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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광주형 일자리, 없던 일 되나

중앙일보 2018.09.21 00:25 종합 29면 지면보기
윤정민 산업팀 기자

윤정민 산업팀 기자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인 완성차 공장 건설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19일 광주형 일자리 관련 협상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노·사·민·정 대타협으로 적정임금을 실현하고, 기업 투자를 끌어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이다. 노동계가 협조하지 않으면 사업모델이 성립하지 않는다. 광주시는 “계속 설득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일각에선 광주형 일자리가 물 건너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협상이 수렁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다.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현대자동차와 지역 노동계가 생각하는 ‘적정임금’이 다른데, 이를 조율해야 할 광주시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생산직 초임 4000만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봤는데 실제로 보니 2100만원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광주시는 “노조 측의 오해”라며 “실제로는 3000만~4000만원 사이이고, 정확한 임금은 향후 경영수지분석을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게다가 임금보다 더 큰 걸림돌도 존재한다. ‘대타협’을 이룰 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임금이 너무 적다며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노조는, 사실 새로 생길 공장에서 일하지 않는다. 공장 건설이 무산된다고 일자리를 잃는 것도, 임금이 낮다고 기존 노조의 월급이 깎이는 것도 아니다. 협상 테이블을 떠나는 데 있어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 역시 아쉬울 게 없다. 내수 시장이 더 커질 가능성은 거의 없고, 국내 임금 수준도 너무 높다.
 
결국 광주형 일자리가 실패하면 지역 청년들이 적정임금을 받으며 일할 기회만 사라질 뿐이다. 그러면 답은 하나다.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는 시민들을 대신해 광주시와 정부가 협상을 잘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진 실패만 거듭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사업 관계자는 “이용섭 시장이 내세우는 ‘4대 원칙’엔 노사 공동 책임경영도 포함돼 있다”며 “강성 노조로 골머리를 앓은 현대차가 이런 광주시장을 믿고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노동계 역시 광주시가 책임을 노동계에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며 비판하고 있다. 기업도, 노동계도 광주시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선 남은 기회가 많지 않다. 일이 되게 하려면 광주시가 지금부터라도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노조 등은 얼마나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는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이미 골든타임의 끝자락을 지나고 있다.
 
윤정민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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