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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드라마 보긴 하늘 별따기?…영화 같은 드라마가 왔다

중앙일보 2018.09.21 12:20
JTBC 드라마페스타 '탁구공' [사진 JTBC]

JTBC 드라마페스타 '탁구공' [사진 JTBC]

 
볼 것 많다지만 좋은 드라마 만나기는 참 쉽지 않은 요즘, 가뭄에 ‘단비’ 같은 단막극 시즌이 돌아왔다.
 
KBS와 JTBC는 각각 지난 14일과 17일 단막극 ‘드라마스페셜’과 ‘드라마페스타’를 시작했다. KBS는 매년 ‘드라마스페셜’을 통해 10편의 단막극을 방송하고 있다. 올해 첫 작품은 전소민 주연의 단막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돌이키고 싶은 실수를 했을 때 이를 오답노트 쓰듯 다이어리에 적는 수학 교사 도도혜(전소민 분)의 사랑을 그렸다. 도도혜는 수능 출제자들이 모이는 합숙소에서 전 남편과 옛 사랑을 동시에 만나며 ‘웃픈’ 에피소드를 겪는다. KBS는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 단막극을 방송할 예정이다.
 
JTBC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드라마페스타’라는 이름으로 단막극을 묶었다. 올해는 2부작 단막 2편이다. 올해 첫 작품은 유재명과 지수 주연의 ‘탁구공’. 실연의 상처를 품은 청년(지수 분)이 한 노숙인(유재명 분)을 만난 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며 동질감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시청률은 1%대였지만 예술영화 같다는 평을 받았다. JTBC의 올해 두 번째 단막극은 공명과 박소진 주연의 '행복의 진수'로, 오는 24일, 25일 방송한다. tvN은 단막극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tvN은 CJ ENM의 신인작가 육성 프로그램인 ‘오펜’을 통해 극본 10편을 선발했으며 이를 단막극으로 제작해 연말에 방송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5명의 영화감독까지 합류했다.
 
유료방송 '돈 안 되는' 단막극을 하는 이유 
KBS 드라마스페셜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KBS 드라마스페셜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단막극은 다소 거칠게 표현하자면 ‘돈 안 되는 장사’다. 연속된 이야기를 통해 극의 몰입을 높이며 화제성을 끌고 가는 미니시리즈와 비교해 단막은 흥행이 쉽지 않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일정 기간 극을 끌어가는 미니시리즈는 시청자의 반응을 반영하며 화제를 끌고 시청자를 유인할 수 있다”며 “반면 단막극은 모든 면에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청률과 광고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지상파는 단막극을 점차 축소해왔다. SBS는 2001년부터 2004년 이어졌던 단막극 ‘오픈드라마 남과 여’ 이후 단막극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 MBC도 대표적인 단막극 ‘MBC베스트극장’을 2007년 종료한 후 2013년과 2014년 단막극 ‘드라마 페스티벌’을 편성했지만 2015년 이후 편성하지 않고 있다. 지상파 중 KBS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한때 27부작까지 편성하던 KBS는 2016년부터 10부작으로 축소했다.
 
지난해부터 단막극 시작한 tvN·JTBC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유료방송이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없었던 단막극을 새롭게 편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상파와 정반대되는 행보. 이유가 뭘까. 방송 관계자들은 단막극을 일컬어 ‘방송사의 인큐베이팅’이라고 말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얘기다. 김지일 CJ ENM 오펜 센터장은 “극본을 쓰는 작가들 풀이 많아졌다지만 결국 극본도 방송을 통해서 작품으로 완성이 되는 것”이라며 “결국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단막극은 오래전부터 신인 연출자와 작가들이 데뷔하는 무대였다. 투입 자본이 큰 미니시리즈는 제작자 입장에서도 위험 부담이 큰 신인 연출 및 작가들을 쓰지 못한다. 지난해 화제작 KBS ‘쌈, 마이웨이’의 임상춘 작가도 2014년 드라마스페셜로 데뷔했다.
 
김지일 센터장은 “단막을 일컬어 TV영화라고 하지 않느냐. 신인 작가들도 기존처럼 틀에 박힌 드라마 형식을 벗어나 자유롭게 소재를 표현하고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택 KBS 드라마국 CP는 “한국의 드라마 시장이 괄목상대할 정도로 발전했는데 그 기저에는 각 방송사가 만들어왔던 단막을 통해 실력을 다졌던 연출가와 작가가 있었다”며 “이번 KBS는 기존 오후 11시 30분에서 금요일 오후 10시로 옮겨 접근권을 더 높였다”고 말했다. 공희정 평론가는 “우리 소설을 읽을 때 단편도 읽듯이 긴 호흡의 드라마뿐 아니라 TV영화를 보고자 하는 시청자들, 매니어들이 분명 존재한다”며 “단막극의 확산은 시청 다양성을 위해서도,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해서도 긍정적이기 때문에 방송사들이 앞으로도 이같은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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