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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9개월…대인기피 중학생, 어떻게 달라졌을까

중앙일보 2018.09.26 13:00
[더,오래] 신남식의 반려동물 세상보기(9)
반려동물과 상호작용이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로 시작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많은 연구결과가 있다.
 
반려동물은 어린이의 정서발달과 인지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자신감과 책임감이 증진된다. [사진 pixabay]

반려동물은 어린이의 정서발달과 인지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자신감과 책임감이 증진된다. [사진 pixabay]

 
반려동물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최초로 시작한 사람은 미국의 정신과학자인 보리스 레빈슨(Boris M. Levinson)이다. 그는 다른 사람과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치료 불능의 어린이 환자가 병원 앞에서 자신이 기르고 있는 반려견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치료과정에 동물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반려동물이 어린이에게 막역한 친구나 놀이 상대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그는 개를 활용하여 치료한 성공사례를 1961년 미국 정신과학회에 발표하였고 이때 반려동물매개치료(Pet Therapy)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이후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1988년 멜슨과 피어(Melson & Peer)는 반려동물이 어린이의 정서발달에 도움을 준다 하였고, 포레스키와 헨드릭스(Poresky & Hendrix)는 사회·정서적 발달과 인지능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했다. 1989년 베르게슨(Bergeson)은 자긍심 증진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후속 연구에서도 자신감과 책임감이 증진되고 언어습득 능력이 촉진되고 남을 이해하는 습성이 생긴다는 결과가 많이 나왔다.
 
한국의 경우는 1995년 용인 소재 반려견연구센터와 국내의 사회복지 관련 교수들이 함께 연구팀을 구성하여 전북지역 보육원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최초라 할 수 있다. 필자도 연구팀의 일원으로 참여한 바 있어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 본다.
 
겁이 많고 말이 없는 내성적인 10살 여자 어린이가 10개월간 개와 함께 생활한 결과 또래 아이들과 관계가 형성되어 말수도 늘고 성격이 한층 밝아졌다. [사진 pixabay]

겁이 많고 말이 없는 내성적인 10살 여자 어린이가 10개월간 개와 함께 생활한 결과 또래 아이들과 관계가 형성되어 말수도 늘고 성격이 한층 밝아졌다. [사진 pixabay]

 
겁이 많고 말이 없는 내성적인 10살의 여자 어린이에게 10개월간 개와 함께 생활하게 한 결과 또래 아이들과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여 말수도 늘고 친구도 사귀며 한층 성격이 밝아졌다. 책임감이 전혀 없는 12살의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같은 방법을 적용한 결과 개를 잘 돌보고 개인물품을 정리하고 방을 청소하는 등 책임감이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학교폭력 때문에 학교를 못 가고 대인기피와 불면에 시달려 정신적 치료를 받고 있던 중학생의 사례도 있다. 이 학생은 치료가 어렵다 하여 의사의 권유로 지방으로 거처를 옮겨 개와 함께 9개월을 생활하였다. 그 결과 정신적 증상이 없어져 성격이 밝아지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변해 스스로 학습하려는 의지도 강해지는 등 정상을 되찾았다.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에서 어린이에게 알레르기나 감기 등의 질병이 생기면 그 원인이 동물에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경우가 있다. 특정 사물이 알레르기와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과장되거나 잘못 알려진 부분이 없지 않다. 갓난아이 때부터 반려동물과 함께한 어린이는 알레르기와 천식 발병률이 낮고 질병에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몇 년 전 스웨덴의 한 대학 연구진이 2001년부터 10년간 출생한 100만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를 기르는 가정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천식 발병률이 15% 낮게 나타났다. 또 다른 대학의 연구진은 고양이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청소년을 조사한 결과 어릴 때 고양이를 기른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경우보다 5% 정도 낮았다 했다.
 
반려동물은 생애주기가 짧기 때문에 생명 탄생의 순간과 성장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사진 pixabay]

반려동물은 생애주기가 짧기 때문에 생명 탄생의 순간과 성장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사진 pixabay]

 
반려동물이 어린이에게 주는 부수적인 혜택이 있다. 반려동물은 생애주기가 짧기 때문에 어린이는 생명 탄생의 순간과 성장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으며,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때로는 동물의 죽음을 경험하게도 된다. 이러한 생명현상의 과정에서 생명의 존엄성과 경외를 느끼게 되며, 자연스러운 성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육의 효과도 있다.
 
최근 미국의 대학 연구진 논문에 의하면 개와의 상호작용은 어린이의 기분을 좋게 하고 걱정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 논문에서는 시험 전 개와 상호작용을 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든다고 했다.
 
반려동물이 어린이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은 반려동물이 보호자와 가정에 주는 선물이다. 긍정의 효과는 유대관계가 잘 형성되고 신뢰가 더 할수록 높아진다. 따라서 반려동물이 건강하고 안락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부모는 어린이에게 보호하는 방법을 잘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신남식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nssh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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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식 신남식 서울대 명예교수·(주)이레본 기술고문 필진

[신남식의 반려동물 세상보기] 동물원장과 수의과대학 교수를 지냈다. 반려동물인구가 1000만이 넘고, 동물복지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시대에 반려동물 보호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동물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새로운 시각이 요구된다. 동물의 선택, 보호자의 자격, 예절교육, 식사, 위생관리, 건강관리 등 입양에서 이별까지의 과정에 보호자가 해야 할 일을 알아보고 사람 삶의 질을 높여주는 반려동물의 세계를 구석구석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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