CO2) 규제를 강화해 경유차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도하는 일본은 하이브리드카에 인센티브를 집중하고, 내연기관 기술력이 낮은 중국은 전기차 육성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식이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는 전기차 등 특정 분야에 R&D 자금을 집중 투자하면서 기초원천기술·핵심기술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배충식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내연기관 기술력 저하는 판매 감소→미래차 투자 감소→미래차 경쟁력 약화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며 “내연기관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대전제’ 아래 미래차 기술을 육성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예테보리=문희철 기자, 포이어바흐=김도년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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