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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 굴복 안 해" 마케도니아 국호 변경 국민투표 부결

중앙일보 2018.10.01 11:38
나라 이름을 바꾸려던 마케도니아 정부의 계획이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 외신은 마케도니아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호 변경 찬반 국민투표'가 치러졌지만, 투표율이 50%를 넘기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 [AP=연합뉴스]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 [AP=연합뉴스]

마케도니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투표 마감 30분 전 공식 집계된 투표율은 35%에도 이르지 못했다. 투표율이 최소 50%가 넘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투표에 참여한 이들의 찬성률은 높았다. 투표함을 60% 가까이 개표한 결과 국호 변경 찬성률은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도니아 정부가 국호 문제를 두고 남쪽으로 국경을 맞댄 그리스와 갈등해온 지는 30년 가까이 됐다.  
 
마케도니아는 1991년 유고 연방에서 독립 후 '마케도니아 공화국(Republic of Macedonia)'을 국호로 삼았지만, 그리스는 이 국명을 두고 끊임없이 문제 삼았다. '마케도니아'란 이름이 오래전부터, 현재의 마케도니아 공화국뿐 아니라 그리스와 불가리아 등 여러 나라에 걸친 지역을 일컫는 지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자국 북부 지역에 이미 '마케도니아'란 이름의 행정구역이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들었다.  
 
두 나라 모두 고대 마케도니아 태생의 '정복왕' 알렉산더 대왕(기원전 336~323)을 자신들의 선조로 여기고 있다는 점도 갈등 요인이 됐다. 알렉산더 대왕이 통치한 지역은 현재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지역을 아우르지만 두 정부는 각각 자신들의 선조로 내세우며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았다. 그리스 정부는 현재 마케도니아 국민이 그리스 혈통이 아닌 남슬라브인이란 점을 들어 알렉산더 대왕의 '적자'가 아니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갈등 때문에 마케도니아는 1993년 유엔에 가입할 때도 그리스의 반대에 부딪혀 '구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란 이름으로 가입해야 했다.  
이후에도 그리스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려는 마케도니아에 반대하며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  
지난 6월 국호 변경 합의안에 서명하는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외무장관. 뒤에서 두 나라 총리가 지켜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월 국호 변경 합의안에 서명하는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외무장관. 뒤에서 두 나라 총리가 지켜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갈등은 지난해 5월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가 취임하며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EU와 나토에 가입해야만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여긴 자에브 총리는 그리스와의 협상 끝에 지난 6월 국명을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바꾸는 데 합의했다. 대신 그리스는 마케도니아가 EU와 나토에 가입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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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마케도니아 국민은 '그리스에 항복했다'며 격렬히 반대했고 국민투표 보이콧 운동까지 일었다.  
 
이번 투표 결과로 자에브 총리는 국정 운영 동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럼에도 자에브 총리가 "그리스와 더 나은 협정은 없을 것이며, EU와 나토에 가입하는 것보다 좋은 대안도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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