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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이 설거지 좋아하는 줄 알았어"라고 말한 남편

중앙일보 2018.09.28 13:01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32)
얼마 전 강의 시간에 신혼 때부터 맞벌이로 바쁘게 생활했다는 부부의 아내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란 아내는 결혼 후 함께 일은 하지만 웬만하면 집에서 남편 손에 물 묻히게 하지는 말자는 생각을 했고 신혼 시절 남편이 설거지라도 하려 들면 그냥 본인이 하겠다 나섰답니다. 
 
신혼 시절 맞벌이지만 남편 손에 물 묻히게 하지 말자는 생각에 설거지를 자처했다가 시간이 흐른 후 남편이 '설거지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는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사진 pixabay]

신혼 시절 맞벌이지만 남편 손에 물 묻히게 하지 말자는 생각에 설거지를 자처했다가 시간이 흐른 후 남편이 '설거지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는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사진 pixabay]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두 분 사이에 아이가 생겼습니다. 아이 키우며 집안일 하기도 벅찬데 회사 생활까지 하려니 아주 힘들었겠지요. 어느 날 회사 일을 마치고 돌아와 옷도 못 갈아입고 집안 정리에 설거지하고 있는데 아이가 빽빽 울더랍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마음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남편이 설거지 한 번을 안 도와주더라는 거죠. 갑자기 욱 화가 올라왔습니다.
 
아내는 약이 오를 대로 올라 남편에게 말합니다. “아니 어쩜 이렇게 정신이 없는데 설거지 한 번을 안 도와줄 수 있어?” 그러자 나온 남편의 말이 여자 입장에선 뒤통수를 탁 칩니다. “난 당신이 설거지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
 
문득 소와 사자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소와 사자가 있었습니다. 둘은 죽도록 사랑했고,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합니다. 소는 사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 매일 맛있는 풀을 준비합니다. 사자는 풀이 싫지만 참았습니다. 사자는 소를 위해 최선을 다해 매일 맛있는 고기를 준비합니다. 소는 고기가 싫지만 참았습니다.
 
참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둘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언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끝내 둘은 이별을 선택합니다. 헤어지며 서로에게 말합니다. “난 최선을 다했어!”
 
‘인생술집’이란 TV 프로그램에 뮤지컬 배우 홍지민 씨가 출연했습니다. 평소 활발한 성격에 브라운관에서 만나는 부부의 모습이 늘 행복하게만 보였는데 결혼 7년 만에 위기가 왔다고 합니다. 불같은 연애 후 완벽한 결혼생활이라 느끼며 살던 어느 날 남편이 갑작스레 이혼을 선언하고는 가출을 했답니다. 시어머니도 모시고 같이 사는 집이라 더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죠.
 
 
남편은 3주 만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6개월간 이유도 정확히 모른 채 냉전의 시간은 지속하고, 홍 씨는 남편에게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을 꺼냅니다. 이혼하거나 서로 노력하거나. 홍 씨는 당시 이혼까지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다행히 남편은 노력해 볼 것을 선택했고 함께 부부 상담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찾아간 부부 컨설팅에서 게리 채프먼 박사의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를 확인하게 됩니다.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는 ‘스킨십, 칭찬, 선물, 봉사,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사람마다 사용하는 사랑의 언어가 다르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대게 우리는 내가 사용하는 사랑의 언어만을 떠올리며 상대도 나처럼 원할 거라는 착각을 하죠.
 
홍 씨 부부의 경우 아내는 ‘스킨십’을 남편은 ‘함께하는 시간’을 사랑의 제1 언어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홍 씨는 사랑의 언어를 확인한 후 “돌이켜 보니 원래는 워커홀릭이었는데 결혼하기 전 남편과 연애하던 기간에는 아예 일을 안 하고 있었다. 연애할 때는 남편홀릭이었는데 결혼 후 일에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남편이 서운함을 느꼈던 거다”라고 말합니다. 
 
이후 홍 씨는 남편의 언어에 맞추기 위해 아침상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남편도 아내의 언어를 확인한 후 아내의 언어로 사랑을 말해주는 노력을 시작했겠지요.
 
때때로 우리는 나 자신과 상대방에게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배려가 상대방에게 배려로써 잘 전달되고 있는지, 또 상대를 배려한다며 나의 감정은 너무 눌러두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부부 사이에 갈등은 서로가 서로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다. 지금 사랑을 돌처럼 대하고 있진 않은가 고민해 보는 것도 좋다. [중앙포토]

부부 사이에 갈등은 서로가 서로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다. 지금 사랑을 돌처럼 대하고 있진 않은가 고민해 보는 것도 좋다. [중앙포토]

 
부부 사이 더욱 예민해지기 쉬운 추석 명절이 또 한 번 지나갔습니다. 평소 눌러 두었던 마음이 명절을 기폭제로 터져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명절은 서로가 맘 상하는 일 없이 잘 지나갔나요? 몸과 마음은 통하게 마련이니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마음만 상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몸도 상할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몸이 더 피곤하다 느낀다면, 나와 상대방의 관계를 한 번 더 챙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미국 네바다 리노 대학과 미시간주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16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온 부부의 삶을 추적해 남편과 아내의 건강을 비교해 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부부 373쌍을 대상으로 자녀, 돈, 시댁과 처가, 여가 활동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의견 통일성을 조사해 본 실험이었습니다.
 
그 결과, 부부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을 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부부의 의견이 불일치한 상태에서 수면, 긴장, 불안, 두통, 등의 건강 상태를 파악한 후 부부 사이의 갈등이 아내와 남편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지만 특히 남편이 아내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결혼 초기 의견이 일치한 부부가 더 건강했지만 이런 효과는 결혼 생활이 지속할수록 사라졌다고 합니다. 갈등상황으로 인해 염증과 식욕 변화, 스트레스 호르몬의 증가 등이 나타나며 실제 부부의 심혈관과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연구팀은 ‘결혼 생활에서 생기는 심각한 갈등은 흡연이나 음주만큼 건강에 나쁜 것’이라며 갈등은 서로가 서로에게 해를 입히는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사랑은 돌처럼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빵처럼 만들어져야 한다. 매일 다시 만들어져서 매일 새롭게 되는 것이다. - 어슐러 르 귄

 
시간이 지나 이미 서로 알 건 다 안다는 이유로 노력을 멈추고 사랑을 빵이 아닌 돌처럼 두고 있진 않은가요?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대표 voivod701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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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은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필진

[박혜은의 님과 남] 은퇴 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집에서 자주 함께할 상대는 누구인가요? 그 상대와의 관계는 지금 안녕하신가요? 가장 가까운 듯하지만, 어느 순간 가장 멀어졌을지 모를 나의 남편, 나의 아내와 관계 향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닿을 듯 닿지 않는 서로의 심리적 거리의 간격을 좁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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