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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왜 토끼에게 수영 가르치나"

중앙일보 2018.09.21 14:08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자신을 ‘지식생태학자’라고 소개한다. 그는 “지식경영이란 말이 한때 인기였지만 개인이 가진 지식을 어떻게 회사가 관리하나. 떠나면 그만인데. 생태학에서 지식 선순환의 지혜를 배웠다”고 했다.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아도 균형을 이뤄가는 생태계의 원리를 조직에 대입해 지식을 어떻게 공유, 순환할지 연구한다는 것이다. 인력개발을 전공한 유 교수는 사람과 조직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식 생태학을 조직과 사람에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한다. 대한민국의 공부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를 한양대학교 사범대학에서 만났다.  

[교육+혁신인터뷰]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르네상스도 장난에서 시작...시끄러운 교실에 희망있다
전과목 공부선수 대신 특기에 관심 가져야
4차 산업혁명은 사고혁명…독서량 늘려라
질문 잘해야 미래인재
지(智)만 앞세운 선행학습…체(體)가 늙는다

 
-교수가 생각하는 공부의 정의는 무엇인가.
“오기가 피클이 되는 것이 공부다. 거꾸로 피클이 오이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책을 읽기 전엔 오이지만 읽고 나면 피클로 바뀐다. 공부는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변화다. 중요한 건 좋아서 하는 게 공부지 결과 중심의 수능 공부는 진짜 공부가 아니다. 그냥 정신노동이다. 학교 교육에선 지혜를 배울 수 없다."  
 
한양대 교육관 연구실에서 만난 유영만 교수는 "책, 영화, 놀이와 같은 경험이 많은 사람이 창의적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유한한 경험은 창의성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양대 교육관 연구실에서 만난 유영만 교수는 "책, 영화, 놀이와 같은 경험이 많은 사람이 창의적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유한한 경험은 창의성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고 했다.

-창의성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공부와 창의성의 관계를 설명한다면.
“창의성은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dots’와 같다. 책·영화·놀이 등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총체 간의 연결인 셈이다. 추억이란 점을 많이 가진 사람이 창의적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관련 글을 쓴다고 가정하면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막걸리를 마셔본 사람이 단지 아파트 관련 기사 정도만 읽어본 사람보다 창의적일 것이다. 하지만 ‘경험’은 유한하다. 자칫 수주대토(守株待兎)와 같은 우를 범할 수 있다. 결국 그 경험을 어떻게 얼마나 업데이트시키느냐가 진짜 공부다. 한정된 경험은 창의성을 가로막는 장본인이 될 수 있다. 대신 장난치도록 둬야 한다. 난 르네상스 시대의 많은 창조도 재미있게 장난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장난은 작란(作亂), 즉 난동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심리학자 칼 융의 ‘창조는 지성이 만들기보다 놀이 충동이 만든다’고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재미있게 노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세상을 놀라게 하는 문명도 창조되는 것 아닐까.”
 
-지금의 교육 현실은 어떤가.  
“초중고의 목적이 수능이고 대학이다. 모든 과목을 잘하는 공부 선수를 만들고 있다. 기초 교육 이후부턴 저마다 특기를 살려야 한다. 토끼와 오리를 예로 들어보자. 토끼는 산등성을 잘 오른다. 대신 수영을 못한다. 토끼 엄마가 토끼 데리고 괌으로 수영 과외받으러 간다면 어떨까? 토끼는 평생 수영을 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 현재 교육 시스템이 필요 이상의 능력을 보편적으로 갖추라고 요구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놀이 속에서 창의성 생긴다. 하지만 지덕체(智德體) 중 지(智)만 앞세운다. 요즘 1020 세대의 몸 나이가 늙었다는 말이 이와 상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난 체인지(體仁智)를 주장하고 있다. 몸을 움직이고 가슴으로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고 공부해야 한다.”
 
-선행학습이 필요 없다고도 주장하시던데.  
“선행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때가 돼야 알 수 있는 걸 저만치 앞서간다고 해서 진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요즘 우스갯소리로 학교 선생님이 먼저 ‘이런 건 학원에서 안 배웠어?’하고 묻는다던데 서글프다. 조용히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보다 교사들에게 주어진 자율권으로 재미있게 수업하면 좋겠다. 학교에 다닐수록 비정상이 나올 수 없는 환경이다. 학교를 뜻하는 ‘school’에 ‘ed’를 더한 ‘schooled’라는 단어는 학교를 오래 다녀서 ‘길든’이란 뜻이다. 학교는 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공장에 비유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과 10개 중의 3개 먹으면 몇 개 남느냐?’ 라고 물어보면 정상적인 교과서적 답은 물론 7개다. 하지만 어떤 아이는 3개라고 대답한다. ‘먹는 게 남는 거니까요’라고 정상적인 답변에 위배되는 대답을 하면 선생님이 엄마를 불러서 아이가 약간 이상하다 또는 비정상인 거 같다고 상담한다. 이렇게 학교는 뜻밖의 사유를 하는 아이들에게는 틀에 박힌 대답을 하도록 가르친다. 학교를 오래 다닐수록 정상적인 생각만 하도록 길들인다.  
 
-자녀의 특출함을 기대하는 부모가 있지만 ‘튀지 않고 중간만 가라’고 말하는 부모도 있다.
“특출함이나 평균에 대한 기대로 부모의 삶과 패러다임을 미래의 아이들에게 덮어씌우면 안 된다. 10년 후의 변화를 누구도 알 수 없다. 미래 변화를 알 수 없으니까.  
 
4차산업 혁명은 어떤 시대인가? 초·중·고 학생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사고혁명이고 사람 혁명이다. 딥러닝을 통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시대가 될 테니까. 그들(기계)은 잠도 자지 않고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난 지식과 지능의 영역에서 기계와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질문하는 기계는 호기심이 없다. 우리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질문이 바뀌면 답도 새로워진다. 우리 아이들이 답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누구도 하지 않는 질문을 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호기심은 선천적이라 생각하겠지만 후천적이다. 통계를 보니 5살 아이는 하루 65번 정도 질문하는데 40년 후엔 질문 수가 10분의 1로 줄어들더라. 대신 ‘원래 그래’나 ‘당연한 거야’라는 말이 늘던데 이래선 안 된다.”

책으로 둘러싸인 연구실에서 만난 유영만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사고 혁명이다. 질문, 공감, 상상력을 위해선 독서가 중요하다"고 했다.

책으로 둘러싸인 연구실에서 만난 유영만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사고 혁명이다. 질문, 공감, 상상력을 위해선 독서가 중요하다"고 했다.

 
-초·중·고 학생들은 질문하는 능력 이외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타인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생각하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재수 없는 천재 말고 공감형 리더가 돼야 한다. 쿨 헤드(cool head)와 웜 하트(warm heart)가 필요하다.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세종대왕은 백성의 아픔에 공감하고 해결하려 노력한 결과 한글을 창제했다.
 
-질문, 공감, 상상력 등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
“책 읽는 풍경이 사라졌다. 앞서 4차 산업혁명은 사고혁명이라고 했는데 사고혁명을 일으키는 것이 독서다. 어려 권 읽기보단 여러 번 읽어라. ‘불행 피하기 기술’이란 책에선 두 번째 읽는 책에선 처음보다 10배의 새로운 눈이 생긴다고 하더라. 그리고 시간을 내서 읽지 말고 시간 날 때마다 읽으면 좋겠다. 배고픈 것처럼 뇌고픈 사람이 돼야 한다. 추천하고 싶은 책은 『꽃들에게 희망을』, 『어린 왕자』, 『미운 오리 새끼』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꽃들에게 희망을(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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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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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새끼(작은책방 그림나라)

미운 오리새끼(작은책방 그림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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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혁 유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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