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발자유화 찬성하지만.."나이키와 월드컵 비교했던 기억 떠올라"

중앙일보 2018.09.28 16:29
1980년대 교복자율화가 실시된 이후 고등학생들의 옷차림. [중앙포토]

1980년대 교복자율화가 실시된 이후 고등학생들의 옷차림. [중앙포토]

교복·두발 자유화가 시행됐던 1980년대 중반 고등학교를 다닌 김모(53)씨는 27일 조희연(62) 서울시교육감의 '두발 자유화 선언' 보며 옛시절을 떠올렸다. 
 

서울시교육청 두발자유화 선언에
학부모들 "新등골 브레이커 탄생"
"찬성하지만 학원비 내기도 버거워"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김씨는 28일 기자에게 "고등학교 1학년 때 두발 자유화에 이어 교복 자율화가 시행됐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은 교복을 입었다"며 "리바이스 청바지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나이키가 아닌 월드컵 브랜드 신발을 신은 학생들은 움츠려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당시 나는 월드컵 신발을 신은 학생이었다"며 "두발자유화에 찬성하지만 파마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상처를 받는 학생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2000년대 초 고교생 두발 자율화 캠페인을 벌이던 학생들의 모습. [중앙포토]

2000년대 초 고교생 두발 자율화 캠페인을 벌이던 학생들의 모습. [중앙포토]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2학기까지 서울 중·고등학교에 '완전 두발 자유화'를 권고하자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학생은 물론 학부모 사이에서도 과거와 달리 "이제는 때가 됐다"며 찬성한다는 의견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가 탄생했다""학생들 사이의 빈부격차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제 곧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40대 여성 장모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일찍 결혼해 주변에 중학생 자녀를 둔 친구들은 이미 걱정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겐 어느정도 규율도 필요한데 방종으로 흐르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서울 강남 사립 고등학교의 교장을 지낸 60대 김모씨는 "머리를 얼마나 자주 또 어떻게 바꾸는지에 따라 학생들 사이의 빈부격차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라 설명했다. 
27일 오후 한 서울 시내 고등학교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 서울 시내 중고등 학교들은 내년 2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두발자유화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한 서울 시내 고등학교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 서울 시내 중고등 학교들은 내년 2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두발자유화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 [연합뉴스]

조 교육감의 발표 이후 여성 커뮤니티에는 '두발 자유화'에 대해 의견을 묻는 글들이 올라오며 수십건의 찬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한 여성 사용자가 "염색했다고 아이의 머리가 나빠지지도 할 공부를 안하지도 않는다"고 하자 다른 사용자는 "요즘 미용실 비용이 얼마인지 아느냐"며 "학생의 자유보다 부모의 경제가 더 큰 문제"라는 '현실론'을 꺼내들기도 했다.
 
학생들의 파마와 염색 비용은 미용실과 동네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의 경우 성인보다 조금 저렴한 5~10만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헤어 디자이너 나모씨(31)는 "많은 학생들이 방학 때라도 머리를 하러 부모님과 미용실을 찾는다"며 "학생과 성인 파마 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27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서울 학생 두발 자유화 선언과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서울 학생 두발 자유화 선언과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두발 자유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현장에서 만나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40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학생들의 두발을 규제하는 것이 이제 구시대적 발상이 돼버렸다"며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였다. 중학생 딸을 둔 강모씨는 "아이들도 막상 파마와 염색을 해보면 별 것이 아니라 생각할 것"이라 말했다.
 
고양 국제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권혁진(17) 학생도 "비정상의 정상화는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라며 "두발 자유화는 학생들의 기본적인 인권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산 동산고등학교의 박하나(17) 학생은 "작년 전교회장 후보의 공약이 두발 자유화였다"며 "박탈당했던 외모의 자유를 되찾는 기회라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홍성수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과거부터 학생들의 염색 등 두발 자유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선이 존재해왔다"며 "이제 이런 시각이 바뀌고도 남을만큼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