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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편집국장레터]트럼프가 뛰어들어야 성공이다

중앙선데이 2018.09.21 17:50

“우리는 화려하기만 한 남북정상회담을 의심했지만, 이제 그 협상의 씨앗들을 보고 있다(We doubted the showy Korea summits. But now we’re seeing the seeds of a deal)”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박승희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안보 전문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가 21일자 오피니언면에 쓴 칼럼의 제목으로 레터를 시작합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우리의 명절은 늘 고향이라는 단어와 함께 합니다. 우린 이산가족이 너무 많습니다. 난 곳에서 그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 드뭅니다. 그래서 추석은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 그리고 친척들이 서로 이야기를 섞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올 추석상에 오를 이야기로 레터를 채워봅니다.
강진 다문화 가족의 추석 송편빚기. 김경빈 기자

강진 다문화 가족의 추석 송편빚기. 김경빈 기자

 
3차 남북정상회담은 성공한 걸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남북정상회담 감상문은 극과 극입니다. 같은 영화를 봤는 가 싶을 정돕니다. 오늘의 한국 사회는 정파나 이념이라는 두꺼운 겉옷을 벗지 않고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암튼 김정일의 북한과 김정은의 북한은 달랐습니다. 1ㆍ2차 회담보다 3차 남북정상회담은 WP 이그나티우스의 표현처럼 볼거리가 풍성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쏟아낸 말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3차 회담엔 1,2차 회담 때 있었던 게 없었습니다. 남북경협 보따리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회담은 출발부터 제약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김정은의 핵ㆍ미사일 도발 때문에 유엔 제재가 북한을 겹겹으로 에워싼 상황에서 우리가 단독으로 북한에 줄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그래서 3차 남북정상회담은 북미회담을 유인하기 위한 예비회담이었습니다. 이번 회담이 이벤트나 정상들의 말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입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깔아놓은 2인3각 게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끼어드느냐 않느냐에 따라 남북 회담에서 거둔 ‘씨앗’은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을 수도, 황량한 들판에서 메말라 갈 수도 있습니다.
 상대가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란 점에서 전망은 반반입니다. 트럼프의 미국은 중간선거가 최대 변수입니다. 의회 권력인 상ㆍ하원의 다수당을 가리는 선거인만큼 트럼프 집권 1기 후반부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트럼프는 요즘 매일같이 선거유세로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11월6일이 투표일이지만 미국은 사전투표 기간이 길어서 이미 동부지역에선 9월 21일(현지시간) 사전투표가 시작됐습니다. 트럼프로선 11월6일까지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선거에서 성공한 외교는 표가 되지 않지만 실패한 외교는 표를 잃어버릴 수 있어서입니다. 트럼프는 그래서 협상의 끈을 놓치진 않을 겁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전할 김정은의 비핵화 메시지가 관건입니다. 문 대통령은 어제(20일) 프레스센터에서 “(김정은과)논의한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담지 않은 그런 내용들도 있다. 앞으로 제가 방미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세한 내용을 전해줄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김정은이 약속한 비핵화의 양과 질에 따라 트럼프는 북미회담으로 풍덩 뛰어들 수도, 아니면 건성으로 임할 수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추석 연휴중인 23일에도 뉴욕으로 서둘러 날아가는 건 그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트럼프가 끼어드는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져야 대성공이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지리한 대치 국면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지금 정치권에서 말하는 “성공이다”, “실패다”는 때 이른 진단입니다.  
최근 유세장에서 기독교 복음주의자들과 함께 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최근 유세장에서 기독교 복음주의자들과 함께 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대통령 지지율의 진실은 뭔가= 대통령 지지율이 오랜만에 반등했습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9월18∼20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난 주보다 11%p 상승한 61%였습니다. 8주 연속 하락하던 추세가 상승 추세로 돌변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1주일새 출렁거리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은 미래 권력인 차기 대권주자와 대체재 관계입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빼앗는 건 ‘번듯한’ 여의도 권력입니다. 제1야당 대표거나 같은 여권의 유력 주자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지지율은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가,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견제했습니다. 반면 2015년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3년 차에도 40%대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강력하게 견제하거나, 뚜렷하게 떠오른 차기 주자가 없어서입니다. 지금의 문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통령보다 더 호조건입니다. 제1야당은 대선 패배 1년6개월이 다돼 가는데도 여전히 비대위원장 체제고, 민주당에도 뚜렷한 미래권력이 없습니다. 경제문제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그걸 제대로 빼앗아가는 인물이 없는 만큼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대통령 스스로의 개인기로 ‘부동층’ 내지는 ‘무응답층’에 머물러 있던 여론을 다시 지지층으로 끌어낼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청와대 사람들이 안심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여전히 30%였습니다. 이 숫자는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는 13%, 바른미래당을 지지한다는 4%를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부정평가자들이 꼽은 이유는 ‘경제ㆍ민생문제 해결 부족’이라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습니다. 경제와 민생이라는 이슈는 늘 폭발성이 큽니다. 제1야당에 번듯한 인물이 등장하게 된다면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부정 평가는 대통령 지지율을 금세 바닥으로 끌어내릴 수도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건전한 견제세력이 되지 못하는 건 그런 점에서 정치 값을 제대로 못하는 겁니다.  
정부의 비공개 예산 정보 무단 열람·유출 의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이 국회 의원회관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실을 압수수색 중인 21일 심 의원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당 지도부가 압수수색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비공개 예산 정보 무단 열람·유출 의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이 국회 의원회관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실을 압수수색 중인 21일 심 의원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당 지도부가 압수수색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SUNDAY는 지난 주 소득주도성장론을 가로막는 5개의 장애물이라는 제목으로 숙명여대 권순원 교수의 긴급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2973141
스페셜리포트로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결과도 다뤘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2973157
이번 주는 한국인의 추석 빅데이터 분석과 전국 비만지도 등을 스페셜로 준비했습니다. 풍성하고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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