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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헤치고 큰 꿈 향해 '열공'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중앙일보 2018.09.25 06:00
취임 후 본지와 인터뷰 중인 이재명 경기지사. 김상선 기자

취임 후 본지와 인터뷰 중인 이재명 경기지사. 김상선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여러모로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인물이다. 
지난해 대선 때, 기초단체장(경기 성남시장)이 정치 경력의 전부임에도 제1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3위를 기록하며 급부상한 것부터가 이례적이다. 올해 초엔 ‘친문 핵심’인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넉넉한 표차로 꺾고 민주당의 경기지사 후보가 됐다. ‘정치판 흙수저’의 성공기를 써내려가던 찰나, 여배우 김부선 씨와 연관된 스캔들이 터졌다. 삼류 드라마보다 못한 지저분한 공방이 오갔지만, 어쨌든 여당의 경기지사 후보가 됐고 6월 지방선거에서도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당선이 확정된 날, 스캔들 관련 질문에 누가 봐도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지상파와의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끝내면서 ‘태도 논란’을 일으켰다. 곧이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기점으로 조폭 연루설도 터졌다. 2년이 채 안 되는 동안 이 지사만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화제를 일으킨 인물은 보기 드물다.
 
주변에선 그 원인을 이 지사의 스타일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이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좌충우돌하면서도 자신의 스타일과 소신을 지켰기 때문에 이만큼 클 수 있었다”며 “이제는 튀는 정치인이 아니라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학과에 입학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정치적 성공을 거둔 이 지사도 이를 간파하고 있는 듯하다. 활발한 SNS 활동으로 셀프 마케팅을 했던 이 지사지만, 지방선거 이후엔 공개적인 발언을 확 줄였다.
 
최근엔 점심을 도시락으로 때우기 일쑤라고 한다. 이 지사의 한 측근은 “인수·인계는 이미 끝났지만, 이와 상관없이 연일 보고가 이어진다. 이 지사 자신도 공부할 게 참 많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이 넓고 이슈가 많은 만큼 잘 배우고 경험하면 더 큰 길을 가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도 강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말하는 ‘더 큰 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차기 대권(大權)이다.
 
이 지사의 대권 도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 차기 경쟁자 중 한 명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초청받아 갔는데 접경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사는 못 갔다”는 식의 평가로 회자되기도 한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이 지사의 행보는 “개의치 않는다”로 요약된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3차 정상회담으로 떠들썩하던 추석 직전, 이 지사는 하계 다보스포럼 참석차 중국 톈진시에 가 있었다. 그는 다보스포럼 이틀째인 19일 ‘일자리의 50%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제목의 세션에 참석해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는 논지의 토론을 펼쳤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성남시에서 실시한 청년 배당이 지역 상인들의 매출을 올린 사례를 들며 “기본소득을 실험한 인도나 알래스카에선 범죄율과 자살률 등이 많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백두산을 찾은 20일에도 그는 ‘마이 웨이’를 걸었다.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경기도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 계획을 설명하는 이화영 경기 평화부지사. [사진 경기도]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경기도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 계획을 설명하는 이화영 경기 평화부지사. [사진 경기도]

국회 정론관에 이화영 경기 부지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효율적인 주택공급은 투기수요 차단과 함께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양 수레바퀴”라며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침에 공감하며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경기도의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최근 여의도ㆍ용산 개발 발언과 그린벨트 해제 이슈로 중앙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법이다.
 
이 지사는 당분간 이런 식의 정치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 지사와 가까운 또 다른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이 지사의 대중성은 이미 확인됐다. 시기가 남은 만큼 지금은 차분히 내실을 키울 때”라고 말했다. ‘여배우 스캔들’과 ‘조폭 연루설’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이어져 노출 빈도를 늘려봐야 득 될 게 없다는 판단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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