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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 고르는 일본 청년, 알바도 못 구하는 한국 청년

중앙일보 2018.09.25 00:00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 7월 유효구인배율은 1.63배였다. 구직자 한 사람당 1.63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임금과 근로시간 같은 근로조건을 따져 취업할 수 있는 수준이다. 44년만에 최고치다.
 

일본, 한사람이 1.65개의 일자리 놓고 저울질
한국, 100명이 65개 일자리 놓고 치열한 다툼

일본은 경기호전에 일자리 늘자 기업이 고용 질 개선
한국은 일자리 즐어드는데 정부가 기업에 개선 압박

일본은 대중소기업 격차 거의 없는데, 한국은 절반

반면 한국의 유효구인배율은 6월 기준으로 0.65배다. 100명이 65개의 일자리를 놓고 경쟁한다는 말이다. 이러니 지난달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실질적인 실업률(청년확장실업률)이 23%로 치솟았다. 매달 20만~30만명을 기록하던 취업자 수 증가는 3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19년만에 최악이다.

청와대는 고용참사를 놓고 "경제체질을 바꾸며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했다. 청년은 경제체질이 바뀔 때까지 계속될 통증을 참아야 한다. 그 통증을 다 참고 나면 지금의 청년은 중년에 접어들텐데... [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고용참사를 놓고 "경제체질을 바꾸며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했다. 청년은 경제체질이 바뀔 때까지 계속될 통증을 참아야 한다. 그 통증을 다 참고 나면 지금의 청년은 중년에 접어들텐데...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한국 정부는 인구구조론을 내세운다.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서라고 한다. 그런데 일본의 고령사회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의 인구구조론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양국의 고용시장 차이는 정책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의 노동시장 변화상은 정반대다. 일본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취업내정자가 취업을 거절하고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졸업 전 마지막 학기의 학자금 대출 상환을 지원하거나 부모와 학생을 초대해 식사와 선물을 제공하는 일까지 마다치 않는다.(아사히신문) 인재를 영입하려 초임을 올리고 유급휴가를 확대하는가 하면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근무제 도입 같은 근로조건 개선에도 나선다.
 
정부가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최저임금을 올려 노동시장을 규율하는 우리와 달리 경제 성장세를 탄 기업이 인재 유치를 위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의 변화를 선도하는 셈이다.
 
이 바탕에는 아베노믹스에 따른 경기호전이 자리하고 있다(한국고용정보원 분석). 아베 총리가 펼친 경제 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면서 기업의 성장 모드를 자극했고, 이게 경기를 좋게 해 일자리를 늘어나게 했다는 뜻이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해진 뒤에야 일본 정부는 고용의 질에 신경을 썼다. 한국처럼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고용의 질을 좋게 한다며 임금을 올리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의 정책을 펴는 것과 대조된다. 이게 기업을 위축시키고, 고용 사정은 악화했다.
 
일본 정부는 청년 고용상황이 호전되고 있던 2015년 10월 '청소년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실시했다. 적절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소기업 청년 응원(유스 엘) 인정기업 제도가 대표적이다. 최근 3년 동안 취업한 청년의 이직률이 20% 이하이면서 초과근로시간, 유급휴가일수, 임원 중 여성 비율 등을 꼼꼼하게 따져 해당 기업에 청년을 알선한다. 그러면서 정책금융을 저리로 융자해준다. 고용관계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서는 공공고용서비스 알선을 거부한다. 일할 청년을 소개받으려면 법을 제대로 지키고, 근로조건을 좋게 하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우리처럼 근로감독으로 옥죄는 식의 강압적 대응과 차이가 있다.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셈이다.
 
일본이 이런 정책을 펼 수 있는 것은 경기호전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은 대기업 노조라고 하더라도 비슷한 업종의 중소기업보다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사업종의 대·중소기업 임금이 비슷하다.
 
2015년의 경우 일본의 1000인 이상 대기업에 근무하는 20대의 월평균 임금은 23만6500엔이었다. 100~999인 이하의 중기업은 22만300엔, 100인 미만 소기업은 21만80000엔이었다. 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대기업보다 기껏해야 2만5700엔 적을 뿐이다.
 
그러나 한국은 대기업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절반이 채 안 된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논문에서 "한국은 대·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향후 청년실업률 상승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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