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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세 타이거 우즈 “나는 걸어다니는 기적”

중앙일보 2018.09.27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타이거 우즈가 지난 24일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두 팔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우즈는 부상을 극복하고 5년 여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지난 24일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두 팔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우즈는 부상을 극복하고 5년 여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는 ‘영감’이다. 전성기 때도, 전성기를 지났어도 항상 우리에게 영감(靈感)을 준다. 1975년 12월 30일생. 만 43세를 바라보는 나이니 프로골퍼로서도 그는 이제 ‘영감(令監)’이다.
 

1876일 만에 PGA투어 우승
시속 209㎞, 스윙 스피드 최고
4차례 허리 수술 딛고 통산 80승
메이저 최다승 기록까지 4승 남아

우즈의 여든 번째 우승은 이제 골프의 신화가 됐다. 지난 24일, 추석 아침이었다. 우즈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통산 80승. 그가 마지막으로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건 2013년 8월이었으니 5년 1개 월만의 우승이라고 했다. 날짜로는 1876일 만이다. 43세의 나이에 거둔 값진 승리였다.
 
우즈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한 뒤 홀 속에 빠진 공을 힘겹게 집어 들었다. 왼손에 쥔 퍼터를 지팡이 삼아 땅을 짚은 뒤 오른쪽 다리로만 버티면서 허리를 굽혀 공을 꺼내 들었다. 그의 왼쪽 무릎이 성치 않은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는 괜찮다고 하지만 본능적으로 왼 다리를 피해 오른 다리로만 몸을 지탱하면서 공을 꺼냈다.
 
그래도 타이거는 타이거였다. 머리가 듬성듬성 빠지고, 이마에 주름이 잡혔어도 그는 ‘골프 황제’의 기품을 잃지 않았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공을 그린 주변의 벙커에 빠뜨리고도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우아하게 벙커샷을 해서 공을 가볍게 그린 위에 올렸다. 로리 매킬로이(29)가 바라보는 앞에서 그는 멋지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돌아온 골프 황제의 위닝 샷은 그렇게 우리에게 감동을 줬다.
 
2018년 PGA투어에서 스윙 스피드가 가장 빠른 선수가 바로 타이거 우즈다. 43세의 나이에도 그의 스윙은 녹슬지 않았다. 올 시즌 우즈의 헤드 스피드는 시속 130마일(209㎞)에 가깝다. 소문난 장타자인 더스틴 존슨(34)은 126마일, 버바 왓슨(40)은 124마일이다. 신예로 떠오른 조던 스피스(25)는 116마일 정도다. 그의 다이내믹한 샷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의 기쁨이다. 그의 플레이를 보는 건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눈앞에서 감상하는 것만큼이나 값진 일이다.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키스를 나누는 우즈와 그의 여자친구 에리카 허먼. [사진 폭스뉴스 캡처]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키스를 나누는 우즈와 그의 여자친구 에리카 허먼. [사진 폭스뉴스 캡처]

우즈는 골프를 진정한 스포츠의 영역으로 이끈 수퍼 스타다. 근육질의 몸으로 파워 골프의 시대를 열어젖힌게 바로 그다. 우즈 이전의 골프가 테크닉의 경연이었다면 그는 벌크업한 근육질의 몸으로 골프를 파워의 대결로 끌어올렸다. 골퍼를 진정한 운동선수(athlete)로 부를 수 있도록 만든 게 바로 그다.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 풋볼 코치에게 부탁해 피트니스 센터의 열쇠를 손에 넣은 뒤 온종일 그곳에서 살았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무거운 덤벨을 들어 올리며 근육을 키웠고,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러닝을 하면서 체력을 다졌다. 대학 시절 그는 매주 80㎞ 이상을 달렸다. 어린 시절부터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였다. 학창 시절 동료들이 스낵바에 몰려가 수다를 떨 때도 그는 드라이빙 레인지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타이거 우즈의 적수는 다른 선수가 아니었다. 그의 적은 항상 그 자신이었다. 타이거 우즈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밝힌 말.
 
“운동선수로서 나는 항상 스스로를 몰아 붙인다. 가장 극한의 것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게 다른 선수와 나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당연히 고통이 수반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꺼리는, 하기 싫어하는 걸 견뎌내야 한다.”
 
그의 몸은 부상으로 점철된 만신창이다. 2012년 무릎 수술을 받은 데 이어 2014년 이후 4차례나 허리 수술을 했다. 그래도 그는 그때마다 다시 일어섰다. 진통제란 진통제는 다 찾아 먹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단 한 가지. 다시 필드로 돌아가겠다는 일념뿐이었다. 그는 다음 주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 주말에 대회에 나갈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심정이었다. 올해 68세가 된 PGA투어 출신 베테랑 골퍼 래니 왓킨스는 말한다.
 
“나는 우즈의 심정을 100% 이해한다. 선수 시절 내내 나를 따라다니던 허리 통증, 그건 정말 아는 사람만이 아는 것이다. 이 허리 통증이 가시지 않을 때 나는 권총을 쥐고(목숨을 끊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우즈는 지난 10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섹스 스캔들이 터졌고, 부인과 결별했다. 지난해엔 약물에 취한 채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눈이 풀린 흐리멍덩한 그의 사진은 우리가 아는 골프 황제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의 대학 동창인 골퍼 노타비게이 3세는 “그가 노력하는 모습을 본다면 아무도 우즈를 비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즈는 1996년 프로 데뷔 이후 18년 동안 79승을 거뒀다. 그리고 다시 1승을 추가하기까지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허리수술을 마친 그는 지난 4월 마스터스에 출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를 맞았다. 나는 걸어 다니는 기적(walking miracle)이다.”
 
우즈는 현재 메이저 통산 14승을 기록 중이다. 그가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을 추가할 수 있을까.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18승) 기록에 도전하려면  앞으로 4승 이상을 거둬야 한다. 43세인 그가 앞으로 메이저 4승을 추가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메이저 우승에 도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우리에게 감동과 영감을 준다. 타이거 우즈가 돌아왔다.
 
정제원 기자 chung.jeh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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