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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박정환의 계산서

중앙일보 2018.10.01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32강전 2라운드> ●박정환 9단 ○시바노 도라마루 7단
 
9보(120~131)=박정환 9단이 장고에 들어간 이유는 이 장면에서 백의 거대한 노림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까딱하면 내내 우세했던 바둑이 한순간에 어지러워질 수 있는 위태로운 순간이다. 찰나의 순간에도 공든 탑은 와르르 무너진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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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 122로 젖혔을 때 흑은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흑1로 같이 젖히면, 흑7까지 수순으로 우하귀 백을 순조롭게 잡을 수는 있다. 실리로는 엄청난 득을 봤지만, 그다음이 문제다. 백6으로 흑의 연결고리가 일차적으로 차단됐기 때문에 백8~14로 거대한 흑 대마가 사활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불리했던 시바노 도라마루에게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오는 셈이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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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낸 박정환 9단은 123으로 밖에서 단수치고 125~129로 우변을 갈랐다. 지금은 무리해서 우하귀 백을 잡지 않고 실전대로 가도, 집으로 충분히 승산 있다는 의미다. 박정환 9단의 머릿속에는 이미 명료한 계산서가 나온 듯하다. 반상에 내려놓는 한 수, 한 수에 확신이 묻어난다.
 
이후 박 9단은 좌하귀로 손을 돌려 131로 묘한 곳을 끊었는데 이 역시 준비된 한 수였다. 반상 이곳저곳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그의 깊고 넓은 수읽기는 아마추어의 좁은 보폭으로는 따라잡기가 어렵다. 과연 131은 어떤 의미를 가진 수일까.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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