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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너무 아프다고? 거북목 아닌지 먼저 살펴야

중앙일보 2018.09.25 07:00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28)
목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하면 목이 문제고, 어깨를 움직여 봐서 어깨에 불편함이 심해지면 어깨가 원인이다. [사진 유재욱]

목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하면 목이 문제고, 어깨를 움직여 봐서 어깨에 불편함이 심해지면 어깨가 원인이다. [사진 유재욱]

 
“선생님 어깨가 아파서 왔어요. 저는 이 부분이 항상 뻐근해 마치 어깨에 곰 세 마리 앉아 있는 것 같아요. 컴퓨터 앞에 잠시만 앉아있어도 금세 어깨가 굳고 통증이 생겨요.”
“거기가 아픈 것은 어깨가 문제가 아니라 목이 문제일 가능성이 커요.”
 
“네? 여기가 어깨가 아니라고요? 다들 어깨가 뭉쳤다고 하는데요?”
“거기에는 ‘승모근’과 ‘견갑거근’이라는 근육이 있는데요, 이 근육이 어떤 역할을 하냐면 주로 목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자세가 안 좋아서 목이 앞으로 내민 거북목이 되면 목을 지탱하기 위해서 근육이 긴장하고 통증이 생기는 거예요”
 
“이해가 안 되는데 여기가 어떻게 목이라는 거죠?”
“쉽게 알아볼 수가 있는데…. 목을 움직여 볼 때 통증이 심해지면 목이 문제이고, 어깨를 움직여 봐서 어깨에 불편감이 심해지면 어깨가 원인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자~ 제가 어깨를 움직여 볼 테니까. 승모근 쪽이 아프신가요?”
 
“아니요 비슷한데요~”
“그럼 이번에는 제가 목을 움직여 볼게요.”
 
“목을 움직이니까 어깨통증이 생기는데요. 승모근 부위뿐만 아니라 견갑골 안쪽 등 쪽으로 통증이 오네요.”
“그럼 지금 불편하신 통증의 원인이 목에서 내려왔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MRI보다 유효한 '유발검사'
통증의 원인을 진단하는 방법 중에 '유발검사'라는 방법이 있다. 증상을 유발해 원인을 찾는 진단방법이다. [중앙포토]

통증의 원인을 진단하는 방법 중에 '유발검사'라는 방법이 있다. 증상을 유발해 원인을 찾는 진단방법이다. [중앙포토]

 
통증의 원인을 진단하는 방법 중에 ‘유발검사(provocation test)’라는 방법이 있다. 증상을 유발해 증상의 원인을 찾는 진단방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어떤 자세나 움직임을 할 때 통증이 발생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위 환자의 경우에는 어깨를 움직여 봤을 때는 통증의 변화가 없고, 목을 움직여 봤을 때 승모근 쪽으로 통증이 심해졌으니, 통증의 원인은 목에서 내려왔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당하다. 어찌 보면 너무나 간단해서 실소를 자아낼 것 같은 이 방법은 생각보다 임상에서 매우 유용하고 정확하다. 어떤 경우에는 MRI보다 유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위의 경우에 만약 환자가 어깨통증이라고 이야기한 말만 듣고 어깨 MRI를 찍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원인이 목에 있으니 어깨는 정상소견이 나왔을까?
 
아니다. 어깨에 이상소견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사람은 원래 50년 정도 어깨를 사용하면 어깨 통증이 없는 사람에게도 어깨 힘줄에 크고 작은 상처가 있게 마련이다. 나는 이런 상처를 ‘세월의 흔적’이라 부른다. 우리가 이마에 주름살을 질병으로 여기지 않듯이 ‘세월의 흔적’ 역시 질병이 아니다. 적어도 얼마 전부터 증상이 나타난 어깨통증의 직접원인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많이 묻고 만지는 의사 신뢰해야
MRI 검사는 매우 세밀하게 촬영을 하기 때문에 작은 병변까지도 다 잡아내지만 그 병변이 과거의 것인지 지금 발생한 것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중앙포토]

MRI 검사는 매우 세밀하게 촬영을 하기 때문에 작은 병변까지도 다 잡아내지만 그 병변이 과거의 것인지 지금 발생한 것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중앙포토]

 
MRI 검사는 매우 세밀하게 촬영을 하기 때문에 작은 병변까지도 다 잡아낸다. 하지만 MRI 검사의 가장 큰 단점은 그 병변이 과거의 것인지 지금 발생한 것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세월의 흔적’이 질병의 근본 원인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유발검사’와 의사가 환자를 세심하게 만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의사가 이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지 않고 MRI 소견만 믿고 진단을 했다면 애꿎은 어깨가 누명을 쓰고 치료를 받는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유재욱의 한마디
유발검사는 우리 몸 어디든지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허리통증도 내가 ‘앉아있을 때 아픈지’, ‘걸을 때 아픈지’, ‘앉았다 일어나는 순간에 아픈지’, ‘통증을 발생시키는 어떤 자세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의사에게 전달하면 좀 더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또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MRI를 찍자고 말하는 의사보다는 증상을 많이 물어보고 만져보는 의사를 신뢰하는 것이 유리하다.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artsm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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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필진

[유재욱의 심야병원] 작은 간판이 달린 아담한 병원이 있다. 간판이 너무 작아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다. 이 병원의 진료는 오후 7시가 되면 모두 끝나지만, 닥터 유의 진료는 이때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모두가 퇴근한 텅 빈 병원에 홀로 남아 첼로를 켜면서, 오늘 만났던 환자들이 한 명 한 명 떠올린다. ‘내가 과연 그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한 것일까?’ ‘혹시 더 나은 치료법은 없었을까?’ 바둑을 복기하듯 환자에게 했던 진료를 하나하나 복기해 나간다. 셜록 홈스가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닥터 유의 심야병원은 첼로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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