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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찌빠 좀 한다고? 우승상금 500만원 ‘챔피언십’ 도전을

중앙선데이 2018.09.29 00:30 603호 22면 지면보기
[스포츠 오디세이] 생활체육 랭킹 앱 ‘나도윈’
생활체육 랭킹 앱 ‘나도윈’을 개발한 윤지운 교수(왼쪽)와 윤효준 박사가 한국체대 스포츠 분석센터에서 묵찌빠 게임 장면을 연출해 보이고 있다. [김경빈 기자]

생활체육 랭킹 앱 ‘나도윈’을 개발한 윤지운 교수(왼쪽)와 윤효준 박사가 한국체대 스포츠 분석센터에서 묵찌빠 게임 장면을 연출해 보이고 있다. [김경빈 기자]

‘묵찌빠 게임’은 유치원생도 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놀이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공격권을 가진 A가 “묵(바위)” “찌(가위)” “빠(보)” 중 하나를 내는 순간 B가 같은 걸 내면 A가 이긴다. 가족·친구끼리 누구나 한번쯤 해 봤을 이 놀이가 당당히 스포츠 영역으로 진입한다. 놀이와 스포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흐름을 주도하는 건 대한민국의 강력한 ICT 인프라와 마인드다. 묵찌빠 게임을 한 뒤 승패를 스마트폰에 입력하면 자신의 묵찌빠 전국 랭킹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앱이 나왔다. ‘나도윈(NADOWIN)’ 이라는 랭킹 시스템은 묵찌빠 뿐만 아니라 탁구·배드민턴 등 기존 인기 종목의 랭킹도 정확하게 보여준다.
 
나도윈을 개발한 곳은 한국체대 스포츠분석센터(책임교수 박재현)다. 출발은 엘리트 스포츠의 승부조작 적발을 위한 연구였다. 이 센터는 2014년부터 미국 플로리다대 산업공학과와 함께 스포츠 승부조작을 통계적으로 검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게 선수들의 실력을 정량적으로 진단하는 것이었다.
 
연구를 수행한 윤효준 박사(측정평가)는 “기존 랭킹 시스템은 특정 대회에 임의로 포인트를 부여했다. 많은 대회에 참가해 포인트를 많이 획득한 선수가 상위권에 자리했다”고 지적하며 “우리 시스템은 빅데이터 처리기술을 활용해 전체 경기 결과를 실시간으로 네트워킹함으로써 경기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의 실력을 반영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나도윈 앱 화면. [김경빈 기자]

나도윈 앱 화면. [김경빈 기자]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나도윈 앱에는 배드민턴·탁구·테니스·볼링·당구 종목의 랭킹 시스템이 깔려 있다. 묵찌빠 게임은 일종의 손님끌기용 ‘맛뵈기’였다. 다른 종목은 모집단을 모아 경기를 하고 결과를 입력하는 게 쉽지 않아서 묵찌빠를 넣었는데 이게 대박 조짐을 보였다. 내친 김에 나도윈 전국 랭킹 상위 64명이 출전하는 ‘묵찌빠 챔피언십’을 11월 초 한국체대에서 열기로 했다. 우승 상금은 500만원이다.
 
‘랭킹 시스템’은 엘리트 선수의 승부조작을 막기 위해 시작됐지만, 생활체육을 포함한 스포츠 전 영역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종목별로 수십만 명에 이르는 동호인들이 “내 배드민턴 실력이 전국에서 몇 등이나 될까” “송파구에서 내가 몇 번째로 탁구를 잘 칠까” 같은 의문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호회 대회때마다 문제가 되는 ‘실력을 속이고 대회 출전하는 선수’를 적발해 낼 수도 있다. 오랫 동안 굳어져 온 엘리트-생활체육, 프로-아마추어의 벽도 허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순위 높은 상대 이겨야 랭킹 수직상승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국체대 스포츠분석센터를 찾았다. 체조 국가대표 출신으로 나도윈 개발을 주도한 윤지운 연구교수는 “베타버전(시험판)으로 400여 명이 참가하는 묵찌빠 랭킹 시스템을 가동해 보완할 점을 체크하고 있다. 실명 인증을 하는 공식 프로그램은 추석 연휴부터 스타트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와 윤 박사가 스마트폰에 깔린 나도윈 앱을 켠 뒤 시연을 했다. 현재 랭킹 16위인 윤 박사가 윤 교수(7위)와 묵찌빠 게임을 해서 이겼다. 앱에서 상대선수 찾기를 실행한 뒤 승패를 입력하면 끝이다. 상대가 승인을 하면 곧바로 포인트와 랭킹이 바뀐다. 윤 박사는 16위에서 14위로 올라갔고, 윤 교수는 그대로였다. 동일인이나 랭킹이 낮은 상대에게 승수를 많이 쌓는다고 랭킹이 크게 올라가지는 않는다.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한테 이겨야 상승 폭이 크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 산정 방법과 비슷하다.
 
윤 박사는 “단순 승패가 아니라 여러 변수를 고려해 랭킹을 산정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이 시스템은 특허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랭킹 포인트는 1100점(1위)∼100점(꼴찌) 범위에서 점수가 바뀌는 상대평가 개념이다. 게임을 안 해도 다른 사람의 결과에 따라 내 포인트와 랭킹이 오르내린다.
 
별점으로 선수 매너를 평가하는 기능도 있다. 졌다고 결과 승인을 안 해주고 도망가거나, 게임 매너가 이상했다거나 하면 최하 별점을 받고, 그게 쌓이면 게임에 참가할 수 없다.
 
두 사람은 묵찌빠 챔피언십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대회는 64명을 4명씩 한 조로 묶어 풀리그를 한 뒤 상위 2명이 32강에 진출하고, 다시 4인1조 리그전으로 16강 진출자를 가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윤 교수는 “돈을 들여 광고를 하기보다는 실제 사용자들에게 상금이 돌아가게 하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SNS상으로 소문을 퍼뜨리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국제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어·중국어판 나도윈 앱을 출시하고, 게임 룰과 명칭(‘묵찌빠’를 대체할 세계공통 용어)을 만드는 게 우선 과제다.
 
 
동호인-은퇴선수 레슨 매칭 앱도 개발
 
나도윈 프로젝트의 총책임을 맡은 박재현 교수는 탁구 청소년대표 출신이다. 그는 네트워킹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스포츠가 결합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 교수는 “탁구·배드민턴 등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전국 랭킹이 만들어지면 지역별·단체별로 누구나 구단을 만들어 비슷한 레벨끼리 리그를 할 수 있다. 평일에 직장 일을 하고 주말에 대회에 출전하는 ‘주5일 회사원, 주말 선수’가 생길 것이다. 랭킹이 높아지고 수입이 커지면 직장 일을 줄이고 운동 시간을 늘리면서 차츰 전업 선수(프로)가 되는 것이다. 동네 빵집 사장과 식당 사장이 가게 이름을 넣은 구단을 만들고,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할 수 있다. 전국 랭킹 최상위 선수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전문적인 레슨을 받고 싶어하는 동호인과 엘리트 출신 은퇴 선수를 연결하는 앱(너도윈)도 개발 중이다. 그는 “랭킹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 전문 레슨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켜 순위를 올리려는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체대는 박주봉(배드민턴)·남현희(펜싱)·이상화(빙상)·양학선(체조) 등 스타들을 배출했고, 올림픽 메달 100개 이상을 따낸 엘리트 체육의 자존심이다. 이 대학에서 ‘묵찌빠 게임’ 앱을 만들고, 전국대회를 유치한다. 스포츠와 게임이 섞이고, 생활 속으로 스며드는 세상이다.
 
종이비행기 날리기, 4만여 명 참가 세계대회 열려
 레드불에서 주최한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

레드불에서 주최한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

‘이런 것도 대회를 해?’ 라고 할 종목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종이비행기 날리기(사진)다. 에너지 음료 회사 레드불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있는 본사 격납고에서 3년마다 ‘레드불 페이퍼 윙스 월드 파이널’을 연다. 2015년 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4만6000여 명이 예선을 치러 200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이 대회는 멀리날리기·오래날리기·곡예비행으로 나눠 열린다. 멀리날리기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양이 뾰족하고 날개가 작은 ‘다트’ 형태로 비행기를 만든다. 멀리날리기 기네스북 기록은 69.1m로 2012년 미국 지역방송국 PD 존 콜리스가 작성했다. 오래날리기는 비행기 날개가 크고 넓적하다. 기네스북 기록은 2009년 도다 다쿠오 일본종이비행기협회장이 세운 27.9초다. 종이비행기 선수들은 항공역학을 공부하고, 어깨 힘이 좋은 미식축구 쿼터백 출신을 영입하기도 한다.
 
레드불은 올해 7월 서울에서 ‘천하제일 랜덤겜왕’을 진행했다. 대학생들이 즐기는 ‘369게임’ ‘고백점프’ 등의 랜덤게임을 모았고, 10개 대학 3342명이 순발력과 재치를 겨뤘다. 경기는 게임전문채널 OGN에서 방송됐다.
 
술래잡기와 격투기가 혼합된 형태인 인도의 전통놀이 ‘카바디’는 1990년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지난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남자팀이 은메달을 땄다. 인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장군 선수는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다.
 
서상옥 한국뉴스포츠협회장은 이같은 게임-스포츠 융합 현상에 대해 “묵찌빠나 종이비행기 날리기 등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놀이하는 주체’인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주류가 될 수 있다”며 “한국 스포츠계도 벽을 허물고 융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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