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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계속 퍼주는 부모가 걱정되는 이유

중앙일보 2018.09.22 13:00
[더,오래] 한순의 인생후반 필독서(12)
50대의 대화에서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웬 아줌마가 한 분 계시더라는 이야기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노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청년도 아닌 50대의 정의를 담은 책이 있다. [중앙포토]

50대의 대화에서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웬 아줌마가 한 분 계시더라는 이야기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노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청년도 아닌 50대의 정의를 담은 책이 있다. [중앙포토]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웬 아줌마가 한 분 계시더라는 이야기는 이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나의 친구나 주변 지인들이 50대를 걸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마음은 아직 양 갈래머리를 찰랑거리며 뛰고 있는데, 현실은 에누리 없이 입가의 주름과 살짝 내려앉은 검버섯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뿐인가? 계획했던 일이 전처럼 스피디하게 진행되지도 않고, 새로운 일 앞에 전에 없던 망설임이 나타나 가로막는가 하면, 허허 웃으며 철없는 젊은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던 일에 심히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오십 후애 사전> 이나미 (정신과 전문의) 지음, 2011. 추수밭

<오십 후애 사전> 이나미 (정신과 전문의) 지음, 2011. 추수밭

 
이러한 상황들이 반복되면 당연히 우울하고, 내가 무엇을 잘 해결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구덩이에 빠진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몇몇 현자나 작가 작품에서 읽었던 50에 대한 정의들이 어렴풋이 떠오를 즈음 다시 책에서 처방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찾아낸 책이 『오십 후애 사전』이다. 내가 빠진 어정쩡한 구덩이 같은 ‘오십’을 제대로 명명하고 있어서 몹시 반가웠다.
 
그러나 책을 집어 들자마자 쏟아지는 냉정한 현실과의 직면은 읽는 사람을 힘겹게 했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낀 세대를 위한 처방’에는 이런 글이 있다.
 

"그렇다면 처방은 무엇인가? 우선 아직 독립하지 못한 자녀가 있다면 자녀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투자를 가능한 한 줄여나가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에게 자기 능력 이상으로 베풀며 산다. 노후 대책도 세워놓지 않은 채 자녀에게 고액 과외를 시키고 조기 유학에 해외 연수비를 대주는 부모들을 보면 걱정스럽다. 실제로 좋은 교육을 여한 없이 받은 젊은이 중에는 노인이 된 부모에게 한 달에 십만원의 용돈을 주는 것도 아까워하는 것은 물론, 있는 재산을 어떻게 해서든 빼앗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도 많다."

 
내담자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해 병이 된 상태에서 털어놓는 여과 없는 이야기들이다. 자녀의 입장은 이러한데 부모는 어떤 상황일까?
 

"요즘 성인이 된 자녀에게 투자다, 교육이다, 결혼이다 해서 갖고 있던 돈을 다 뜯기고 비참한 상태가 되어 정신과를 찾는 노인이 한둘이 아니다."

 
가정에서는 이러한 상황들이 연출되고, 사회에서는 또 어떠한 상황들이 연출될까?
 

"오십 대는 사회생활에서도 샌드위치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우선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핵심 멤버들보다 나이가 많다. 젊은 직원들은 아마도 겉으로는 형님, 누님, 선배님 하면서 당신을 존경하고 따르는 척할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경우도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당신이 칠십이나 팔십 먹은 노인과 같이 일할 때 느끼는 여러 가지 답답하고 복잡한 감정을 그들 또한 느끼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실제로 일은 하지 않으면서 뭔가 아는 척하고 참견하려고 하는, 늙지도 않고 젊지도 않은 상사를 젊은 직원들이 무작정 존경하고 좋아할 리 없다."

 
낀세대에 대한 직언과 현실은 어떤 구덩이에 빠졌는지 시원하게 알려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코가 쑥 빠진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저자 이나미 박사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낭만적인 생각에서 얼른 빠져나와 현실적인 노화와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인생 항로에 불을 밝히라는 것이다.
 
공자의 『논어』에도 융 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뜻대로 하세요’에도, 에릭 에릭슨의 ‘인간의 성장 발달 이론’에도 오십이라는 나이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들의 이론을 종합해 보면 이렇다.
 

"오십 대는 사회인으로서 의무를 마무리할 준비를 하면서 안정된 노년을 위해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돌보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오십은 자신의 통합성을 유지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야 하는 나이라는 사실이다. 배우자, 자녀와 조화롭게 살되 성장한 자녀나 후배의 앞길은 방해하지는 말아야 한다."

 
노인은 아니지만, 청년도 아닌, 고령의 부모에게는 부모 역할을 해야 하고 사회에서는 책임도 여전히 커서 자신보다 어렵고 부족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살아야 한다. 이 많은 과업을 해내면서 누가 오십을 살고 싶겠는가? 어디론가 도망쳐 버리고 싶은 심정이 절로 들 것이다. 그런 마음이 바로 우리가 빠진 구덩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을 세 번째 읽고 있다.
 
흔히들 오십을 인생의 가을에 비유하며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말한다. 이 말 역시 먼저 50대를 보낸 사람들이 지금의 50대를 위로하기 위해 남긴 말은 아닐까. 오십을 제2의 생일같은 날로 생각하고 사는 것이 후의 삶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사진 pixabay]

흔히들 오십을 인생의 가을에 비유하며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말한다. 이 말 역시 먼저 50대를 보낸 사람들이 지금의 50대를 위로하기 위해 남긴 말은 아닐까. 오십을 제2의 생일같은 날로 생각하고 사는 것이 후의 삶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사진 pixabay]

 
흔히들 오십을 인생의 가을에 비유하며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말한다. 이 말 역시 먼저 살다간 사람들이 우리를 위로하려 남긴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어갈 때마다, ‘어쩜! 그게 바로 내 생각이라오!’라고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그 나뭇가지에 달린 이파리 하나가 나일지도 모른다. 그 이파리는 숲속의 수많은 초록 이파리 속에서 비교하고 열망하고 멸시하고 살다가 어느 날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빛깔로 물들어 갈 것이다.
 
오십은 비교와 열망과 멸시가 다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제2의 생일 같은 날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비로소 새로운 눈을 갖게 되는! 오십도 살아 있기에 찾아오는 아프고 절망스럽고 좌절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오십에 들어 십년을 어떻게 생각하고 사느냐에 따라 그 후의 삶이 상당히 변화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한순 도서출판 나무생각 대표 tree33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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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 한순 시인, 도서출판 나무생각 대표 필진

[한순의 인생후반 필독서] 노후에 들어선 사람은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게 필요하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예전에 밑줄 치며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어보는 것이다.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 인생 후반부에 제2의 사춘기를 겪게 될지 모른다. 흔들리는 대로 나를 맡겨보자. 또 퇴직하게 되면 만나는 사람의 범위가 좁아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외로움과 고독이 밀려온다. 이럴 때 책 읽기는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이 돼 줄 수 있다. 출판사 대표가 인생 후반부의 필독서는 어떤 게 있고 책 읽기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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