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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9화. 보름달의 신비, 늑대 인간

중앙일보 2018.10.01 15:39
인간과 늑대, 괴물과 수호신 사이에 선 존재
 
애니메이션 '늑대 아이'의 유키와 아메는 평범한 아이들로 보이지만, 흥분하면 늑대의 모습이 드러나는 '늑대 인간'이다.

애니메이션 '늑대 아이'의 유키와 아메는 평범한 아이들로 보이지만, 흥분하면 늑대의 모습이 드러나는 '늑대 인간'이다.

 
하나는 부모를 여의고 홀로 살아가는 대학생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한 청강생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함께 살게 되죠.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그가 물에 빠져 죽고 만 것이죠. 갑작스럽게 홀로 남게 된 하나는 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이를 홀로 키우게 됩니다. 대학을 중퇴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데 전념하기로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두 아이는 늑대로 변하는 늑대 아이였던 것이죠. 갑자기 귀가 솟아나고 꼬리가 생겨나는 아이들. 과연 하나와 아이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늑대 아이’는 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유키와 아메는 평범한 아이들로 보이지만, 흥분하면 늑대의 모습이 드러나는 ‘늑대 인간’이죠. 평소에는 인간의 모습이지만, 어떤 계기가 있으면 늑대, 또는 반 늑대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늑대 인간 이야기는 매우 오래전부터 다양한 곳에서 등장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책 『역사』에서도 1년에 1번 늑대로 변한다는 네우로이인에 대해 소개하고 있죠. 로마의 학자였던 플리니우스도 『박물지』에서 늑대 인간을 언급하고 있으며, 기독교 구약 성경에서도 늑대로 변할까 봐 고민하는 왕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설이나 설화 속에서도 전사들이 늑대나 곰으로 변신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에스키모들 사이에선 곰 가죽에 마력이 있어서 집 밖에서 곰 가죽을 뒤집어쓰면 곰이 된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죠.
 
다양한 형태로 전해지던 늑대 인간 이야기는 소설·영화 등을 통해서 현재와 같은 형태로 정착되었습니다. 바로 보름달이 뜨면 거대한 몸에 털이 숭숭 나고 늑대 얼굴의 괴물이 돼, 사람들을 습격하는 이야기로 말이죠. 이러한 모습은 1935년 세계 최초로 늑대 인간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영화 ‘런던의 늑대 인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늑대 인간은 반은 늑대이고, 반은 인간인 모습으로 등장하여 사람을 공격하죠. 그 후 여러 영화에서 이런 설정이 정착되며 우리가 아는 ‘괴물 늑대 인간’이 탄생합니다.
 
영화 속의 늑대 인간은 굉장히 강력한 마수입니다. 힘은 인간보다 몇 배나 강하고, 날렵한 몸놀림으로 벽을 뛰어넘고 지붕을 타고 달리기도 합니다. 게다가 생명력도 강해서 평범한 칼이나 총으로는 죽일 수 없으며, 팔다리가 잘려도 다시 자라나거나 붙기도 하죠. 오직 보름달 또는 달밤에만 변신할 수 있는 만큼 낮에는 힘을 발휘할 수 없지만, 밤이 되면 약점이 거의 없는 무적의 괴물로 변신합니다. 그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은으로 만든 탄환이나 은으로 도금한 칼 같은 것뿐입니다. 일설에는 은 십자가를 녹여서 만들어야 한다고도 합니다. 그것도 제대로 명중하지 않으면 소용없죠.
 
평소에는 평범하거나 왜소한 사람이 밤만 되면 체격이 커지고 무적의 괴물로 변신하는 히어로 같은 느낌 때문인지, 늑대 인간은 흡혈귀의 맞상대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귀족적인 흡혈귀와 야성적인 늑대 인간이라는 점이 대비되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늑대 인간은 인간처럼 평범하게 자손을 낳고 살아가지만, 흡혈귀나 좀비처럼 늑대 인간이 물거나 할퀴면 점차 늑대 인간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는 에스키모 전설처럼 늑대 가죽을 뒤집어쓰면 늑대가 된다거나, 보름달 밤 동물 발자국에 고인 물을 마셔서 늑대 인간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죠.
 
전설 속 늑대 인간은 조금 다른데요. 평범한 늑대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죠. 늑대는 개의 조상이다 보니, 조금 큰 개처럼 보일 수도 있어 거리에 있어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거나 간혹 특별한 능력을 갖췄기도 하지만, 대개 평범한 늑대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늑대 아이’에서처럼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죠. 전설 속에서 종종 가축이나 인간을 습격하는 나쁜 존재로 등장하지만, 한편으로는 수확 때를 노리는 악마나 마술사와 싸워 수확물을 지켜주는 신과 같은 존재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개와 마찬가지로 늑대의 울음소리에는 사악한 존재를 몰아내는 힘이 있다고 하여 수호신으로 숭배되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늑대 인간은 흡혈귀보다는 좀 더 인간적이며, 때로는 우리 친구가 되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늑대 인간 전설에는 또 다른 면이 있습니다. 마녀재판이 성행한 중세시대, 죄를 지은 사람들을 ‘늑대’라고 부르고 늑대 분장을 시켜 숲으로 내쫓았다는 것이죠. 그렇게 쫓겨난 이들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면서 늑대 인간 전설이 더욱 성행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흡혈귀와 관련된 박쥐처럼, 늑대 역시 보기보다 온순하다고 해요. 그들의 후손이 개가 되어 우리를 지켜주었듯, 우리 친구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거죠. 혹시라도 주변에 강아지 귀와 꼬리가 달린 아이가 있다고 해도 차별하지 않고 인사를 해 보는 게 어떨까요.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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