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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대박 상품 되는 축제…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

중앙일보 2018.09.24 11:15

아이디어 있으면 다 모여라!

알리바바가 개최하는 '2018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淘寶造物節, Taobao Maker Festival)'이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중국 유명 관광 명승지 항저우 시후(西湖)의 호숫가에서 열렸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상품화한 젊은이들이 참가하는 축제다. 알리바바 타오바오는 이번 행사가 처음으로 야외에서 진행했고 역대 최대 규모라고 자랑했다. 차이나랩이 항저우 현지에서 취재했다.  
 

단순 전시회 벗어나 모두가 즐기는 축제
타오바오, 짝퉁 시장서 혁신 플랫폼으로 탈바꿈

지난 14일, 항저우에서 열린 2018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 현장 [출처 차이나랩]

지난 14일, 항저우에서 열린 2018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 현장 [출처 차이나랩]

짝퉁시장에서 혁신 창업 플랫폼으로
타오바오(淘寶)는 중국어로 '보물찾기'라는 뜻이다. 15년 전 알리바바 초창기에 만들어진 게시판(BBS)이자 알리바바 성공의 일등공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타오바오의 특성상 짝퉁 상품이나 불량 상품이 많다는 것이 늘 비난의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알리바바는 유명 브랜드 상품의 제조업체와 직접 계약하고 판매하는 B2C 플랫폼 티몰(天貓, Tmall)을 만들었다. 티몰 출범 이후 타오바오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2018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 현장 [출처 차이나랩]

2018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 현장 [출처 차이나랩]

그러나 최근 타오바오는 혁신, 창업, 문화유산 보존, 재미 등의 키워드를 가지고 새롭게 탄생했다. 중국 주링허우(九零後·90년대 출생자),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 출생자)들이 자신의 취미와 접목한 상품을 제작해 타오바오에서 판매해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 데이터(CBNData)에 따르면 현재 타오바오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중 77%는 33살 이하의 젊은이다.  
 
중국 젊은 소비자의 수요도 과거에 비해서 현저히 달라졌다. 2017년 4분기만 해도 타오바오에서 '독창(原創)'이라는 키워드는 1억 7000만 번이 검색됐다. 이는 중국 소비자의 독창적인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새로운 소비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타오바오는 이제 중국어 이름 뜻 그대로 젊은 중국 소비자들이 '보물을 찾는' 곳이 됐다.  
 
메이커 페스티벌, 중국 젊은이들의 축제
이러한 타오바오의 새로운 이미지는 2016년부터 시작한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전시회는 타오바오에서 활동하는 인기 아티스트들을 한자리에 모아 온라인에서만 판매했던 자신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보여주는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회이다.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팬과 직접 만나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천하고 상업화하기 위한 좋은 플랫폼이다.  
  
전시회 현장에서 사진 찍고 있는 관람객. 청소년 창업 아이디어를 전시하는 공간도 마련됐다(왼쪽) [출처 차이나랩]

전시회 현장에서 사진 찍고 있는 관람객. 청소년 창업 아이디어를 전시하는 공간도 마련됐다(왼쪽) [출처 차이나랩]

타오바오의 마케팅 총괄(CMO) 크리스 텅(董本洪)에 의하면 올해 축제에는 총 200여 개 점포가 참여했다. 수많은 인기 타오바오 아티스트 중에서 빅데이터, 사전 투표 등의 방식으로 뽑은 만큼 모두 인기가 많고 자기만의 독창성이 있는 상품을 가진 점포들이다.    
 
젊은 관객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알리바바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까지 이 축제는 주로 방학기간에 진행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개강 시즌인 9월에 진행했기 때문에 관객이 없을까봐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려가 무색하게도 이번 축제에는 역대 가장 많은 관객이 찾아왔다. 필자는 8월 초에 입장권 판매를 시작할 때부터 이 행사에 주목했다. 실제로 가장 비싼 400위안(약 6만 5000원)짜리 종일 입장권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행사 시작 전인 9월 초에는 이미 모든 입장권이 매진됐다. 그리고 중국 유명 포털에서 이 행사의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나온 것은 바로 '티켓 구함'이다. 젊은 사람 사이에 이 행사의 인기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필자는 현장에서 중국 광저우, 베이징 등 항저우에서 먼 지역에서 일부러 행사 찾아온 관객도 만났다. 광저우에서 온 장 씨(20살)는 “작년에도 참가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올해도 일부러 찾아왔다"라고 했다.
 
창업,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 전달
그럼 중국의 젊은이들이 이 행사에 왜 열광하는 것일까? 행사의 현장에 가보면 그 어느 전시회에서도 느낄 수 없는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온라인에서 관심 있는 상품을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하고 이 상품을 만든 메이커(造物者)와 교류도 할 수 있어서 팬미팅 분위기에 더 가까웠다. 그 뿐만 아니라 각종 먹거리 시식을 제공하는 야시장 거리도 있고 숲 콘서트, 패션쇼 등 행사도 준비돼 있다.
 
산수화 그림이 그려져 있는 접착 테이프. 하얀 수첩에 부착하니 인쇄된 그림처럼 보인다 [출처 차이나랩]

산수화 그림이 그려져 있는 접착 테이프. 하얀 수첩에 부착하니 인쇄된 그림처럼 보인다 [출처 차이나랩]

특이한 점은 여기 있는 상품들이 대중을 위한 상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행사는 샤오중(小衆·마니아), 소위 말하는 '오타쿠'를 위한 축제 같은 느낌이다. 전시되는 제품마다 명확한 소비자 군이 따로 있다. 특이한 접착 테이프를 판매하는 가게에 들러봤다. 주인은 "중국의 전통적인 산수화에서 따온 그림으로 테이프를 만든다"며 "주로 수첩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장사가 잘 되냐는 질문에 점포 주인이 "중국에 있는 수첩 마니아가 10만 명 이상"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타오바오의 CEP 장판(蒋凡)은 "타오바오의 플랫폼에는 수많은 젊은 아티스트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취미와 연관된 각자의 분야에서 독창적인 상품을 만들어서 팔고 있다. 물론 어떻게 보면 대중적이지 않은 상품들이지만 거대한 중국 시장과 접목해 이들도 연 매출이 어마어마한 전설적인 가게(神店)를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이 만든 일종의 홍보 행사지만 중국 창업 환경과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행사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어떤 것이든 창업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과 '창업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창업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창업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현장에서 제품 판매는 NO, 그럼 수익은 어디서?
특이한 점은 행사 현장에서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관심 있는 물건을 발견하면 스마트폰으로 전시부스에 설치된 바코드를 촬영한다. 그러면 해당 물건을 판매하는 타오바오 온라인 상점에 방문할 수 있다. 제품 구매는 모바일을 통해 이뤄진다. 행사에 참여한 판매자는 "첫날부터 가게 팔로어가 늘기 시작했고 매출도 2~3배로 늘었다"며 "무엇보다 여기서 이들이 우리의 단골 손님이 될 가능성이 높아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타오바오 앱으로 본 패션쇼 생방송, 왼쪽 하단에 상품 구입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출처 차이나랩]

타오바오 앱으로 본 패션쇼 생방송, 왼쪽 하단에 상품 구입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출처 차이나랩]

타오바오는 시후의 유명한 다리 돤치아오(断桥)에서 패션쇼도 열었다. 이 패션쇼는 밤 11시가 넘어서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늦은 시간에 패션쇼를 왜 하나' 싶다가 타오바오의 앱에서 그 답을 찾았다. 이 패션쇼는 타오바오의 젊은 신인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타오바오의 앱을 통해서 생중계했다. 소비자들이 방송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옷을 바로바로 구매할 수 있다. 이 기능은 타오바오가 새로 출시한 기능으로 일종의 개인 방송 홈쇼핑이라고 볼 수 있다. 주 이용자들이 밤 11시 이후 생방송을 시청하며 쇼핑을 하기 때문에 그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방송 시간을 정한 것이다. 늦은 시간이 아닐까 싶은 우려와 달리 방송 시작 몇 분 만에 200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몰렸다. 구매도 수시로 이루어졌다.  
 
축제 메이커, 알리바바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은 또 하나의 '메이드 인 알리바바' 축제가 되었다. 알리바바는 축제 메이커답게 유명한 축제를 많이 만들었다. 가장 잘 알려진 축제는 바로 11월 11일 '광군제' 연말 세일이다. 지금의 알리바바 그룹 CEO 장용(張勇)이 만든 이 축제는 2009년부터 시작했다. 2009년 하루 매출이 5000만 위안(약 81억 6600만원)였고 2017년에는 1000억 위안(약 16조 3300억원)을 돌파했다.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도 앞으로 중국 젊은 소비자의 취향을 읽어내고 젊은 창업자를 많이 배출할 수 있는 곳으로 주목할 만한 행사다.  
 
항저우=차이나랩 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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