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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달리는 전기차 … 수소차 10만 대 팔면 가격 경쟁력 가속

중앙선데이 2018.09.29 00:40 603호 3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글로벌 수송 에너지 로드맵
#2050년 서울.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에 주차장이 없다. 대신 시 외곽에 아주 널찍한 공용 전기차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주거지역 주차장은 모두 공원이나 주민 편의시설로 바뀌었다. 차는 더 이상 사유재산이 아니다. 필요할 때 부르면 집으로 전기 자율주행차가 찾아온다. 대중 교통, 대형 화물차 등 상용차의 대부분은 수소연료로 움직인다.

전기차 110만, 수소차 7800대지만
2050년엔 수소차 판매 3500만 대
5700만 대 판매 예상 전기차 추격

중국 ‘수소 굴기’ … 일본·독일도 집중
한국은 11월 수소충전소 SPC 출범

 
세계 각국 에너지 로드맵을 따라가면 미래는 이렇다. 이 지도엔 내연기관 자동차는 없다. 폴크스바겐이 촉발한 디젤 게이트로 디젤이 가장 먼저 퇴출됐다. 유럽 각국에서는 지난해 2025년부터 내연차 판매 금지안이 연이어 발표됐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선 2019년부터 친환경차 의무판매 제도가 엄격하게 시행된다. 가솔린과 디젤 시대의 종언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런 움직임은 2016년 파리협정에서 약속된 신기후체제 시작으로 온실가스와의 싸움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195개 협정 당사국은 자발적으로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늦어도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한다. 한국은 목표량의 30%인 3000만t을 선박까지 포함한 수송 부문에서 줄여야 한다. 각국 정부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차량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제출한 계획만으로는 협약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감축목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친환경차 시대가 필연인 이유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차(EV)가 차세대 차량 중 대세로 보인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FCEV)의 부상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단 전기차 확산 속도가 보는 것만으로 숨가쁠 정도로 빠르다.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가 110만 대를 넘었다. 100만 대를 넘어서기는 사상 처음이다. 테슬라와 닛산, 중국 BAIC 등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한국에서도 올해 상반기에만 전기차 1만1000대가 팔렸다. 지난해 1년치(1만3000대)와 맞먹는다. 하지만 아직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이다. 절대적 우위라고 보기엔 이르다. 수송 분야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전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소가 일정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컨설팅회사 매킨지가 발표한 ‘수소 경제 사회 구현을 위한 로드맵’에 따르면 2050년 수소와 관련된 전 산업 분야에서 연간 2조5000억 달러의 시장 가치와 일자리 3000만 개가 창출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에 판매되는 자동차 1억7000만 대 가운데 전기차가 3분의 1을 차지하겠지만 수소차 판매량도 17.7%인 35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수소차는 첫걸음을 뗀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차는 7800대 남짓이다. 높은 가격과 인프라 구축 비용이 보급 장벽이다. KTB투자증권 이한준 애널리스트는 “판매량이 10만 대 이상 되는 시점에서 연료전지 가격은 현재의 절반 이하(㎾당 50달러)로 하락할 수 있다”며 “그러면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전망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각국 수소 확산 계획 중에는 중국 ‘수소 굴기’가 주목받는다. 중국은 ‘2030년 수소차 100만 대 시대’를 선포하고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는 중국의 첫 수소 승용차(로위950)와 수소 버스(맥서스FCV80)를 선보였다. 현재 수소차는 60여 대, 수소충전소는 5곳에 불과한데 2년 뒤엔 이를 5000대 100기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어 2025년 5만 대 300기, 2030년 100만 대 1000기가 계획돼 있다. 충전소 구축 비용 60%를 정부에서 부담하고 수소차에 대한 보조금은 전기차의 5배인 20만~50만 위안을 지급한다.
 
일본은 수소차 양산 모델 2종(토요타 미라이, 혼다 클래리티)을 갖고 있고 현재 1800여 대를 보급했다. 원전사고 이후 수소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보고 ‘수소사회실현’을 목표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2014년 6월에는 수소연료전지 로드맵을 마련하고 충실히 단계를 밟아 가고 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수소차를 4만 대로 늘리고 2030년엔 이를 80만 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독일은 수소차 도입에 앞서 충전소부터 설치하고 있다. 에어리퀴데·다임러·린데·OMV·쉘·토탈 등 6개 사가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서 이미 50여 기를 설치했다. 수소차가 없는데 인프라부터 구축하는 실험이라 주목받는다. 2016년부터 10년 계획으로 14억 유로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수소연료 전지 기술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2023년까지 수소차 65만 대, 충전소 4000기 설치가 목표다.
 
한국은 현대차가 201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하는 등 기회를 노려볼 만한 위치다. 그동안 충전소 설치를 정부가 떠맡으면서 보급 속도가 더뎠다. 앞으로는 민간 업체와 에너지 공기업이 수소 인프라 구축에 드는 초기 비용을 분담하기로 했다. 11월 출범하는 수소충전소 설치운영을 위한 SPC는 투자자들이 초기 적자를 공동으로 감수하는 구조다. 2022년까지 충전소 310기를 짓는다. 이때까지 수소 승용차 1만5000대, 대형 수소 버스 1000대가 보급될 전망이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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