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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냉면, 이영자 만두, 화사 게장 … 들썩인 동네 맛집

중앙선데이 2018.09.29 00:30 603호 10면 지면보기
길안내 빅데이터 분석 <하> 한국인 일상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선 ‘평양냉면’이 다시 화제가 됐다.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찬 메뉴는 옥류관 평양냉면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상회담 때 남측에서 냉면 붐이 일어나 냉면집마다 호황을 누렸다”고 언급했다.

카카오내비 최근 1년 음식점 방문지수
4말5초 핫스팟 1~9위가 평양냉면집
회담 날부터 사흘 손님 3배로 늘어

소떡소떡, 육회비빔밥, 한방통닭 …
이영자의 입, 맛집 트렌드 흔들어

화사도 ‘곱창·간장게장’ 신드롬
강릉 꼬막비빔밥은 인스타 붐

 
실제 4·27 정상회담 무렵 평양냉면집으로 몰린 인파는 길안내 빅데이터로도 입증된다. 중앙SUNDAY는 카카오 모빌리티와 함께 카카오내비의 지난해 9월 2일부터 올해 8월 30일까지 길 안내 건수 중 음식점을 목적지로 찍고 간 경우를 분석했다. 한식·양식·뷔페·카페 등을 망라한 정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4월 28일~5월 1일 전체 음식점의 ‘핫스팟 검색’ 순위에서 평양냉면 전문점이 상위 1~9위를 차지했다. 핫스팟 검색은 특정 날짜에 검색·설정 건수가 급상승한 목적지(상위 2.5%)를 말한다. 1위는 서울 염리동의 을밀대 본점이었다. 여름철에는 평일에도 줄을 서서 먹는 곳이지만 정상회담 덕에 냉면 시즌이 예년보다 두 달 이상 앞당겨졌다. 지난 5월초 을밀대에서 처음 평양냉면 먹어봤다는 직장인 김보경(31)씨는 “정상회담 뉴스를 보시던 부모님이 ‘냉면 맛이 궁금하다’고 하셔서 찾아갔는데 봄철인데도 20분 넘게 기다려 겨우 맛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의 다른 냉면 가게들도 덩달아 문전성시를 이뤘다. 카카오내비의 냉면집 ‘방문지수’를 보면 4월 27일 24.8→28일 53.0→29일 73.4로 3배 늘어났다. 4월 평균 방문지수 17.5에 비해 크게 뛰었다. 방문지수는 최근 1년 간 냉면집 길안내 건수가 가장 많은 날을 100으로 봤을 때 해당 날짜의 방문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상대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길안내 절대 건수는 카카오모빌리티 보안 규정상 공개할 수 없지만 상대적 수치만으로도 냉면집 방문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 빅데이터에는 뜨고 지는 맛집들의 트렌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방송에 맛집으로 소개되면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 상위에 랭크됐다. 지난 1년 간 핫스팟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진 맛집은 1189곳(중복 포함)이었다.
 
정상회담 다음으로 맛집 트렌드에 영향을 끼친 건 방송인 이영자였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난 만두를 세 번 먹거든. 눈으로 먹고 코로 먹고…. 크~. 앞니 쪽에서부터 촥~퍼지죠, 매운 맛이.”(MBC 전지적 참견시점 4월 28일 방송분)
 
이영자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만두의 냄새·빛깔·맛에 대해 구구절절 묘사했다. 그가 오동통한 김치만두에 노란 단무지를 얹어 먹는 장면은 즉각 화제가 됐다. 인스타그램엔 이영자의 김치만두집이라고 알려진 서울 등촌동의 코끼리만두, ‘영자 미식회(이영자의 먹방 리스트를 이르는 말)’ 등이 해시태그(#)로 떠올랐다. 카카오내비의 코끼리만두 방문지수는 방송 일주일 전인 4월 20일엔 0.2에 불과했다. 방송 다음날인 4월 29일 43.1→4월 30일 47.0→5월 1일 100.0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코끼리만두 사장 김영진씨는 “번호표도 나눠주고 줄도 세워봤지만 동네 민원이 하도 생겨 지금은 ‘주문 예약 받는 날’만 공지하고 현장 구매를 안 받는다”고 말했다.
 
이영자가 3월 24일 대전 스케줄을 가던 중 안성휴게소에서 사먹은 ‘소떡소떡’(소시지+떡꼬치)은 안성휴게소 방문지수를 끌어올렸다. 4월 첫째주부터 5월 셋째주까지 매주 토요일 핫스팟으로 7차례 떠올랐다. 카카오 모빌리티 데이터랩 김정민 연구원은 “통상 휴게소를 목적지로 설정하고 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갑자기 길 안내 건수가 많아졌다면 방송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란바게트·부추빵을 산 대전 빵집 ‘성심당’은 21차례, 매니저에게 추천한 육회비빔밥집 ‘영천영화’는 5차례, “통닭으로 체기를 달랜다”며 구입했던 ‘한방통닭’은 4차례 핫스팟으로 떠올랐다.
 
걸그룹 마마무의 멤버 화사는 ‘곱창 대란’ ‘게장 대란’을 불러 왔다. 화사가 TV에 나와 홀로 곱창을 구워먹는 모습(MBC 나혼자 산다 6월 7일 방송분)은 20~30대 1인 가구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카카오내비에서는 7~8월 ‘곱창’이 핫스팟으로 11차례 등장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 정모 씨는 “이 때 학교 주변 곱창 가게에 학생들이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7월 20일 화사가 운전면허시험에 떨어진 뒤 집에서 간장게장을 먹는 장면이 방송 된 이후론 전국 간장게장 식당의 길 안내 건수가 뛰어 올랐다. 방송 당일 방문지수는 26.9였으나 이틀 뒤인 7월 22일 90.9를 기록했다. 이영자와 달리 특정 음식점이 아닌 여러 지역 가게의 방문이 전반적으로 늘었다는 점이 달랐다.
 
톱스타가 언급했거나 TV에 나온다고 무조건 핫스팟으로 떠오르는 건 아니다. ‘방탄 정식’이 있을 정도로 방탄소년단(BTS)의 단골집이라고 TV에 소개된 서울 논현동의 한 식당은 핫스팟 명단에 없었다. 김정민 연구원은 “음식에 있어선 BTS보다 이영자가 인플루언서(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로서 역할이 크다는 의미일 수 있다”며 “카카오내비 주 이용자가 30~40대 남성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은 여전히 지역 맛집을 찾는 주요 창구였다. 강릉의 꼬막비빔밥집 ‘엄지네 포장마차’는 인스타로 먼저 입소문이 난 케이스다. 카카오내비에서 58차례 핫스팟으로 떠올라 단일 상호로는 가장 많았다. 엄지네 포장마차는 올 1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릉 맛집으로 소개되면서 꼬막비빔밥 열풍을 불러왔다. 지난 18일까지 인스타에서 #꼬막비빔밥은 5만4558건, #엄지네포장마차는 4만4501건이 태그됐다. 카카오내비 데이터상 방문은 주로 6~8월에 집중됐다.
 
탐사보도팀=임장혁·박민제·이유정 기자
김나윤 인턴(성신여대 화학4) deep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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