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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에도 평화 속 불안감은 여전

중앙일보 2018.09.28 00:02 종합 32면 지면보기
평양 남북 합의 합리적 의심
평양 남북합의를 두고 여전히 의심이 많다. “앞으로 전쟁은 없느냐”“북한이 정말 비핵화를 할까” 등이다. 추석 기간에 청와대와 군 당국은 쉴 틈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에게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설명했다. 국방부·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는 휴일 중에도 남북 군사합의 후속 조치에 골몰했다. 이런 노력에도 연휴 동안 만난 일반 국민들은 이번 남북합의에 대해 평가를 하면서도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북한이 수없이 기만해온 기억을 떨칠 수 없어서다.  
 
남북이 평양에서 합의한 북한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두고 논란이 컸다. 정부의 제한된 설명에 이해가 쉽지 않았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정부가 아무리 설명해도 불확실성이 깔려있고 불신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군사합의도 그렇다. 지금껏 북한이 먼저 도발해왔고 한국군은 항상 방어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 감시에 주력했고 도발하면 강하게 응징해 재도발을 방지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그래서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약간의 틈이라도 생길 수 있는 정부의 조치엔 날 선 비판이 날아가는 게 현실이다. 평양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합리적 의심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 가운데 새로운 내용은 종전선언의 시기 조절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먼저 나왔다.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가급적 이른 시기에 선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당초 7월 정전협정 기념일 또는 9∼10월 사이로 재촉해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다음 날인 25일 미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선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종전선언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북한이 어느 정도 진지한 핵 폐기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이 상응한 (종전선언) 조치를 해주느냐에 (비핵화 성패가) 달려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선(先) 종전선언-후(後) 비핵화’에서 ‘선 비핵화 조치-후 종전선언’으로 후퇴한 것이다. 이는 북한 비핵화 전에는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흔드는 종전선언이 어렵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맞춰 다소 안정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협상에 시간 싸움 않겠다”는 발언도 성급한 종전선언보다는 완전한 비핵화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완전하게 검증이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와 같은 개념”이라는 말도 했다. CVID는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다. 문 대통령이 전한 김 위원장의 말로만 보면 상당히 진전된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의 말에 대한 신뢰 문제가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담보하기 위해 미사일 실험장과 발사대를 곧 폐기하고, 영변 핵기지도 미국의 상응한 (종전선언) 조치가 있을 경우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 조치의 첫 단계는 핵 시설·무기·물질·활동 등 핵 리스트 신고와 함께 영변 핵시설도 폐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 비핵화 조치는 지난 4.27 선언과 6.12 북·미 정상회담 때만 해도 신속하게 이행될 것으로 여겨왔는데 지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말로만 하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가 공감하는 비핵화 이행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엔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의 중간선거(11.6) 이후로 건너갈 수 있다. 그땐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표변할 수 있다. 그의 다음 목표가 2년 뒤 대통령 재선이어서 더 큰 성과를 북한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처럼 김 위원장 칭찬 일변도의 레토릭이 아니라 언제 강공으로 나올지 모른다. 더구나 협상과 시간은 힘의 절대 우위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편이다.
 
다른 문제점은 북한의 ‘현재 핵’ 문제가 논의에서 빠져있는 점이다. 북한 현재 핵은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북한 비핵화는 처음엔 6개월에서 1년·2년으로 미뤄졌다가 2021년 이후로 연기되는 분위기다. 그 사이 북한은 2020년까지 100개의 핵무기를 확보해 본격적인 핵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미국에 부담이 되는 미사일 시설은 먼저 폐기하지만, 우리에게 더 우려되는 현재 핵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문 대통령도 이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남북이 합의한 군사합의는 그동안 보도된 내용보다 실질적인 성과가 있었다. 전방지역에서 무인정찰기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북한군 동향 파악에는 어려움이 커졌지만, 서해구역에서 북한 포병 활동을 제한한 것은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 국방부와 연합사에 따르면 북한 초도(대동강 하구의 섬) 이남에서 해주 사이에 있는 북한군 4군단 소속 방사포와 장사정포 등 야포와 지대함 미사일의 사격훈련과 포문 개방이 금지된다. 이 야포들은 2010년 연평도에 포격했던 무기다. 북한 지대함 미사일은 해군의 경계활동에 위협적인 존재다. 북한이 약속을 지킨다면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
 
또한 비무장지대(DMZ) 내에 있는 남북 전방초소(GP)와 북한군 민경대대까지 모두 철수하기로 남북이 합의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군사합의를 발표할 당시엔 남북이 GP만 동수로 철수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DMZ 안에는 북한군은 GP 160여 개와 민경대대까지 배치돼 있지만 우리 GP는 60여 개뿐이다. 이를 동수로 철수하면 우리 GP는 모두 없어지는 반면, 북한군은 100여 개와 민경대대까지 DMZ 내에 고스란히 남는다. 또한 ‘적대활동 금지’와 헬기 운영 제한으로 지휘관들의 전방 지도 방문과 경계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없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답변이다. 따라서 이 사실이 맞다면 국방부는 국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해 오해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예비역 장교는 물론, 현역 장성들까지도 장병들의 의식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높다. 이기식 전 해군작전사령관(중장)은 “과도한 ‘평화’ 강조로 지휘관들과 장병들의 전투의식이 이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군대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군사합의 1조①항의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 증강 문제… 등에 대해서도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협의해나가기로 하였다’는 대목도 오해 소지가 있다. 미래 잠재 위협에 대비하는 전력증강이나 훈련도 북한이 원치 않는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더구나 남북이 긴장 완화에 합의했지만 완전한 평화가 구축되기까지는 북한군이 현실적인 위협이자 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평화가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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