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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첫 구속 불발에 검찰 반발 “기각을 위한 기각…대단히 부당”

중앙일보 2018.09.21 00:47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20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20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사법농단 수사에서 처음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이 “대단히 부당하다”며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공무상비밀누설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이날 오후 10시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장문의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단계에서 이처럼 상세한 설명을 내놓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총 4개 문단으로 이뤄진 일종의 기각 결정문에서 허 부장판사는 유 전 연구관에 적용된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공기록물관리법위반·절도죄 혐의에 대한 법리 해석을 내놓으며 구속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허 부장판사는 ‘피의자(유 전 연구관)가 작성을 지시하고 편집한 문건에는 비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피의자가 문건 작성을 지시한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거나 지시행위에 부당한 목적(청와대 관심사항에 도움을 제공하려는 의도)이 개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공공물관리법 위반, 절도죄 등도 여러 법리 해석을 들여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할 수 없고 관련 증거들은 이미 수집되어 있으며 법정형(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감안할 때 구속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검찰은 “장문의 기각 사유는 어떻게든 구속 사유를 부정하기 위해 만든 ‘기각을 위한 기각사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간 영장판사가 재판 관련 자료를 기밀 자료라고 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는데 오늘은 똑같은 재판 관련 자료를 두고 비밀이 아니니 죄가 안 된다는 모순적 행태를 보인다”라고도 지적했다.  
 
검찰은 “피의자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담한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며 “(영장 기각 결정은) 사법농단 사건에 있어 공개적, 고의적 증거인멸 행위를 해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18일 유 전 연구관에게 공무상비밀누설·직권남용·절도와 개인정보보호법·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연구관은 2014년 2월부터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면서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 수만 건을 모은 뒤 올해 초 법원을 퇴직하면서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 근무 때 관여한 숙명여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이 소송을 변호사 개업 이후 수임한 사실을 확인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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