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버지 임종 전 미리 뽑은 현금 1억, 상속세 낼까 안낼까

중앙일보 2018.09.22 07:00
[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26)
일부 부동산을 팔아 현금화한 후 꾸준히 현금을 빼놓으면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던데, 사실일까? [중앙포토]

일부 부동산을 팔아 현금화한 후 꾸준히 현금을 빼놓으면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던데, 사실일까? [중앙포토]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구성된 김 씨. 지인으로부터 상속·증여세를 절세할 수 있다는 일종의 편법에 대해 전해 들었다. 일부 부동산을 팔아 현금화한 후 꾸준히 현금을 빼놓으면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는 것. 과연 현금으로 미리 인출해 놓으면 상속·증여세를 피해갈 수 있는 걸까?
만일 1억원을 현금으로 미리 인출해 예금계좌의 잔액을 줄여 놓으면 상속재산이 1억원 감소하게 된다. 상속세율을 40%로 가정하면 이는 결국 4000만원의 상속세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 때문에 상속 직전 현금을 인출해 상속세를 줄이려고 시도하게 되는데 세법에서는 이를 과세하기 위해 미리 규정해 놓은 것이 있다. 바로 ‘상속추정’ 규정이다.
 
1년 내 2억원 이상 현금인출, '상속추정’규정 적용  
세법에서는 피상속인이 계좌에서 인출한 금액이 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에 2억원 이상이거나 또는 2년 이내에 5억원 이상으로 그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으면, 이를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고인이 인출한 현금을 어디에 썼는지 소명하는 일은 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의 몫이다. 그래서 고인이 가족들 몰래 현금을 썼거나 용도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문제가 커진다. 만일 고인이 현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잘 모른다거나 또는 알고 있어도 구체적인 증빙이 없다면 꼼짝없이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자칫 상속세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고인이 인출한 현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소명되지 않은 구체적인 증빙이 없는 경우 세무조사 과정에서 '상속추정'규정을 적용하여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다. [중앙포토]

세무조사 과정에서 고인이 인출한 현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소명되지 않은 구체적인 증빙이 없는 경우 세무조사 과정에서 '상속추정'규정을 적용하여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다. [중앙포토]

 
가령 돌아가신 아버지가 사망 전 1년 이내에 인출한 현금이 3억이라고 가정해 보자. 3억원의 현금을 고인이 어디에 쓰셨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1억원은 생활비나 병원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소명했지만 2억원은 용도가 불분명하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 2억원이 모두 세금이 매겨지는 것은 아니다. 상속인들이 일일이 그 사용처를 찾아내 밝히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일부 금액은 공제해 준다. 인출한 금액의 20%와 2억원 중 적은 금액이 공제되는데 인출한 금액이 3억원이라면 공제되는 금액은 6000만원이다.
 
즉, 용도가 불분명한 2억원이 모두 세금이 매겨지는 것은 아니고 6000만원을 공제한 1억 4000만원만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것으로 보아 상속세가 세금이 매겨지는 것이다.
 
가족들이 현금의 사용 용도를 찾는 동안 물론 국세청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혹시 고인의 현금이 배우자나 자녀의 계좌로 입금된 것은 아닌지 가족들의 계좌를 모두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의 소득 외에 출처가 불분명한 현금이 분산돼 입금된 정황을 찾아낼 수도 있다. 또는 그 시기에 주택 구입이나 전세금, 혹은 부채 상환에 총 2억원이 사용된 것이 밝혀진다면 이는 사망 전에 ‘증여’된 것으로 본다.
 
이처럼 가족들이 고인이 2억원을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다고 소명하더라도 세무조사 과정에서 사실상 자녀가 증여받은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제 더는 상속추정(1억 4000만원)을 적용하지 않고 2억원에 대한 증여세와 가산세를 추징하게 된다. 그 경우 증여금액 2억원이 다시 상속재산에 합산돼 상속세와 가산세까지 추징될 수 있다.
 
1000만원 넘는 입출금은 모두 보고 대상 
상속세나 증여세를 줄이려 미리 현금을 인출해 두는 시도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천만 원 이상의 현금 인출은 금융정보분석원 보고 대상이기 때문이다. 급히 돈을 써야 할 곳이 있다면 사용 용도에 대한 증빙을 충실이 갖춰 두는 것이 좋다. 김도훈 기자

상속세나 증여세를 줄이려 미리 현금을 인출해 두는 시도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천만 원 이상의 현금 인출은 금융정보분석원 보고 대상이기 때문이다. 급히 돈을 써야 할 곳이 있다면 사용 용도에 대한 증빙을 충실이 갖춰 두는 것이 좋다. 김도훈 기자

 
고액의 현금을 입금하거나 인출하면 금융회사가 이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는 것을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TR)’라 한다. 국세청은 이 정보를 받아 세무조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2000만원 이상의 현금이 입금 또는 출금되는 경우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내년 7월 1일부터는 1000만원 이상으로 더 강화될 예정이다. 따라서 미리 현금을 인출해 상속세나 증여세를 줄이려는 시도는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모나 배우자의 사망 전에 장례비나 간병인 비용, 약초 구입비용 등 현금으로 급히 써야 할 돈을 준비하기 위해 일정 자금을 미리 인출해 두는 경우도 있다. 사후 고인의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그러나 그 사용한 용도에 대한 증빙을 충실히 갖춰 두어야만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
 
세무법인 다솔 WM센터 최용준 세무사 tax119@msn.com
 
관련기사
공유하기
최용준 최용준 세무법인 다솔 WM센터 세무사 필진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 재산을 불리기 위해선 돈을 이리저리 굴려 수익을 올리는 재테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저금리·저성장 시대라 재테크가 잘 듣지 않는다. 돈을 굴리다 오히려 재산을 까먹기 일쑤다. 그렇다고 은행에 넣어두고만 있을 수 없는 일.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수익은커녕 손실을 볼지 모른다. 방법은 있다. 비용을 줄이면 실질 수익은 올라가게 돼 있다. 세금을 절약하는 절세는 재테크 보릿고개에 실질 이익을 얻는 방법이다. 물론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징세를 강화하는 바람에 절세의 여지가 자꾸 좁아지고 있긴 하다. 그래서 더욱더 필요해지는 절세의 기술이다. 돈 많은 부자가 아닌 보통 사람도 있는 재산을 지키려면 보유해야 할 무기다. 국내 최고의 세무전문가가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절세의 기술을 전수한다.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