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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부부장,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에게 "이건 하늘이 내리신 날씨"

중앙일보 2018.09.21 13:37
원불교 행정수반인 한은숙(63) 교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의 종교인 특별수행원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20일 귀환했다. 21일 한 교정원장에게 방북 기간에 있었던 일들과 방북 소감 등을 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백두산 천지연을 찾았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전날 밤 10시가 돼서야 ‘백두산 방문’일정을 연락받았다. 중국 쪽 루트로 백두산은 세 차례 오른 적이 있지만, 북한 측 루트로 오르는 건 처음이었다.”
 
북한 측 루트는 어땠나.
“출발 당일 평양 공항에는 비가 내렸다. 그래서 다들 날씨를 걱정했다. 종교인이라 정복을 입고 다니는데, 그날은 날씨가 엄청 추울 거라고 해서 남측에서 준비한 방한복을 입었다. 백두산 천지는 구름이 끼고 날씨가 안 좋을 때가 많다. 그래서 백두산 등반을 하고도 천지를 못 볼 때가 자주 있다. 그날도 날씨가 나빠 다들 걱정을 했다.”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이 김여정 부부장과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은 날씨가 아주 추울 것으로 예상돼 한 교정원장은 정복이 아니라 남측에서 준비해간 방한복을 입었다. [사진 원불교]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이 김여정 부부장과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은 날씨가 아주 추울 것으로 예상돼 한 교정원장은 정복이 아니라 남측에서 준비해간 방한복을 입었다. [사진 원불교]

 
막상 갔더니 어땠나.
“놀랍게도 날씨가 너무 쾌청했다. 천지를 보고 있는데 김여정 부부장이 왔다. 내가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라고 했더니, 김 부부장이 ‘이건 하늘이 내리신 날씨입니다’라고 답을 했다. 북한에서 보기에도 그날 백두산 날씨는 남달리 쾌청했다.”
 
북한 측 종교인들과 향후 남북교류에 대한 논의가 있었나.
“이번에는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간 거라,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다만 ‘정치적인 건 정치적인 거고, 우리 종교인끼리라도 남북 교류를 활발히 하자’는 의견에 공감하는 자리는 있었다.”
 
방북 기간 만난 북한 사람들이 주로 강조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우리 민족끼리 해야 하지 않나’ ‘큰 나라, 주변을 너무 보지 말고 우리 민족끼리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한은숙 교정원장은 "북한 쪽으로 올라가는 백두산 루트에 엄청나게 큰 암벽이 있다. 그게 남쪽을 품고 있는 형상이었다. 그건 중국 쪽 루트에서는 볼 수 없는 절경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은 "북한 쪽으로 올라가는 백두산 루트에 엄청나게 큰 암벽이 있다. 그게 남쪽을 품고 있는 형상이었다. 그건 중국 쪽 루트에서는 볼 수 없는 절경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원불교]

  
북한의 가장 큰 관심사는 뭐라고 느꼈나. 
“‘경제’라고 느꼈다. 거기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다.”
 
평양 시내는 어땠나.
“많이 달라져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씨가 같은 그룹이라 함께 움직였다. 김홍걸씨가 ‘눈에 띄게 화려해지고,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저녁에도 평양 시내 불빛이 아주 좋았다. 전력 사정이 어렵다고 했는데, 많이 극복을 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평양 사람들은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런 사람은 얼굴이 조금 까무잡잡한데, 우리를 응대하는 양장 입은 사람들은 정말 세련미가 넘쳤다. 평양 시내의 건물도 색깔이 다채롭고, 예쁜 건물들이 많이 생겼더라.”
 
한은숙 교정원장은 "평양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비가 내렸다. 백두산 날씨는 예상과 달리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사진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은 "평양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비가 내렸다. 백두산 날씨는 예상과 달리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사진 원불교]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김정숙 여사가 노래도 부르지 않았나.
“그랬다. 부탁을 받고 처음에는 사양하다가, ‘동무생각’이란 노래를 불렀다. 그 직후에 이설주 여사에게 노래를 요청했다. 그랬더니 이설주 여사의 얼굴이 빨개지더라. 결국 노래는 하지 않았다. 그때 내가 속한 테이블에 황은미라는 북한에서 아주 유명한 인민배우가 앉아 있었다. 바로 내 옆자리였다. ‘(이설주 여사에게 노래를 요청하는 건) 실례가 아닌가요?’라고 물었더니 ‘아니요. 실례까지는요’라고 하더라. 그런데 이설주 여사에게 노래를 요청할 때 나는 조금 놀랐다.”
 
왜 놀랐나.
“옆에 앉은 황은미 배우가 ‘우리 어머니도 노래하라고 합니다’라고 하더라. 나이가 한참 어릴 텐데도 ‘어머니’라는 호칭을 쓰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북에서 쓴다는 ‘어버이 수령님’이란 호칭이 떠올랐다. 황 배우는 ‘(이설주 여사가) 노래를 아주 잘한다. 오랫동안 노래를 안 해서 어떨지 모르겠다’며 ‘나이는 어리지만, 못하는 것이 없는 대단한 사람입니다’라고 했다.”
 
능라도 경기장 행사에서 남측 종교인들인 주석단과 나란히 앉았다. 가까이서 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땠나.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는 거리낌이 없었다. 낯선 남측 사람이 가까이 와도 권위적인 표정이 아니었다. 웃으면서 악수를 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능라도 경기장에 모인 북한 군중의 ‘만세’ 함성은 굉장히 우렁차고 규칙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면, 북한 군중은 그쪽으로 몸을 돌리고 ‘만세’를 수시로 환호했다.”
 
한 교정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남북 교류의 물꼬가 더 트이면, 남북간 종교인 교류도 더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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