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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남과 배우자 쟁탈전까지…일본 남자들, 결혼 참 힘드네

중앙일보 2018.09.23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10)
일본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독신세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비정규직 확대 등 고용과 장래 생활에 대한 불안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중앙포토]

일본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독신세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비정규직 확대 등 고용과 장래 생활에 대한 불안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중앙포토]

 
K (34) 씨는 현재 통역학원에 다니면서 파견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연 소득은 240만엔으로 정규직 사원의 절반 수준이다. 장래 통역사를 꿈꾸며 공부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득에 불만은 없다. 입사 초기에는 대기업 전기업체에서 일했지만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두었다. 자취생활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결혼할 계획은 전혀 없다. “배우자를 부양할 일이 없기 때문에 책임감이나 압박감도 없어 편하다”고 말한다.


재혼남과 배우자 쟁탈 전쟁 벌이는 독신 남성
일본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독신세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독신세대가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비정규직의 확대 등 고용과 장래 생활에 대한 불안이 첫손가락으로 꼽힌다.
 
또 하나는 초혼녀와 결혼하려는 재혼남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재혼 남성이 젊은 초혼여성으로 목표를 좁혀 결혼 시장에 진입하면서 배우자 쟁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재혼남이 초혼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실제 초혼녀와 결혼한 재혼남의 80%는 연하의 배우자를 선택하고 있다. 재혼남성과 초혼여성의 커플에서 남성이 7세 이상 연상인 경우가 44%였다. 
 
2016년 결혼상황 통계를 보면 결혼한 부부 중 재혼남과 초혼녀의 커플(9.7%)이 재혼녀와 초혼남 커플(6.9%)보다 많았다. 재혼남과 초혼녀 커플이 매년 1만~2만건씩 많았다.
 
남성의 이혼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도 문제다. 결혼할 의사가 있는 독신 남성이 결혼을 경험한 여성을 결혼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남성 미혼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현재의 30대가 50대가 될 때는 남성의 ‘생애 미혼율’은 3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생애 미혼율이란 50세 시점에서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른바 독신자 비율이다. 1990년에는 남성 5.6%, 여성 4.3%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2015년 조사에서 50세 남성의 23.4%, 여성의 14.1%였다. 5년 전보다 남녀 모두 3%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으로 최고 기록이다. 남녀 모두 평균 결혼연령은 30세이다. 즉 30대 전반까지 결혼 타이밍을 놓치면 그대로 그래도 생애 미혼의 길을 걷게 된다.
 

일본의 생애미혼율 추이. [자료 후생노동성, 제작 현예슬]



결혼 상대가 없는 300만명의 미혼남성
2015년 15세 이상 미혼남녀의 차이를 보면 341만 정도 남성이 많다. 이는  미혼여성이 모두 결혼해도 300만명의 남자에게는 배우자가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여성이 전부 결혼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그보다 훨씬 많은 미혼남성이 넘쳐나고 있다. 열심히 결혼 상대를 구해보지만 애초부터 남성에게 상대가 없는 것이다. 이 슬픈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2006년 40세 전후의 남성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그린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주인공은 “결혼할 수 없는 게 아니야. 결혼하지 않는 거야”라는 명언을 남겼다. 12년이 지난 지금 일본에서 그 드라마의 대사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20~55세 독신자들의 47%는 결혼하고 싶지만, 22%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여성은 소득이 높을수록 미혼율 높아
결혼의향이 있어도 남성의 연 소득이 낮으면 본인이 주저하거나 부모가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정보지 ‘젝시’를 보면 평균 결혼비용은 약 652만엔이다. 일본에서 이 정도의 결혼비용이 든다면 연애할 수 있어도 결혼까지는 쉽지 않다. 실제로 1년 이내에 결혼할 때 결혼자금이 문제가 된다고 말하는 남성이 43.5%였다.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할 수 없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에게 적당한 상대란 경제적으로 안정된 남성을 의미한다. 결혼하지 않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은 결혼할 수 있는 조건이 부족한 남성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젊은 남성의 사회 경제적 조건이 나빠지고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되면 결혼도 늦어진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생애 미혼율은 연 소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남성은 연 소득이 낮을수록 생애 미혼율이 높아지고, 여성은 연 소득이 높을수록 생애 미혼율이 높아지고 있다(2017년 취업구조기본조사). 여성의 연 소득별 미혼율을 살펴보면, 400만엔 대 28%, 800만엔 대 29%, 1250만~1500만엔대 36%로 3명 중 1명이 생애 미혼이다.
 
고소득 엘리트 여성의 미혼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자신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지위와 소득을 가진 남성과 결혼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고소득 남성은 그렇게 많지 않아 결혼 상대는 줄어들고 결국 미혼 상태로 빠진다는 것이다. 
 
일본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를 리메이크 한 한국의 '결혼 못하는 남자'. 주인공 쿠와노 신스케(아베 히로시 분)를 배우 지진희가 맡아 열연했다. 결혼과 독신 등 가볍지 않은 사회문제를 다룬 드라마다. [중앙포토]

일본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를 리메이크 한 한국의 '결혼 못하는 남자'. 주인공 쿠와노 신스케(아베 히로시 분)를 배우 지진희가 맡아 열연했다. 결혼과 독신 등 가볍지 않은 사회문제를 다룬 드라마다. [중앙포토]

 
경제적으로 독립해 살아갈 수 있는 고소득 미혼 여성은 남성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남성은 자신이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규범에 지배돼 있어 자신보다 많이 버는 여성을 거부하는 경향도 있다. 또 소득이 불안정한 남성은 가정을 가질 자신이 없어 결혼을 회피한다. 그 결과 결혼의 미스 매칭이 발생하는 것이다.
 
연 소득이 높은 미혼자들은 동경권에 집중되어 살고 있다. 특히 연 소득 700만엔 이상의 미혼남녀 모두 50% 이상이 동경권에 살고 있다. 1000만엔 이상의 고소득 여성의 80%는 동경권에서 일하고 있다. 생애 미혼율이 높은 많은 저소득 남성은 전국에 골고루 분산되어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도시의 생애 미혼화 현상은 에도시대(1603~1867년)에도 있었다. 당시 농촌의 많은 미혼남성이 일자리를 찾아 에도에 들어와 남성이 여성보다 2배나 많았다. 남녀성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미혼율이 많이 늘어나고 생애 미혼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전체 출생률이 줄어들면서 에도의 인구는 매우 감소하였다.


‘도시의 개미지옥’에 빠진 여성들
역사인구학자 하야미 아키라(速水融)는 이러한 현상을 ‘도시의 개미지옥’이라고 불렀다. 에도시대에는 남성이 개미지옥에 빠졌지만, 현재는 여성이 그 희생양이다.
 
현재 동경권으로 과도한 인구집중이 결국 인구감소를 초래할 전망이다. 일본에서 젊은 세대가 가장 많고 취업 일자리도 가장 많은 동경권이다. 미혼율이 늘어나면 출산율도 떨어지게 돼 있다. 미혼의 저소득 남성과 고소득 여성에게 동경은 결혼할 수 없는 지옥 같은 곳일지도 모른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acemn04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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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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