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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특명 “중국을 국제 무역 거래에서 몰아내라!”

중앙일보 2018.09.29 16:20
며칠 전 베이징 취재에서 만난 중국의 유력 매체 차이신(財新)기자와의 대화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제가 정말 힘드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미국, 중국의 고용·기술 추격 우려
단순 무역 전쟁 아닌 글로벌 거버넌스 경쟁

중국, 단기 충격 감내하며 장기전 나서
우리도 영향 피할 수 없어…대비책 마련 절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신심(信心), 즉 경제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불안감을 갖기 시작했다. 굳건했던 경제가 트럼프의 공격에 휘청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투자가는 돈을 빼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는다. 연말 경제 수치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다.  
 
둘째는 민영기업 위기다. 중국에서는 경제가 불안해지면 국가, 국유기업이 나선다. 국진민퇴(國進民退)다. 시진핑 집권 2기에 들면서 민영기업에 대한 관리가 특히 심해졌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민영기업의 자율 경영이 침해받고 있다. 민영기업은 중국 경제의 활력소다. 그들이 위축되면 걱정이다..."
 

트럼프가 꽂은 비수는 그렇게 중국 경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관계와 언론계를 두루 거친 경제 전문가다. 그가 최근 중앙일보의 중국연구모임인 '중중연'에 와 특강을 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주제였다. 그의 강연을 중심으로 두 경제대국이 전개하고 있는 전쟁 속으로 들어가 보자.
 
김 교수는 "트럼프가 아니어도 어차피 일어날 전쟁이었다"라고 말한다. 중국의 존재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안보 면에서도 그렇고, 특히 기술 경쟁 측면에서도 그렇다. 그러기에 이번 무역전쟁은 단순히 무역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안보 전쟁, 기술전쟁, 그리고 더 나가 글로벌 거버넌스 경쟁의 속성을 갖는다는 게 김 교수의 시각이다.  
 

미국을 초조하게 만든 건 일자리다.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는 게 트럼프의 확고한 시각이다. 미국의 제조업 고용을 보여주는 다음의 PT 장표를 보자.  
 
중국이 WTO에 가입한 게 2001년이다. 바로 그 해부터 미국의 제조업 분야 고용은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도대체 그 일자리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김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미국의 대표적인 가구 도시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힉코리(Hickory)는 1999년 실업률이 2% 남짓이었다. 그런데 2015년에는 15%로 높아졌다. 중국에서 가구가 쏟아져들어 왔기 때문이다. 2000년 44억 달러였던 미국의 중국산 가구 수입은 2015년 204억 달러로 급증했다. 중국이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에 진입했을 때, 힉코리의 일자리는 중국으로 간 것이다. 서방의 자유무역 시스템으로 중국만 득 봤다는 게 트럼프의 시각이다.
 
결국 일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제 전쟁이었다는 얘기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어떤 정책을 쓸지는 지난 3월 말에 발표된 USTR 보고서에 그대로 나와있다.  
 
"Under President Trump’s leadership, we will use all available tools to discourage China from undermining true market competition" - 보고서 요약, 4 페이지  
 
트럼프 대통령 시기, 미국은 중국을 굴복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선언이다.  
 
트럼프가 USTR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를 명령한 게 2017년 8월이었다. 그 결과 보고서가 3월에 나왔고, 트럼프가 500억 달러 어치 대중 관세 부과로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게 바로 그 3월이었다. 트럼프는 의도된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 USTR의 보고대로 트럼프는 중국을 굴복시키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다 동원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중앙일보의 중국연구 모임인 '중중연'에서 강연하고 있는 김동원 교수

중앙일보의 중국연구 모임인 '중중연'에서 강연하고 있는 김동원 교수

미국이 지금 중국을 공격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기술 추격이다.

중국은 언제나 기술 후발국이었다. 미국 기술을 베끼는데 익숙한 '짝퉁의 나라'였다. 그런데 요즘 좀 이상해졌다. 5G, AI, 전기자동차, IoT 등 차세대 먹거리 분야에서 미국을 압도할 기세다.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정부다. 정부가 나서 제조업 기술 혁신을 이끈다. 소위 말하는 '중국제조 2025'다.
 
"制造业是国民经济的主体,是立国之本、兴国之器、强国之基(제조업은 국민경제의 주체요, 입국의 근본이요, 흥국의 수단이요, 강국의 기반이다)"
 
중국 국무원이 2015년 5월에 발표한 '중국제조 2025' 문건의 첫 구절이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벤치마크한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명확하다. 중국을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키우자는 것이다. 핵심 부품과 원자재 자급률을 2015년 40%에서 2020년 7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중국 내 완벽한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소위 말하는 '홍색공급망'이다.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하려는 중국의 꿈이 담긴 게 '중국제조2025'다. [출처 중국정부망]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하려는 중국의 꿈이 담긴 게 '중국제조2025'다. [출처 중국정부망]

효과는 나오고 있다. 화웨이는 5G 영역에서 글로벌스탠더드를 만들어가고 있고 BYD는 전기차 시장에서, CALT는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최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빅데이터, 전자상거래 시스템은 어떤 부분에 있어선 미국의 수준을 능가한다. 소위 말하는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중국이 한 판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역은 기존 제조업과는 달리 다른 나라, 다른 기업과 분업하는 구조가 아니다. 표준을 잡는 자가 독식한다. 한 번 뒤지면 따라잡기도 힘들다. 그런 영역에서 중국이 치고 나오면서 미국을 자극한 것이다. 미국이 화웨이, ZTE 등을 골라 때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이 기술을 훔쳐 갔다는 게 이유다.

"The acts, policies, and practices of the government of China directed at the transfer of U.S. and other foreign technologies and intellectual property are an important element of China’s strategy to become a leader in a number of industries, including advanced technology industries, as reflected in China’s “Made in China 2025” industrial plan, and other similar industrial policy initiatives"  - USTR 보고서 15페이지
 
중국정부의 모든 정책은 미국과 서방의 기술을 빼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USTR은 중국제조2025를 특정해가며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경계하고 있다.
 
이제 미국의 입장은 분명해졌다. 중국을 글로벌 가치 사슬(GVC)에서 쫓아내려는 것이다. 중국은 WTO 가입을 통해 GVC에 깊숙하게 들어왔고, 이를 통해 기술을 빼내가고 있다. 자국의 방대한 시장을 무기로 기술을 끌어들인 뒤 이를 흡수하고, 다시 혁신을 시도한다.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확고한 생각이다.
 
[출처 중앙포토]

[출처 중앙포토]

무역전쟁은 종국적으로 거버넌스에 관련된 문제로 비화된다.

중국이 "엇! 미국 별 것 아니네?"라고 생각한 건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였다. 서방 자유 시장경제의 본산이라는 월스트리트에서 터진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나온 게 중국 역할론이다. 미국 내에서도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제 너희는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야 할 G2"라며 중국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중국의 오판은 그 때 시작된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개최로 한껏 자신감이 높아진 터였다. 4조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 자금을 풀 수 있는 힘이 있었고, 그 돈 덕택에 독야청청 홀로 성장세를 누렸다. 위안화 국제화가 추진됐다. 미국의 양적완화에 넌더리를 친 중국 중앙은행(중국인민은행) 행장 저우샤오촨은 "위안화를 기축통화의 반열에 올리겠다"며 주요 국가의 금융 수장을 만나고 다녔다. "드디어 중국의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구한다"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한 발 더 나갔다. 위대했던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며 '중국몽'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고, 옛 실크로드를 부활한다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국을 제외한 70여개 국가를 '일대일로 주변 국가'로 묶고 차이나 스탠더드가 통하는 곳으로 만들겠다 선전했다. ADB(아시아개발은행)를 대체할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도 만들었다. 아프리카 정상 40여 명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시진핑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 "태평양은 넓으니 미국과 중국이 나눠 관리하자"고 말이다.  
 
패권의 도전이다.
미국에게 말이다.  
 
지금 트럼프는 그 도전에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이 전선이 무역을 넘어 금융, 더 나가 군사 영역으로 넓어질 지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장기전이다. 중국은 "내 머리에 총구가 겨눠져 있는 상황에서는 협상에 나설 수 없다"고 버틴다. 공산당 지도부에게 '무조건 항복'이라는 이미지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트럼프의 입장에서 볼 때 협상의 여지는 많지 않다. 두 나라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하더라도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 중국을 밀어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이 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은 결국 미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카드를 하나하나 내미는 한편 내부 전열을 정비해가면서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가 없는 건 아니다. 미국 제조업의 서플라이 체인이 필요로 하는 자원·부품 등을 수출 금지로 맞대응할 수도 있다. 사드 때 써먹었던 방식이다. 희토류 공급을 끊어 아이폰 생산에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내부 결집을 위한 작업은 치열하게 준비되고 있다. 길은 하나,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8월 국가 과학기술 영도소조를 창설했다. 국가 과학기술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중대 프로젝트를 조율하는 기구다. 리커창 총리가 조장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실세 류허 부총리가 부조장으로 일한다. 시진핑 주석은 요즘 입만 열면 '기술 개발'을 말한다. 쉽게 끝나지 않을 전쟁, 중국은 그렇게 지구전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타격은 불가피하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중국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차이신 기자의 말대로 아직 수치에는 반영되지는 않지만, 연말에는 뚜렷한 신호가 나올 수 있다.  
 

자, 문제는 우리다.

우리는 GVC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 김 교수가 제시하는 PT 한 장 더 보자.
 
이 표는 한 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글로벌 밸류 체인에 의한 산출 비율을 보여준다. 국제 분업을 통해 생산된 제품이 전체 수출에서 몇 %를 차지하느냐를 수치화했다. GVC에 가장 많이 노출된 나라는 대만이다. 국제 분업 체계가 완전히 끊어진다면 수출의 약 68%가 줄어들 수 있다(물론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이 수치가 약 65%로 4위다. 이는 곧 우리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크게 노출됐다는 걸 말해준다. 글로벌 밸류 체인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생기면 우리 경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김동원 교수는 퍼펙트 스톰, 경제 위기를 우려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우리의 피해, 그리고 대응은 다음 기회에 다시 한 번 얘기하자.
 
차이나랩 한우덕
 
 
※ 참고1 : 2018 USTR 연례 보고서
※ 참고2: 중국 국무원 '중국제조2025'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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