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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사찰 첫 단계는 영변뿐만 아니라 모든 핵 완전한 신고”

중앙선데이 2018.09.29 00:32 603호 6면 지면보기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지난 4일 워싱턴 민주주의수호재단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지난 4일 워싱턴 민주주의수호재단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관철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일단 연내 사찰에 착수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안드레아 톰슨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은 대규모 사찰단을 꾸리기 위해 핵·미사일 전문가 인선에 들어갔다. 10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확답할 경우 곧바로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서다.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북 우라늄 농축 시설 하나 이상
협상 단계부터 IAEA 참여 필요

개발·운영한 북한 사람들 만나
핵시설 30년 가동 역사 파악해야

북한·이란 핵사찰을 담당했던 올리 하이노넨(사진)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27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단순 참관이 아닌 사찰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30년 전 핵시설을 가동한 첫날부터 얼마나, 어떻게 핵물질·핵무기를 생산했는지에 대한 완전한 신고”라며 “이에 실패한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7년 6자회담 합의(2·13 합의와 10·3 합의)와 전혀 다른 출발을 하려면 협상 단계부터 IAEA가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하이노넨 박사와의 주요 문답.
 
1994년과 2007년 사찰 책임자로서 조건부 영변 사찰 허용을 어떻게 보나.
“영변은 단순한 핵시설이 아니다. 우리는 거기에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재처리 시설이 있고, 건설 중인 실험용 원자로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추출한 플루토늄을 플루토늄 메탈로 전환해 실제 핵무기로 제조하는 공장이 영변에 있는지 등 추가로 확인할 사항들이 있다. 이런 활동들이 (북한 당국에 의해) 보장되느냐가 문제다. 그러므로 사찰의 첫 단계는 현재 영변에 있는 시설뿐만 아니라 과거 존재했던, 운영됐던 시설들을 포함한 핵 활동 전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신고다. 신고를 받은 다음에는 IAEA 등이 이를 검토, 해체에 가장 좋은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고를 안 하고 있다.
“완전한 신고는 비핵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하다. 북한이 정말 비핵화에 진지한지 보여줄 시험대이기도 하다. 제네바 합의 때는 IAEA가 경수로 완공후 최종 검증 단계에서 북한에 요구할 검증 리스트를 작성했는데 30페이지 분량이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지금은 훨씬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고 분량도 엄청날 것이다.”
 
숨겨진 핵시설도 있어 영변 해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나도 동의한다. 거대한 복합체와 같다. 핵 활동의 일부는 영변, 일부는 강선과 함흥에서도 벌어진다. 이 중 영변은 대부분의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임은 틀림없다. 우리는 동시에 북한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갖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도 갖고 있다.”
 
또 어떤 검증 활동이 사찰에 중요한가.
“해체 전 사찰단은 개발과 운영을 담당한 사람들과 만나 이 시설의 가동 역사를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우라늄 농축 공장과 재처리 공장에서 샘플(시료)을 채취하고 핵 신고 내용과 샘플 채취에 만족했을 때만  해체를 시작해야 한다. 해체로 인해 증거가 없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검증은 94년과 2007년 합의 하에선 할 수 없었다. 동결 대상 시설들에 대한 제한된 감시활동밖에 할 수 없도록 합의했기 때문이다.”
 
올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이 2007년 6월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AP=연합뉴스]

올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이 2007년 6월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AP=연합뉴스]

영변 단지 안에 핵무기 직접 제조 공장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방문에 참여했던 2007년 7월 IAEA 보고서에 북한이 재처리 공장 건물에 함께 있는 방사화학연구소에서 플루토늄을 플루토늄 메탈로 전환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핵무기 제조에 널리 쓰이는 방식이다.”
 
앞으로 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이 일종의 2단계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1단계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비핵화 큰 그림에 합의하는 것이다. 모든 핵무기와 플루토늄·우라늄 핵물질을 북한 밖으로 반출하고 생산시설의 경우 사찰을 거쳐 해체하고, 미사일 프로그램도 비슷한 방식으로 폐기하는 큰 틀의 합의다. 이후 2단계로 사찰을 어떤 방식으로 실시하고 신고서는 어떤 순서로, 무엇을 포함하는지 세부 기술적 사항을 협의하는 것이다. 이것이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가 다음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할 일이다. 실제 검증을 할 IAEA가 대상과 방법, 시기를 정하는 세부 협상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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