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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광고·먹튀 … SNS에 제2 미미쿠키 판친다

중앙일보 2018.10.01 00:02 종합 16면 지면보기
지난 8월 김모(42·여)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구매대행을 통해 아이돌 가수인 워너원 관련 상품을 주문했다. 중학생 딸에게 줄 선물이었지만 2주가 지나도 상품은 도착하지 않았다. 판매자는 SNS 채팅을 통해 구매자를 모은 후 돈이 입금되자 잠적해버렸다. 김씨는 “응원용 봉이나 티켓 등 다양한 상품 거래가 SNS에서 이루어지는데 사기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딸도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마트제품을 ‘유기농·수제’로 속여
"워너원 상품 판매” 돈만 받고 잠적
“정부 인증 쇼핑몰인지 확인해야”

최근 발생한 ‘미미쿠키’ 사건을 계기로 SNS마켓의 피해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미미쿠키 사건은 SNS를 통해 유기농 재료로 만든 수제 쿠키를 판다는 업체가 알고 보니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제품을 팔아온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SNS은 개인 간 거래이다 보니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피해를 봐도 구제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제2, 제3의 미미쿠키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올 상반기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SNS 쇼핑 관련 소비자 상담은 498건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8% 증가했다. 피해를 본 SNS 종류는 연령대별로 달랐다. 블로그에서는 20·30대 소비자 피해가 잦았고 카카오스토리는 40대, 네이버 밴드는 50대 이상의 소비자 피해가 집중돼 있었다. SNS 유형별로는 네이버 밴드와 인스타그램이 2배 이상, 카카오스토리에서 1.5배 이상 쇼핑 관련 소비자 피해가 늘었다.
 
피해 유형은 소비자가 상품 구매 결정을 번복해도 이를 판매자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청약철회 거부가 347건(69.7%)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상품 구매 후 해당 SNS 운영중단 및 판매자와 연락 두절(53건·10.6%)▶배송지연(43건·8.6%)▶제품 불량 및 하자(41건·8.2%) 순이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마켓은 상품에 대한 판단을 직접 보고 할 수 없는 만큼 소비자가 피해를 볼 위험이 오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구매 전 해당 업체가 정부에서 운영하는 쇼핑몰 인증 제도 등 조건을 지키는지 따져야 한다”며 “검증 안 된 사업자에게 물건을 사는 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SNS마켓의 과장·허위 광고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유기농이라고 온라인에 적혀 있어도 소비자는 사실을 알 수 없다”며 “허위 광고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이고 관련 기관이 더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SNS마켓 판매자들은 온라인 판매 신고를 하지 않은 무허가 업체들이 많다. 개인 간 거래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사실은 대규모로 물건을 판매하면서도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 세금을 피하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미미쿠키는 2016년 5월 충북 음성군청에 휴게음식점으로만 신고해 오프라인 판매는 가능하지만 온라인 판매는 불가능했다.
 
국세청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해 지난 7월 발표한 ‘온라인 개인 상점 세원관리방안 연구보고서’ 따르면, 온라인 공동구매를 통해 화장품, 의류, 유아용품 등 생활용품을 한 번에 억대로 거래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마켓에 대한 거래 통계, 현황 등 실태 파악은 어렵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인 간 중고 거래 등 모든 온라인상 거래를 파악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규모가 큰 블로그 마켓 등은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하고 탈세 관련 제보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온라인 개인 간 거래는 소매 거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혼자 관리할 순 없다”며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책임감을 갖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윤·박태인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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