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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서울 답방, 최대 부담은 북한 규탄 시위

중앙일보 2018.09.21 00:04 종합 5면 지면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연내 서울 방문을 전격 결정했지만 실현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걸림돌이 적지 않다. 특히 북측 ‘최고 존엄’의 신변 보호 문제가 난제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평양 브리핑에서 “통일전선부 주요 인사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모두 반대했다”고 말했는데, 북측 인사들의 반대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한을 제안했지만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정중히’ 거절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북측 신변보호 문제로 한때 반대
사진 등 훼손 땐 행사 망칠 우려

따라서 김 위원장이 한국을 찾을 경우 정부는 그의 신변 보호를 위해 최고 수준의 경호를 펼칠 게 분명하다. 경호는 청와대 경호처가 주관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국빈급 인사가 한국을 방문할 경우 청와대 경호처 소속의 요인경호팀이 근접 경호를 맡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청와대 경호처가 경호를 주관했다. 특히 지난 2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방한 당시 경호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974부대(김 위원장 밀착경호 부대)의 ‘방탄경호’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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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정부가 신경을 쓰는 건 보수단체의 시위다. 익명을 원한 탈북자는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신변과 영상(이미지) 훼손을 생명처럼 여긴다”며 “자칫 한국을 찾아 영상이 훼손되면 북한에서 신(神)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한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 단체나 보수 성향 단체들은 정부의 설득이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동선을 쫓아다니며 반대 시위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김여정 등이 방한했던 평창올림픽 기간 서울 도심과 평창 곳곳에서 보수 단체의 반대 시위가 열렸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2월 왔을 때도 자유한국당과 보수단체가 통일대교를 막아서자 김영철이 탄 차량은 군이 소유한 전진교로 우회해 서울로 이동하기도 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18~20일 프레스센터가 차려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도 보수단체의 북한 규탄 시위가 연일 열릴 정도였다.
 
김정은 사진이나 인공기를 태우는 시위가 벌어질 경우 김정은 방한 행사 자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경비에 특히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방문인 만큼 군경이 범정부적으로 경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방한을 환영하는 진보단체와 보수단체 간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
 
문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북한은 시민들을 대대적으로 동원해 최고 수준의 환대를 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이런 인위적인 동원이 불가능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영철·김여정 방문 때처럼 건물 내부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환영 행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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