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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폭염에 씨 마른 줄 알았는데···송이버섯 '대풍년'

중앙일보 2018.10.01 11:30
“살인적인 폭염에 포자가 다 타죽어 흉작일 줄 알았는데…”
송이버섯 이미지[중앙포토]

송이버섯 이미지[중앙포토]

 

양양군 지난해 비교해 7배 늘어난 수치
첫 경매 10㎏ 예상했는데 120㎏ 나와
기온 그나마 낮았던 영동에 간간이 비
포자 타죽지 않고 살아나 수확 늘어

40년째 송이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에서 송이판매점을 운영해 온 박호원(73)씨는 최근 며칠간 300㎏이 넘는 송이를 판매했다. 박씨는 평년엔 9월 초면 나오던 송이가 중순까지 보이지 않자 흉작을 예상했었다. 
박씨는 “지난달 14일 첫 경매에 10㎏가량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하루에 120㎏이 들어오기도 했다”며 “폭염 이후 곧바로 비가 내려 포자가 타죽지 않고 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양양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수매된 송이는 9292㎏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누적 공판량이 1389㎏인 점을 감안하면 7배나 늘어난 수치다. 더욱이 앞으로 10일가량 더 채취가 이루어지는 만큼 공판량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강원도 양양군 송이영농조합법인 관계자가 자연산 송이를 등급별로 분류되고 있다. [중앙포토]

강원도 양양군 송이영농조합법인 관계자가 자연산 송이를 등급별로 분류되고 있다. [중앙포토]

지표 기온 15~25도에 잘자라
그렇다면 폭염에 이어 태풍, 폭우로 전문가들조차 흉작을 예상했던 ‘송이버섯’이 풍작을 이룬 이유는 뭘까.
국립산림과학원 가강현 박사는 “양양 등 영동지방은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영서지방보다 온도가 낮고, 가끔 비도 내려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었다”며 “버섯은 온도와 강수량의 영향을 받는다. 만약 폭염 일수가 적고, 비가 더 많이 왔다면 생산량이 지금보다 더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이버섯은 땅속 20~30㎝ 깊이에 있던 포자가 봄~여름 동안 영양분을 비축했다가 싹을 틔운다. 이후 날이 선선해지는 9월부터 10월까지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지표 기온이 15∼25도 안팎을 유지할 때 잘 자라고 8~10월 500~600㎜의 비가 내리면 풍작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30도를 넘으면 포자 발아에 이상이 생긴다. 또 35~40도를 넘으면 죽는다. 
강원도 양양군 서면 송천리 인근 야산에서 마을주민이 채취한 송이 버섯 [중앙포토]

강원도 양양군 서면 송천리 인근 야산에서 마을주민이 채취한 송이 버섯 [중앙포토]

송이 가격 흉작 때보다 30% 저렴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전국에서 수매한 송이는 8만3901㎏으로 지난해 수매한 4만742㎏보다 두 배가 늘었다. 풍작이었던 2016년에는 올해와 비슷한 8만241㎏을 수매했다.
송이 대풍에 송이축제장도 성황이다. 양양군은 지난달 28일에 시작한 양양송이축제에 25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29일부터 경북 봉화군에서 열리는 봉화송이축제장에도 저렴한 가격에 송이를 구매하려는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양양군 관계자는 “현재 1등급 기준 송이 가격은 50만원, 2등급은 40만원, 3·4등급은 30만원대로 거래돼 흉작 때보다 20~30%가량 가격이 저렴한 상황”이라며 “송이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보니 축제장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양양=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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