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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350억 쓴 국민연금 해외사무소, 국내 복귀 직원 13명 중 8명 퇴사

중앙일보 2018.09.28 07:00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의 해외사무소에 파견나가 일하던 직원 가운데 국내 복귀 직원 13명 중 8명이 그만뒀다. 같은 기간 해외사무소 유지와 직원들의 주택 임차비용 등으로 350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 의원실(자유한국당)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국민연금 해외사무소 예산ㆍ인력 배분 자료를 27일 공개했다.  
 
국민연금은 635조원의 기금 해외 투자를 위해 뉴욕ㆍ런던ㆍ싱가포르에 해외사무소를 두고 있다. 외환ㆍ글로벌 금융시장 동향 모니터링, 투자기회 발굴 등을 한다. 글로벌 기금운용기관이나 해외 기금운용 전문가와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도 해외사무소의 중요한 역할이다.
 
자료에 따르면 해외사무소 세곳에 파견나간 직원 23명(뉴욕 정원 10명, 런던 10명, 싱가포르 3명)을 위한 주택 임차료, 사무소 운영비 등으로 2014년부터 올해까지 349억8039만원을 썼다. 하지만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들여 길러낸 직원 상당수는 전주 복귀를 거부하고 퇴사를 결심했다. 최근 5년간 뉴욕 사무소의 경우 국내 복귀 10명중 6명이, 런던은 3명 중 2명이 퇴사했다. 가장 최근인 2015년 8월 문 연 싱가포르 사무소에서는 아직 국내 복귀 발령을 받은 사람이 없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해외사무소 직원들의 줄 퇴사한 주요 원인으로 지난해 2월 기금본부의 전주 이전을 꼽는다. 기금본부에서 운용직으로 일하다 최근 그만둔 A씨는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연봉도 적고, 눈치봐야 할 것도 많다. 게다가 가족하고 떨어져서, 지방에 지내야 한다. 런던ㆍ뉴욕에서 일하다 복귀 발령이 나면 남을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국내에서 일하는 기금본부 운용직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운용직 233명 중 가족들과 함께 전주로 옮겨온 사람은 17.1%에 불과했다. 전주 이전 이후 지금까지 총 41명의 운용직이 떠났다.  A씨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뛰는 선수들과 자주 만나고 공부해야 하는데 전주에선 불가능하다”라며 “해외사무소에 다녀온 분들은 ‘스펙’을 살려 이직하기 쉬우니 더더욱 퇴사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주 이전 리스크에 대해 국내외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는 지난달 공개한 ‘국민연금 기금운용 발전 방향’에 “기금운용본부의 서울사무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제안을 담았다. 전주 이전 리스크에 따른 인력 이탈을 막고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국민연금의 전주 이전 리스크를 지적했다. WSJ는 지난 12일자 신문 1면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가 1년째 공석인 이유를 보도하며 “낮은 임금과 정치적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룸메이트와 함께 기숙사를 써야한다. 돼지 분뇨 냄새에 대한 관용은 필수”라고 표현했다.
WSJ 국민연금

WSJ 국민연금

 
WSJ는 “국민연금 CIO는 매우 정치적인 자리다. 수많은 대형 공기업의 대주주로 기업경영에 결정적인 의결권을 행사한다. 벨기에 국내총생산(GDP)보다 큰 5650억 달러(634조원) 이상의 기금을 관리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급여는 민간 금융회사의 3분의 1수준”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진짜 나쁜건 위치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서울에서 120마일(193㎞) 떨어진 산과 논, 축사 분뇨 처리시설로 둘러싸인 도시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지역에서 올해 악취 관련 민원이 155건 제기됐다고 언급하며 기사 하단에 돼지 삽화를 그려넣고 ‘환영합니다’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장기간의 투자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은 전문 인력이 떠난다는건 기금 운용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잘해도 못해도 같은 성과급 지급 
해외사무소의 이상한 성과급 지급 방식도 처음 드러났다. 김순례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해외사무소 직원들은 사무소별 평가 결과나 개인별 평가 결과와 관계 없이 국내 기금본부 전체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았다. 해외에 파견 나와 남보다 일을 잘하지 못하거나, 뛰어나게 잘하더라도 같은 금액을 성과급으로 지급받았다는 것이다. 뉴욕사무소의 경우 2012년 사무소 전체 평가에서 86.4점, 개인별 평가(평균)에선 88.3점을 받았다. 같은 해 성과급은 1인당 평균 1314만원이 지급됐다. 이듬해인 2013년 사무소의 평가결과는 78.5점, 개인별 평가결과는 78.6점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성과급은 성과가 더 좋았던 전년도에 비해 355만원이 많은 1669만원(평균)이 지급됐다. 그 다음해인 2014년엔 평가 결과가 확 올라갔지만 성과급 액수는 39만원 줄었다.  
[김순례 의원실]

[김순례 의원실]

 
김 의원은 “뉴욕과 런던 해외사무소에서 근무한 인력들의 팀평가, 개인별 평가 점수와 관계없이 기금본부의 성과를 기준으로 성과급이 결정됐다는 점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해외사무소의 성과평가에 대한 기준 재정립과 투자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운영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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