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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공정위에 “정보 교환했다고 담합? 명확히 해달라”

중앙일보 2018.10.01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국내 철근 가격은 6개 제강사와 대한건설자재직협회가 모인 철근가격협의체에서 결정된다. 이 협의체에서 기준가격을 정하면 개별 제강사가 이 가격에서 할인 폭을 정해 최종 판매가가 결정되는 것이다. 기준가격을 기업들이 협의해 정하다 보니, 제강사들이 모이면 가격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10월 4일까지 입법 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런 행위가 담합이 될 수도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앞두고 건의
형사처벌 조항 대폭 삭제도 요구
“선진국과 달리 적용 기준 포괄적”

송승혁 대한상의 경제정책팀 과장은 “개정안엔 ‘(기업들이) 가격·생산량 등의 정보를 교환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담합으로 추정하게 돼 있지만, 문구가 애매해 기업들은 어디까지 정보를 교환할 수 있을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건의 내용

대한상의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건의 내용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8일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입법 예고안’에 대한 기업들의 건의문을 공정위에 제출한 것은 이런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이 건의문에는 앞서 설명한 담합 관련 정보 교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 등 총 5가지 사항이 담겼다.
 
대한상의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해 공정위 이외에 누구나 담합 행위 등에 대한 고발권을 갖도록 한 조항과 관련해서도 공정위와 검찰의 중복 조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경쟁사에 대한 허위 고발 등 고발이 남용될 때를 대비한 방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익법인이 대기업 총수의 지배력 강화 등에 악용 수 있다는 이유로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도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큰 만큼 공익법인의 공시·사회공헌 의무를 강화하는 등 관리·감독을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계열사 간 내부거래 규제 대상을 확대한 조치와 공정위가 장려하는 지주회사 제도도 상충하는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가 피라미드 형태로 계열 기업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체제는 본질적으로 다른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야 유지된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내부거래 규제 대상을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와 그 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가진 회사’로 확대하면 지배 회사의 지분율을 낮출 수밖에 없게 된다.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되는 걸 피하자면, 지주회사 제도 도입이 쉽지 않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란 것이다. 상의는 지주회사의 경우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건의했다.
 
또 공정거래법에 따라 형사 처벌을 하는 조항도 대폭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캐나다는 담합에 한해, 미국·일본은 담합과 시장 지배력 남용에 대해서만 형벌 조항을 두고 있지만, 한국은 불공정거래 등 대부분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형벌 조항이 있다. 한국이 주요 선진국에서 적용하는 기준보다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법을 위반할 의도가 없는 데도 제재 대상이 되는 기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향후 입법 절차에서 불확실한 부분이 명확하게 보완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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