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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비행기보다 비싼 뱃삯

중앙일보 2018.09.21 00:25 종합 28면 지면보기
최모란 내셔널팀 기자

최모란 내셔널팀 기자

올 여름 휴가는 가족과 함께 서해 최북단인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로 갔다. 천연비행장인 사곶해변, 조약돌로 이루어진 콩돌해변, 기암절벽이 펼쳐진 두문진 등 곳곳이 절경이었다. 까나리액젓을 넣어 먹는 백령도 냉면도 별미였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비싼 뱃삯이었다. 같은 인천 관할 내를 오가는 데도 편도 요금으로 한 명당 6만6500원이 들었다. 주말이나 공휴일, 성수기엔 할증 10%가 적용돼 7만3000원을 내야 한다. 인천항 여객선터미널에서 백령도까지의 거리는 222㎞. 인천에서 전북 김제(226㎞)까지 가는 버스요금(1만5000원)은 물론 김포공항에서 제주도(450㎞)로 이동하는 저가항공 요금(3만1000원)보다도 비싸다.  
 
인천만 그런 것이 아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찾는 이가 늘어난 전남 신안군 가거도와 만재도를 목포에서 가는데 드는 편도 뱃삯도 각각 5만9800원과 5만4800원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섬(3339개) 중 사람이 사는 곳은 470개. 이 섬들을 오가는 104개의 항로 가운데 민간 여객선이 운항하는 77개 항로가 ‘비싼 뱃삯’을 받는다. 섬을 오가는 교통수단이 배 밖에 없는 독과점 구조인 데다 각 선사가 ‘경영난’이나 ‘이용객이 적다’며 뱃삯을 비싸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섬 주민들의 요구에 해양수산부는 올해부터 인천과 전남 목포·여수 등 9개 항로에 여객선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이용객이 적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선사나 일일생활권 항로를 운영하는 선사의 운항결손액을 국가와 지자제가 절반씩 지원한다. 일부 지자체도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섬 주민들의 뱃삯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 인천시와 옹진군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2008년부터 관광객의 운임비 50%를 지원하고 있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매년 9~10월이면 지원이 끝난다. 관련 예산을 늘리고 신설하려 해도 돈이 없다. 1004개 섬을 가진 전남 신안군의 재정자립도는 10% 수준이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인천 옹진군의 재정자립도도 16.8% 정도다. 국회에서도 “여객선을 대중교통에 포함해 뱃삯을 낮추자”는 내용의 법률안을 매년 내놓고 있지만 통과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정부는 올 초 법을 개정해 매년 8월 8일을 ‘섬의 날’로 지정했다.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섬’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제주도 가는 비행기 요금보다 비싼 뱃삯 문제가 해결하지 않는 한 국내 섬으로 관광객이 몰려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최모란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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