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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반대파가 미국 행정부 강박” 유엔서 트럼프 정적 공격한 이용호

중앙일보 2018.10.01 00:02 종합 3면 지면보기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북·미 간 협상 채널로 등장했다. 뉴욕을 방문한 이 외무상은 지난달 2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난 데 이어 29일(현지시간)엔 유엔 총회 무대에서 ‘대가 없이 비핵화 없다’는 북한의 핵 협상 원칙을 공언했다. 이용호는 이날 유엔 연설에서 외교적 언어도 구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다. 그는 북·미 협상 난항의 이유에 대해 “미국의 정치적 반대파들은 정적을 공격하기 위한 구실로 (중략) 험담을 일삼고 (중략) 무리한 일방적 요구를 행정부에 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문제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를 폄훼하려는 정적들로 인해 협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논리다. 그간 북한이 취해온 ‘트럼프 비난 금지령’을 국제사회에 확인시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서적 호응을 이끌어내 우호적 협상 기반을 마련해보려는 외교적 수사다.
 

트럼프 맞춤형 외교적 수사 구사
미, 스파이 출신 김영철에 불만
이용호가 협상 창구로 떠올라

이를 놓고 평양이 워싱턴의 ‘김영철 피로감’을 염두에 두고 ‘굿캅’ ‘배드캅’식의 역할 분담으로 포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교’를 강조하지만 백악관과 국무부에선 그간 대미 협상의 창구였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 대한 불만이 표면화한 지 오래다. 6·12 북·미 정상회담 후 실무 협상이 교착에 빠진 7월,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내 관리들을 인용해 김영철을 협상 난항의 주범으로 꼽았다. 반면 이용호는 김영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외교관 냄새’가 나는 인물이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WP에 “김영철은 스파이 출신으로 협상가가 아니지만 이용호는 이슈를 잘 알고 있으며 영어도 완벽하게 구사한다”고 말했다. 이용호는 또 대미 핵 협상에서 잔뼈가 굵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이용호에 대해 “(1차 북핵 위기 당시) 외무성마저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나선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따라서 이용호의 등장은 미 국무부-북 외무성 라인이 북핵 실무 협상 국면에서 본격 가동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단 이용호와 김영철의 협상 스타일 차이가 협상 진척에 도움을 줄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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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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