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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업무추진비 유용 논란 대충 넘길 일 아니다

중앙일보 2018.09.28 00:24 종합 38면 지면보기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어제 청와대가 심야·주말 업무추진비로 2억4000여만원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엔 오후 11시 이후 심야 시간대를 ‘비정상 시간대’로 규정하고, 법정 공휴일과 주말엔 원칙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는 ‘24시간 365일 상시근무체제니만큼 심야·주말 사용이 내부 규정상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업무추진비 중 일부는 업무와 연관이 없는 주막·이자카야 등 술집에서 사용됐고, 저녁 기본 메뉴가 1인당 10만원 내외인 음식점에서 사용자와 목적을 기재하지 않은 채 ‘눈먼 돈’처럼 쓰인 흔적도 다수 발견됐다고 한다. 업무추진비가 사적으로 유용됐거나 최소한 방만하게 사용됐다는 의혹을 살 만한 정황이다. 정말 그렇다면 권력기관에선 국민 혈세를 ‘쌈짓돈’처럼 꺼내 쓰는 악습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뜻이다.
 
전 정권에서도 공무원이 업무추진비를 다른 용도로 전용하면서 기자간담회 개최에 사용한 것으로 허위 기재하는 등 황당한 사례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에도 고위 당국자들은 “사적 용도로 쓰진 않았다. ‘기자단’이라고 쓰는 관행이 있는데 그 부분을 챙기지 못했다”며 관행 탓으로 돌리고 넘어갔다. 한마디로 문제의식조차 갖고 있지 않은 한심한 발상이다.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KBS 이사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감사원은 일부 이사들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이 잡듯 뒤지고, 노조는 내용을 공개한 일이 있다. 심 의원 주장대로 업무추진비가 쌈짓돈처럼 쓰였다면 문재인 정부의 도덕적 해이다.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차제에 모든 부처를 상대로 예산집행 실태를 꼼꼼하게 따지고 일탈 관행이 있다면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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