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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 스펙, 꼿꼿 이미지…황교안, 보수 아이콘 될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8.09.22 13:00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년 4개월 간의 침묵을 깨고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수필집 『황교안의 답』을 발간하면서다. 
 
그는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질문을 받자 “많은 얘기를 듣고 있다”며 “지금은 청년을 챙겨야 할 때”라고만 답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를 두고 황 전 총리의 본격적인 정치 행보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이 자리엔 자유한국당 친박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황 전 총리는 범보수의 유력 대권후보로 꼽히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범보수 차기 대선주사 선호도에서 11.9%를 차지했다.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2507명, 95% 신뢰수준 ±2.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13.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응답층을 ‘보수층’으로 좁히면 25.9%로 압도적인 1위였다. 유 전 대표는 9.2%로 황 전 총리에 한참 뒤쳐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난해 3월 10일 오후 황교안 권한대행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난해 3월 10일 오후 황교안 권한대행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보수층이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황 전 총리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뭘까.
 
엄태섭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대한 향수처럼 보수층이 바라는 전통적이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고시 패스와 공안 검사 출신으로 검증된 국가관과 반공주의, 법무장관·국무총리를 거친 최상의 ‘스펙’, 여기에 꼿꼿한 이미지 등은 이 전 총리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다”며 “보수 정치권에서 마땅한 인물을 키워내지 못한 공백기이다보니 보수의 아이돌처럼 단기간에 이미지가 만들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회창 전 신한국당 총재 [중앙포토]

이회창 전 신한국당 총재 [중앙포토]

 
이러한 기대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한국당 일부 후보들이 홍준표 전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부하는 이른바 ‘홍준표 패싱’ 현상이 벌어진 반면, 황 전 총리는 지원 연설에 나섰다. 한국당 안팎에선 “보수층을 잡기엔 홍 전 대표보다 황 전 총리가 더 낫다는 판단 때문 아니겠냐”는 말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전 총리가 차기주자에 안착하려면 넘어야 할 2개의 산이 버티고 있다.
비록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하며 안정적 이미지를 남겼지만 탄핵된 정부의 총리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법적 책임은 없지만 국정의 2인자인만큼 도의적 책임을 이유로 정치무대에 나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된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위민관에서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오른쪽은 대통령 직무대행인 황교안 총리. [중앙포토]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된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위민관에서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오른쪽은 대통령 직무대행인 황교안 총리. [중앙포토]

 
무엇보다 가장 큰 장애물은 여의도에 정치적 기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한국당의 한 재선의원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경쟁력이 있어도 국회에 기반을 쌓지 못하면 소용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예로 들었다. 그는 “지난 대선 때도 반 전 총장은 한 때 가장 강력한 여권 주자로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정치무대에서 버티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7월 4일 충남대학교 정심화국제문화회관서 열린 제24회 전국대학생 모의UN회의 특별행사 '반기문 전 사무총장과의 UN 토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7월 4일 충남대학교 정심화국제문화회관서 열린 제24회 전국대학생 모의UN회의 특별행사 '반기문 전 사무총장과의 UN 토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지지조직이 없다는 점도 한계다. 그런 점에서 고건 전 총리의 사례도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진영내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없고, 관료 출신으로 현실정치 경험이 부족하고 정치적 기반도 없다는 점이 비슷하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총리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무난하게 수행했다. 이 때문에 한 때 지지율이 30%대까지 치솟으며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여의도에 조직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건 신드롬’은 빠르게 식었고, 결국 고 전 총리는 출마를 포기했다.
 
고건 전 총리가 2005년 6월 26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10만 번째 접속자를 비롯한 지지자들과 호프 미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고건 전 총리가 2005년 6월 26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10만 번째 접속자를 비롯한 지지자들과 호프 미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다만 황 전 총리는 친박 세력과 ‘태극기 부대’ 일부를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당 일각에선 “만약 한국당이 연말부터 인적 청산을 시작한다면 구심점이 없는 친박계 등 일부가 황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인적 청산으로 벼랑 끝에 몰린 입장에서는 충분히 검토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단지 황 전 총리가 그 정도의 모험을 감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 전 총리가 내년 상반기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무성ㆍ홍준표 전 대표에 대한 ‘올드보이’ 배제론이 고개를 든 데다 황 전 총리에게 내년 전대가 정치 데뷔로는 좋은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한국당 비대위 일각에선 당 대표 선거의 차점자가 최고위원에 오르는 방식으로 당헌당규를 바꾸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황 전 총리는 설령 낙선하더라도 최고위원에 올라 당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당 관계자는 “여의도에선 권력 의지 없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내년 전대가 황 전 총리의 정치적 가능성을 가늠할 1차 관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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