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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코스비, 이윤택, 절대 반지

중앙선데이 2018.09.29 00:30 603호 35면 지면보기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미투 운동이 일어난 후 처음 실형을 선고받은 문화계 거물들이 한국과 미국에서 지난 1주일 사이에 나왔다. 이윤택과 빌 코스비, 이 둘은 닮은꼴이다. 코스비는 ‘코스비 쇼’의 다정하고 지혜로운 아빠 캐릭터 이후 “국민 아빠”로 불리며 미국 문화계의 흑인 지위를 끌어올리고 활발한 장학 활동을 했다. 이윤택은 상황이 어려운 연극계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극단을 이끌며 다양한 실험으로 해외에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폭군적이기로 암암리에 유명했으며, 여러 여성에게 상습적·지속적으로 성폭력을 휘둘렀다. 어떻게 이토록 추악한 범죄가 빛나는 업적과 공존할 수 있을까. 탁월한 예술적 감수성을 가진 자들이 정작 피해자의 고통은 생각하지 못한 것인가? 자신의 범죄가 스스로를 무너뜨릴 위험에 대해서도?
 
그것과 관련해서, 최근 나온 책 『선한 권력의 탄생』의 저자인 UC버클리 대학 교수 켈트너를 비롯해 여러 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이 연구한 바 있다. 권력자가 되면 실제로 더 충동적이 되고 위험 감지 능력이 떨어지며, 타인에 역지사지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행동 양상은 심지어 뇌 손상을 입은 환자 증세와 비슷하다고 한다. 아하,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황금 반지만 손에 넣으면 소유자가 포악해지는 북유럽신화와 그를 바탕으로 한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코스비와 이윤택 같은 문화계 권력자들에게는 배가되는 위험이 있는데, 바로 그들을 숭배하는 팬덤이다. 팬들은 자신의 꿈과 환상이 깨지는 것이 싫어서 진실을 말하는 이를 윽박지르고 침묵시키려 한다. 그들에게 둘러싸여 문화권력자들은 더욱 뇌 손상 환자 같은 상태가 된다. 여기에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남성이 성공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자원으로 간주하는 폐습적 사고가 결합하면 이렇게 최악의 상습적 성폭력 범죄가 나오게 된다.
 
그러니 코스비와 이윤택은 일벌백계로 엄격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그들 개인을 악마화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뇌를 침범하는 그 권력의 위험한 속성을 알았으면 한다. 가벼운 권력이라도 있는 자들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볼 일이며, 정치뿐만 아니라 문화·종교 등 어떤 영역에서도 권력을 견제하고 내부자 고발이 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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