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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게임업계 2인자 넷이즈, 텐센트 못 이기는 이유

중앙일보 2018.09.28 14:38
[사진 GameLook]

[사진 GameLook]

중국 게임사 양대산맥 텐센트와 넷이즈. 그런데 2인자 넷이즈의 상태가 요즘 심상치 않다.  
 

트래픽 끌어올 채널 역부족
텐센트 위챗, QQ에 점점 밀려

스트리밍 플랫폼, e스포츠도 힘 못써
카피 논란, 그룹 내 게임사업 과도 의존

2018년 1분기 넷이즈 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4% 감소한 87억 6100만위안(약 1조 4300억원)을 기록했다. 텐센트 게임 매출의 30% 수준이다. 2분기 매출은 어땠을까. 지난해 2분기보다 6.7% 증가한 100억 6100만위안(약 1조 6400억원)에 달했다. 시장 예상치보다 높았다.  
 
허나 게임 업계의 진짜 매출은 평균적으로 2~3개월 늦게 반영된다는 것을 감안하면(유저가 유료 아이템을 다 소진해야 매출에 반영됨) 2분기 넷이즈 게임의 매출은 지난 1분기보다 10% 넘게 감소한 것이라고 후슈왕(虎嗅网)은 전했다.  
 
넷이즈는 PC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의 전환에 성공하면서 텐센트와 함께 지난 몇 년간 중국 게임업계를 호령해왔다. 텐센트, 넷이즈가 시장의 70% 이상을 나눠 가졌다. 그런 넷이즈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일본풍 RPG 모바일 게임 음양사 [사진 GameLook]

일본풍 RPG 모바일 게임 음양사 [사진 GameLook]

2016년 9월 넷이즈가 출시한 일본풍 RPG 모바일 게임 음양사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출시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때 일일 접속 유저(DAU)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그간 한 번도 게임을 해보지 않았던 어린 여성 유저들도 대거 끌어들였다. 음양사는 2016년 10월 텐센트 게임을 제치고 iOS 게임 매출 1위를 찍었으며, 이후 6개월 동안 넷이즈 게임 매출이 텐센트의 50% 수준까지 올라갔다. 텐센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음양사 신드롬은 채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내부 게임 운영 문제, 기술 이슈와 더불어 텐센트의 모바일 롤 왕자영요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음양사 유저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후 음양사 같은 대박 게임은 없었다. 2017년 큰 기대를 걸었던 모바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광명대륙(光明大陆, Crusaders of Light)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해 하반기 '짝퉁 모바일 배틀그라운드'로 불렸던 황야행동(荒野行动, Knives Out)이 출시 3개월만에 유저 수 2억명을 돌파하며 배틀로얄 게임류 1위에 올랐으나 이후 텐센트가 정식 모바일 배그 2개(절지구생 자극전장/전군출격)를 내놓으면서 수그러들었다.  
 
이후 출시한 제5인격(第五人格, Identity V)도 처음엔 잘 나가는 듯 했으나 곧 인기가 꺼졌다.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2017년은 왕자영요의 해, 2018년은 절지구생 자극전장의 해라고 할 수 있다.
텐센트와 펍지가 공동 개발한 모바일 배그 '절지구생 자극전장' [사진 4399소유희]

텐센트와 펍지가 공동 개발한 모바일 배그 '절지구생 자극전장' [사진 4399소유희]

다만 절지구생 2종이 중국에서 판호(유통 허가권)를 획득하지 못해 유료 과금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영향으로 텐센트의 2분기 모바일 게임 매출은 1분기보다 19% 감소했다. 일인자가 휘청거린다 하더라도 넷이즈는 이미 텐센트의 라이벌에서 텐센트 외의 '기타' 게임사로 분류돼야 할 실정이다.  
 
중국에서 이른바 '인구 보너스'가 사라지면서 게임 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2017년 중국 인터넷 이용자 수가 7억 7200만명을 기록하면서 이미 천장에 다다랐다. 온라인 게임 유저는 6억명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게임을 아예 처음 하는 신생 유저의 유입을 바라기 어려운 상황인 것.
 
실제로 게임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한 광고비용(CPA, 네티즌이 한번 반응할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광고비용)은 중국에서 평균 50위안을 넘어선 상태다. 일부 게임은 100위안도 넘는다. 2년 전만 하더라도 20위안이 채 안 됐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게임 하나가 대박 치려면 퀄리티만 좋아선 안 된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화제성이 높아 알아서 입소문을 타는 아주 극소수의 게임을 빼면 여러 채널에서 트래픽을 사올 수 밖에 없다. 트래픽 전쟁에서 이기려면 온라인 소셜 커뮤니티를 장악하거나 큰 돈을 들여 광고를 해야 한다.  
 
중국에선 이 둘을 꽉 잡고 있는 게임사가 텐센트밖에 없다. 게임 하나를 홍보하는데 1000만위안(약 16억원)은 쉽게 쓴다. 다른 게임사들은 좀체 엄두가 안 나는 액수다. 또 넷이즈 이메일(@163.com), 넷이즈클라우드뮤직(중국판 멜론), 인터넷 쇼핑몰 트래픽을 다 합쳐도 텐센트의 메신저 위챗과는 상대가 안 된다.  
 
텐센트의 왕자영요, 절지구생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끈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게임에서 위챗 친구목록을 강제로 불러와 지인과 함께 게임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이탈하는 유저도 훨씬 적다.

스트리밍 플랫폼 더우위에서 오버워치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 [사진 더우위, 앱애니]

스트리밍 플랫폼 더우위에서 오버워치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 [사진 더우위, 앱애니]

요즘 게임 업계의 중요한 홍보 채널인 라이브 스트리밍(인터넷 방송) 업계도 사실상 텐센트가 장악하고 있다.  
 
올해 3월 텐센트는 중국판 트위치·아프리카TV 더우위(斗鱼)와 후야(虎牙)에 총 70억위안(약 1조 1400억원)을 투자했다. 더우위와 후야는 중국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데, 실제로 절지구생 2종의 홍보에 이 두 플랫폼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 피크 시간대에 절지구생 자극전장 인기 스트리머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 수는 거의 100만명에 육박한다.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다.  
 
반면 넷이즈는 어떨까. 넷이즈는 올해 초 3억위안(약 490억원) 규모의 올스타(ALL STAR) 스트리머 지원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어느 정도 반응이 왔지만 텐센트의 플랫폼 투자액 70억위안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넷이즈의 자체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CC즈보(直播)도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IP(지식재산권) 싸움에서도 넷이즈는 텐센트에 밀린다. IP 게임이라 하면 애니메이션, 소설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게임화한 것을 가리킨다. 중국에선 특히나 IP 게임이 대세다. 2018년 상반기 중국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상위 20개 게임 중 15개가 IP 게임이었다. 가마슈쥐(伽马数据)에 따르면 2017년 IP 모바일 게임 매출은 745억 6000만위안(약 12조 1500억원)으로 전체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물론 IP 게임이라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IP가 없으면 인기를 끌기 훨씬 어려워진다. 텐센트와 넷이즈는 다른 IP 전략을 밀고 있다. 넷이즈의 강점은 원래 있던 게임 IP를 모바일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다. 위닝 일레븐(实况足球), 유성호접검(流星蝴蝶剑) 등은 다른 게임사로부터 구입한 IP고, 몽환서유(梦幻西游), 대화서유(大话西游), 천녀유혼(倩女幽魂) 등은 기존 넷이즈의 유명 PC 게임을 모바일 게임화한 것이다.  
 
텐센트의 강점은 방대한 콘텐츠 생태계다. 문학,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IP를 발굴해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 넷이즈는 그나마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텐센트와 대적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넷이즈는 가장 잘 하는 MMORPG 장르에서 보듯 세계관, 서사, 미술효과, 인물 설정 등이 뛰어난 편이다.
넷이즈의 돌파구, e스포츠? 여성향? 해외 진출?
그렇다면 넷이즈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최대 강점인 MMORPG 장르로 밀고 나가기엔 모바일 게임 시장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중국의 대다수 유저들은 비는 시간에 틈틈이 할 수 있는 가볍고 캐주얼한 게임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MMORPG 장르는 하루에 3시간 이상을 플레이하는 헤비 유저 위주다.  
 
e스포츠 쪽은 어떨까. 텐센트의 경우 왕자영요 프로 리그 KPL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7년 KPL 춘계 리그 누적 시청자 수는 26억 8000만에 달했다. 넷이즈는 올해 2월 e스포츠에 10억위안(약 1630억원)을 투입하고 5개의 e스포츠 종목을 신설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반년 정도 지난 지금 중국 e스포츠 업계는 여전히 텐센트가 독식하는 모양새다.
핵이 난무하는 황야행동. 사진은 적의 위치가 그대로 노출되는 월핵이다 [사진 단단짠]

핵이 난무하는 황야행동. 사진은 적의 위치가 그대로 노출되는 월핵이다 [사진 단단짠]

넷이즈는 배틀로얄 게임 황야행동을 e스포츠로 키우려 했지만 각종 버그, 핵 사용 등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또 설령 e스포츠에 적합한 게임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과연 리그 홍보, 프로팀 관리, 투자 유치, 리그 운영 등등을 성공적으로 해낼지가 미지수다. 넷이즈는 경험이 부족하다.  
 
2016년 음양사의 매출 신화는 수많은 여성 유저를 끌어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넷이즈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시나리오, 시각 효과로 여성 유저를 사로잡는 반면 텐센트는 소셜 네트워킹 기능에 역점을 두고 있다. 문제는 넷이즈의 강점은 점점 따라잡히는 추세지만, 텐센트의 강력한 소셜 네트워킹 기능은 점점 따라잡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 따라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성향 게임은 넷이즈의 미래 성장동력이 아니다.  
 
넷이즈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것은 해외 수출 덕이 컸다. 황야행동이 중국에서 시들해지자 넷이즈는 바로 전략을 바꿔 해외 퍼블리싱에 공을 들였다. 앱애니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중국 수출 게임 매출 순위에서 황야행동은 5위에 올랐다. 음양사, 제5인격, 결전평안경(决战平安京) 등도 해외에서 괜찮은 성적을 냈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에서만 잘 되고 있다는 거다. 황야행동 해외 매출의 80%는 일본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유럽, 미국 시장에서 넷이즈의 영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해외 진출을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삼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
넷이즈의 제5인격 [사진 iTunes - Apple]

넷이즈의 제5인격 [사진 iTunes - Apple]

Behaviour Interactive의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사진 Steam Community]

Behaviour Interactive의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사진 Steam Community]

과도한 과금 유도, 게임 카피 등은 넷이즈가 변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올해 초 출시된 기대작 제5인격의 주요 플레이 방식, 맵, 아이템 등은 Behaviour Interactive가 개발한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Dead by Daylight)와 상당히 유사하다. 카피 논란이 일자 넷이즈는 부랴부랴 Behaviour Interactive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또 Fortcraft는 포트나이트를, 풍운도행동(风云岛行动)은 젤다의 전설을 카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계속된 카피 의혹은 넷이즈가 그간 쌓아올린 명성을 훼손하고 있다.
 
게임 사업부가 넷이즈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구조도 상당한 압박이 되고 있다. 대박 게임이 워낙 나오기 힘들다보니 일단 뭐 하나 터진다 싶으면 단기간에 유저의 등골(?)을 빼먹으려는 것. 이는 넷이즈 게임 수명 단축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넷이즈 게임은 길고 긴 동면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 믿을 것은 20년간 산전수전 다 겪은 딩레이(丁磊) 회장의 풍부한 경험이다.  
 
 
차이나랩 이지연
참고 후슈왕(虎嗅网) - 넷이즈 게임의 겨울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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