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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안희정 '징역 6년' 이윤택…다섯 가지가 달랐다

중앙일보 2018.09.21 10:49
한 사람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 겸 연출가로 높은 명성과 권위를 누리던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은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거명되고 있는 지위를 가진 사람"이었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단장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위)와 이윤택 전 예술감독(아래). [중앙포토,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위)와 이윤택 전 예술감독(아래). [중앙포토, 연합뉴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두 사람을 검찰과 법원으로 데려갔다. 
피고인들은 각 예술계와 정치계에서 높고 넓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었고 피해자는 그 영향력을 직접 받는 사람들이었다. 이 전 감독 사건에서는 "연희단거리패의 단원들이거나 연극계에 오랜 기간 종사한 사람들"이, 안 전 지사 사건에서는 "도지사인 안 전 지사가 임면 등 권한을 갖고 있는 별정직 공무원"이 피해자였다.
 
두 사람의 법정에서의 주장도 비슷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신체 접촉 자체는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애정관계에 의한 것(안 전 지사 주장)"이라서, 또는 "연기지도의 일환(이 전 감독 주장)"이라서 무죄라는 주장이었다. 안 전 지사는 최후진술에서 "사회·도덕적 책임은 피하지 않겠지만 과연 범죄인지는 판사님께서 잘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고, 이 전 감독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연기지도를 법의 잣대로 논단하는 건 새로운 장르의 예술의 씨를 자르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한 달여 간격을 두고 각기 다른 법원에서 내린 두 사람에 대한 1심 선고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 전 단장은 징역 6년을(서울중앙지법 9월 19일 선고), 안 전 지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서울서부지법 8월 14일 선고).
 
비슷한 듯 다른 두 사건…'무죄'와 '실형' 갈려
사건의 안을 들여다보면 두 사람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많다. 안 전 지사에게 적용된 '업무상위력간음죄(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원 이하)'와 '강제추행죄(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원 이하)'보다 이 전 단장에게 적용된 '상습강제추행(징역 15년 이하 및 벌금 2250만원 이하)'과 '유사강간치상(무기 또는 5년 이상)'이 법정형부터 더 높다.
특히 징역형과 벌금형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상위력간음·강제추행과 달리 유사강간치상은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의 상한이 아닌 하한이 설정돼 있는 중죄다.

관련 형법 조문
제297조의2(유사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01조(강간 등 상해·치상)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부터 제300조까지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305조의2(상습범) 상습으로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부터 제300조까지, 제302조, 제303조 또는 제305조의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은 지난 3월 구속됐다. [뉴스1]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은 지난 3월 구속됐다. [뉴스1]

 
기소 전 구속·불구속 여부도 선고 결과를 점쳐볼 수 있는 표식이다. 안 전 지사는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전 단장은 구속된 상태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법은 4월 5일 안 전 지사에 대해 두 번째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혐의에 대해 다퉈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 마디로 '죄가 되는지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중앙지법은 3월 23일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피의자의 지위·피해자의 수·추행의 정도와 방법 및 기간 등에 비추어 범죄가 중대하다"며 이 전 감독을 구속했다.
 
안 전 지사 재판에서는 '위력의 행사'가, 이 전 단장 재판에서는 '상습성'이 쟁점이었다. 
안 전 지사 재판부(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는 "기본적으로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은 존재했으나 개별 상황에서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위력에 의한 간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이 전 단장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는 "배우들을 상대로 안마를 시키거나 연기지도를 하면서 오랫동안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성추행 범행을 자행하여 왔다"며 강제추행죄보다 형량이 1.5배인 상습강제추행죄로 인정했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와 관련해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와 관련해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전 지사의 무죄 선고에는 "피해자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고 증언과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자로서 보일 수 있는 예측불가의 다양한 반응을 감안 하더라도 피해자의 증언․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봤다. 
 
반면 이 전 단장 재판부는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세부적 내용까지 일관되고 구체적이다"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봤다. "피해자들은 미투 운동에 용기를 얻어 자신들이 당한 피해를 늦게나마 밝힌 것으로 보일 뿐 특별히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지난 3월, 이윤택 전 감독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과 여성인권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월, 이윤택 전 감독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과 여성인권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재판부가 피해자를 어떤 사람으로 인식하느냐는 사건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안 전 지사 재판부는 피해자를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 아니고, 성적 주체성을 갖추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지하면서 자기 책임 아래 이를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하고 성숙한 사람"이며 "안 전 지사가 자신을 흠모하는 지지자의 심리상태에 편승했다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와) 상호적인 것"이라고 봤다. 그 결과 일부 사건은 "미투 운동을 언급하거나 문을 열고 나가는 등으로 최소한의 회피와 저항을" 해 피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이 전 단장에게 징역 6년이 선고된 직후인 19일 오후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이 전 단장에게 징역 6년이 선고된 직후인 19일 오후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반면 이 전 단장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대부분 별다른 사유 없이 연극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이 전 단장의 지시에 수긍했던 사람들로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그러면 이 전 단장은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권력을 남용한 사람"이 된다. 재판부는 "(성적 접촉) 대부분 이 전 단장이 일방적으로 한 것인데 (그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움직이지 않은 것이 곧 동의 한걸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유형력을 행사해 수치심을 느끼게 했는데 피해자가 이를 참고 계속 안마를 했다고 해서 무죄로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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